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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혹시나 했더니 또···여야의정 협의체 ‘반쪽’ 출범도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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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대전협 위원장-이재명 민주당 대표 빈손 회동

기대감 높였던 ‘여야의정협의체’ 출범 또다시 지지부진

의협 내분 심화···전공의 이어 의료계 인사들도 등돌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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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의사단체의 참여 결정으로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던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이 난항을 겪고 있다. 사태 해결 열쇠를 쥔 전공의들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여전히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데다 의대생 휴학 승인 여부를 두고 교육부와 의료계의 입장차는 좁혀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전일(26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후 “2025년 의대 증원부터 철회하라”며 협의체 불참 입장을 고수하면서 또다시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이 대표와 전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한시간 반 가량 회동을 가진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재명 당 대표와 현 사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문제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전공의 처우 개선과 업무 개시 명령 폐지 등 사직한 전공의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얼마나 단호한지, 앞으로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전하고 왔다"며 "더불어민주당과 앞으로도 종종 소통할 예정”이라고 남겼다. 그러면서 “내년 봄에도 전공의들과 학생들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증원 이후 학생) 7500명 교육은 불가능하다. 2025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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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넘게 이어지던 의정 대치 국면에서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 건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가 지난 22일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여야의정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대학회는 193개 전문학회를 거느린 의료계 최대 학술단체로 전공의들의 교육·수련을 담당하는 교수들이 주축이 돼 활동하고 있다. 의대협회는 의대생 교육을 담당하는 의대 학장들로 구성된다.

그럼에도 순탄하지 않은 여정이 예견됐던 건 사실이다. 두 단체의 발표 직후 박 위원장은 물론 손정호·김서영·조주신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비대위원장은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의학회를 비롯한 의료계 주요 단체들도 "의견 조율 없이 이진우 회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의료계의 추가적인 참여 움직임이 나오기는 커녕, 의학회·의대협회도 "조건 없는 의대생 휴학 승인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협의체 출범은 어렵다"고 입장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 대표와 야당 대표의 깜짝 회동이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은 동력을 잃게 됐다. 대전협의 7대 요구안은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사항의 경우 충분히 협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불가항력 의료사고 법적 부담 완화,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등은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다.

다만 휴학 미승인으로 의대생들이 유급·제적될 위기에 놓여있고 수능 시험(11월 14일)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내년도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의대 수시 합격자가 곧 발표되면 더이상 돌이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의사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내분마저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월 취임한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정부의 의료개혁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도 모자라 막말, 실언을 쏟아내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사유로 탄핵 위기에 몰렸다. 조현근 의협 부산광역시 대의원이 지난 24일 임 회장 불신임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건으로 임시총회 소집을 요청하면서 다음달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릴 전망이다. 임 회장은 최근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X소리"라는 정신장애 환자 비하 발언을 했다가 의료계 안팎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박 위원장 등 전공의들과의 불협화음이 내부 신임을 잃는 결정적 계기였던 것으로 보인다.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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