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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26일 전투기와 무인기(드론) 100여 대를 동원해 이란 수도 테헤란을 포함해 인근 지역의 군사시설 20여 곳에 대한 공격을 단행했다. ‘회개의 날’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번 작전은 1일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미사일 200여 발을 발사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이다.
당초 이란의 핵이나 에너지 시설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지만 일단 군사시설에 대한 공격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5일 미국 대선이 채 열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강한 만류 등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확전을 피하기 위해 네덜란드 등 제3국을 통해 이란 측에 공격 계획을 흘렸고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또한 당장 맞보복에 나설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의 재보복을 강하게 만류하고 있다. 미 대선 전까지는 중동 긴장이 극한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이스라엘, 자국 공격 때 사용된 군사시설 집중 타격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26일 오전 2~6시경 세 차례에 걸쳐 이란을 공격했다. F-15, F-16, F-35 전투기, 공중 급유기, 드론 등이 동원됐다.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와 테헤란의 거리는 약 1900km다.
1차 공격 때는 테헤란 이맘호메이니 국제공항과 인근의 군사기지 등에 설치된 S-300 미사일 방공 체계를 공습해 이란의 방공망 무력화에 집중했다. 이스라엘 전투기가 자유롭게 공격을 전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것이다.
2, 3차 공격에서는 테헤란 인근 파르친, 코지르, 샴사바드 등에 있는 탄도미사일 및 군용 드론 생산 시설을 파괴했다. 모두 이란이 올 4월과 이달 1일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 쓴 무기를 제조한 공장으로 알려졌다. 보복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도 확전은 막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다만 미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이번 공격으로 이란산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연료 혼합 시설이 상당 부분 파괴돼 이란의 미사일 비축 능력이 크게 손상됐다고 전했다. 특히 파괴된 연료 혼합 시설의 상당 부분은 이란이 직접 생산할 수 없고 중국 등 해외에서 들여와야 하는 터라 복구에 최소 1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다.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등에 대한 미사일 지원 또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가디언 “하메네이, 당장 재보복 의사는 없는 듯”
이란군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번 공격으로 최소 4명의 군인이 숨졌다. 하메네이는 27일 테헤란에서 열린 이들의 추모식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의 악행을 과장하거나 얕잡아보면 안 된다”는 원론적 발언만 내놨다.
영국 가디언 등은 하메네이의 이 발언을 두고 “이란이 곧바로 재보복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P통신 또한 테헤란 시민들이 동요 없이 일상생활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군사 목표물만 공격한 것 같다”며 “내 희망은 (양측의 보복이) 이걸로 끝나는 것”이라고 했다. 해리스 후보도 “지역의 긴장 완화가 우리의 확고한 입장”이라며 이란의 재보복을 만류했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도 계속했다. 26일에만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 일대를 공습해 70여 명의 헤즈볼라 조직원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한편 27일 텔아비브 북부 글릴롯의 한 정류소에서는 테러로 의심되는 공격도 발생했다. 이 정류소에 버스가 정차한 직후 뒤에서 달려오던 트럭 운전자가 고의로 버스를 들이박았다. 이 사고로 3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중 6명이 중상자이며 특히 1명은 위독한 상태라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전했다.
글릴롯은 이스라엘군 8200 정보부대 등이 배치된 곳이다. 운전자는 현장에서 총기를 소지한 시민에 의해 살해됐다. 당국은 테러 공격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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