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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국제질서 흔드는 북한군 파병…김정은의 승부수인가, 자충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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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대결 피하고 파병 가능성…미 대선 염두 전략적 선택일 수도

한국 정부 대책의 실효성 문제…한반도 영향 분석 뒤 대응 나서야

경향신문

북한이 지난 6월 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최고훈장인 ‘김일성훈장’을 수여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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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한반도 내 ‘적대적 두 국가’를 선언한 북한의 움직임이 국제사회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대통령선거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군이 러시아로 ‘파병’됐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시기, 방식, 기대 효과 등이 모두 계산된 모양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장한 ‘두 국가론’, 지난 6월 북한이 러시아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북한의 ‘사회주의헌법 개정’ 등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일련의 사건들은 북한이 단순히 군사적 의미를 넘어 외교, 경제, 국제질서 등을 고려한 북한판 대전략(Grand Strategy)을 가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 파병을 통해 국제사회가 참여하는 ‘거대한 체스판’ 위로 단박에 올라섰다. ‘고립의 탈피’는 ‘진영화’를 통해 가능하다는 국제사회 작동원리를 이용했다. 경제 제재, 하노이 회담 실패, 한국의 정권 교체, 외교적 고립 등을 거친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의 연대를 통해 존재감을 확보했다. 북한 독재 정권 존속을 목적으로 한 ‘진영화’가 열강이 대거 휘말릴 수 있는 국제전 가능성을 연 것이다. 당장 후방지원을 담당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미국은 대응에 나서야 할 상황이다. 한국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더 이상 남 일이 아닌 게 됐다. 이로써 북한을 고립시켜 힘으로 억제한다는 윤석열 정부 정책에도 구멍이 뚫렸다.

북한군 3000명은 누구인가


“북한 특수부대원이 러시아군에 현재까지 약 3000명 파병됐고, 오는 12월까지 파병 규모가 총 1만여명이 될 것이다.” 지난 10월 23일 조태용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해 밝힌 정보다. 같은 날 북한군 파병을 두고 ‘조사 중’이라는 미국 정부의 태도도 ‘증거가 있다’로 바뀌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직접 “DPRK(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병력이 러시아에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파병 목적을 두고는 “두고 봐야 한다. 이는 우리가 가려내야 할(sort out) 문제”라고 답했다.

신중한 미국 정부 측 속내와 별개로 파병과 전투 참여를 구분하는 오스틴 장관의 접근에는 일리가 있다. 군사전문가인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일반적으로 파병은 역할에 따라 크게 2~3개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며 “하나는 대표적으로 떠올리는 전투병이고, 또 다른 하나는 후방에서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지원군 역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러시아에 다양한 무기를 지원했는데 이중에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라고 불리는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포함돼 있다. 이를 운용하기 위한 일부 기술 인력 역시 러시아로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 역시 넓게 보아 파병 개념에 속한다. 이들 외에도 북한군이 러시아에 이미 파병돼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지난해 러시아 내 소식통으로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인민군 공병국(건설여단) 병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이 후방에서 전쟁 지원 역할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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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러시아 보급품을 받고 있다고 공개한 영상./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X(구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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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 국정원장이 밝힌 북한군 3000명이 무엇을 하는 부대냐에 따라 파병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북한이 직접 전투에 참전해 국제문제를 일으킬 것인가와도 직결된다. 국회에서 나온 정보에 따르면 파병된 북한군은 ‘폭풍군단’으로 불리는 특수작전군 예하 11군단이다. 일반 부대에 비해 가볍게 무장해 기동력을 살린 ‘경보병여단’이 주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요 역할은 후방에 침투해 교란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들 역할에 더욱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이다. 조 위원은 “북한이 파병했다는 특수부대의 주 임무는 후방 침투 및 교란인데 러시아어도 못하는 병사들이 후방에 침투해서 무슨 역할을 하겠느냐”며 “이들을 전방에 배치하더라도 북한에서 훈련받은 이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제대로 싸울 수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전투에 투입될 경우 포로로 붙잡히거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데 그게 오히려 러시아, 북한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보는 분석도 나온다. 두 실장은 “전쟁 패러다임이 바뀐 만큼 러시아에 투입됐다고 알려진 3000명의 역할은 전선에 바로 투입되는 것이 아닌, 이후 들어올 본대를 위한 사전 준비 병력에 가까울 것”이라며 “크게 러시아군과 협력해 전투를 이끌 지휘부와 러시아군에게 군사작전에 필요한 표준화된 전시교육을 받고 향후 북한군 본대를 교육할 선발대로 구성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군은 드론 운용, 대드론 방어 체계 등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인데 이대로 전선에 투입되면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선발대가 이를 북한군에 교육할 수 있을 정도로 숙지하고, 임무 수행이 가능할지 검증하는 데만 올해가 다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석을 종합하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을 즉시 전력으로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전쟁 양상이 화력, 공습 등으로 비중이 옮겨지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실제로 국정원도 북한군 1만여명 파병이 완료되는 시점을 올해 12월로 예측했다. ‘파병’이 아닌 파병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미국 대선을 10여일 앞두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공개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미다.

북한군 파병은 무엇을 노렸나


올해 북한은 주요 국면마다 정부와 전문가들 예측을 벗어났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10월 7~8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한국식 ‘국회’) 결과다. 애초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대적으로 헌법을 개정하고 발표할 것이라 예측했다. 그러나 최고인민회의가 종료된 후에도 헌법 개정과 관련한 북한의 특별한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대신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 등을 끊고 요새화 작업만 진행했다. “한국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김 위원장 발언이 ‘실질적 조치’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7차 핵실험과 같은 대규모 도발이 진행될 것이란 예측 역시 빗나가고 있다. 이는 이른바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과 그 대응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0월 11일 ‘외무성 중대성명’으로 “한국이 지난 (10월)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수많은 반공화국 정치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10월 15일에는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명의의 담화에서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고, 10월 19일에는 노동신문을 통해 ‘무인기 잔해’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위협 발언의 수위는 계속 올라갔다. 하지만 “군사적 수단의 침범행위가 ‘또다시’ 발견, 확정될 때”라는 전제가 붙었다. 당장 보복할 것처럼 열을 올렸지만 실상 발언의 방점은 ‘재발을 방지하라’는 요구에 찍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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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10월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왼쪽)/아스트라(ASTRA) 텔레그램 채널 갈무리. CNN은 지난 10월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한 러시아가 파병된 북한 군인에게 군복과 군화 등 보급품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한글 설문지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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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국과의 직접 대결을 피하고 선택한 것은 러시아 파병인 것으로 기정사실화 됐다. 지난 10월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하루 뒤인 25일에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는 김정규 북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의 발언을 실었다. 이로써 국면은 파병을 ‘했나, 안 했나’에서 ‘왜 했는가’로 전환됐다.

북한은 파병이라는 전략 변화를 통해 국제질서 변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북한과 한·미동맹 사이에 형성된 전선을 러시아를 포함한 지역 전선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통해 가장 얻고자 하는 것은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같은 확고한 군사동맹”이라며 “북한 정예군이 파병될수록 유사시 러시아 역시 이에 상응하는 지원 및 협력을 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북한을 상대로 했던 한·미동맹이 이제 북·러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러 밀착이 파생할 국제질서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두 실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파병으로 인해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은 ‘안보우산 확약’, 쉽게 말해 러시아의 확장억제 제공”이라며 “이는 북한이 사실상 핵을 보유했음에도 미국의 압박을 받는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안보의 장기적·질적 강화를 위해 정예 전력이 러시아로 빠져나가는 등의 단기적·양적 약화를 감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이러한 선택을 단순히 ‘도박’으로 치부하기도 어렵다.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문제와 엮이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당선을 바랄 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후보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입장은 ‘조건 없는 빠른 종전’이다. 이 경우 이미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 혹은 전부가 러시아로 귀속된 채 전쟁이 끝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은 중동과 유럽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의 동아시아 정책도 실패한 것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대선에 나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겐 악재가 나타난 셈이다. 북한 파병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시종일관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이와 연관 지어볼 수 있다. 두 실장은 “미국 정부는 지금 전략적 인내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며 “북한 파병과 관련한 명확한 확인과 후속 조치는 결국 미국 대선이 끝나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만큼 주요 강국들 역시 해당 기조를 따라가고 있다. 차기 미국 정부의 입장을 알 수 없다는 점, 상관도 없는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국제사회 ‘진영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실제로 이를 벗어나 파병된 북한군에 대한 공격 의사까지 밝히고 있는 나라는 10월 25일 기준, 딱 두 나라밖에 없다. 전쟁 당사자 우크라이나 그리고 한국이다.

북한군 파병, 정부가 막을 수는 있나


“북한군 파병 문제와 관련해 전 세계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95%가 우크라이나발이고, 나머지 5%가 용산발이다.” 지난 10월 23일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 당사자인 우크라이나가 급한 것은 이해되지만 미국이나 나토조차 파병 규모, 목적을 두고 신중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먼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왜 정부가 앞장서서 전쟁에 휘말리겠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미국과 나토가 북한 파병을 확인하기 전인 지난 10월 22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정부는 북한의 전투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 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인 대응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용 무기 지원’ 가능성이 여기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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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 지난 10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 현안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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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파병은 중·장기적으로 한국 안보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문제는 정부 대책의 적확성·실효성이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과 북한군 파병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가 설명되지 않는다. 해당 조치가 북한 외에 러시아라는 새로운 적대국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반면 한국이 언제, 어느 정도 규모의 무기를 지원할 때 북한군 파병이 ‘왜’ 멈추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정부 역시 ‘살상무기 지원’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억제력을 발휘하는지 설명한 바 없다.

무기 지원에 사용할 예산, 지원에 따른 안보 공백 등이 검토된 것인지 역시 확실치 않다. 게다가 해당 조치는 사실상의 참전이다.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인지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한 군사 전문가는 “그냥 NSC에 소수가 모여서 ‘그럼 우리 이렇게 한 번 해볼까요’하고 발표한 수준 아니냐”며 “윤 대통령까지 ‘살상 무기’ 지원을 말할 정도면 왜 우리가 전쟁에 개입해야 하고, 어떻게 억제력을 발휘할 것인지 정도는 논리적 설명이 가능해야 하는데 아무런 근거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 발언만 보면 이제 한국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당사자다”고 덧붙였다.

대책의 실효성이 비판 받는 것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정부는 인천 강화군 등 북한 접경지역에 울려 퍼지는 대남 확성기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 지역 주민들은 지난 10월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을 찾아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도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을 억제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수의 군사·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이 문제는 북한 전문가가 아닌 국내 정치 전문가들에게 물어보라”고 답변했다. 안보 문제를 넘어선 정치 문제가 엮여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 전문가들은 해당 문제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설명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정치학에는 랠리 이팩트(rally effect)라는 것이 있는데 외부 위협이 발생하면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국민이 결집하는 현상이다”며 “김건희 여사 문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정부가 지지층을 묶고, 내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북한 문제에 강경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업체 리서치뷰의 안일원 대표는 “2030 남성층을 중심으로 안보 문제에 대해 보수적 경향을 보이는 만큼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지지율 추가 하락은 막을 수 있다”면서도 “이미 북한과 정부를 적대적 공생 관계로 인식하는 국민이 많은 상황에서 북한군 파병 문제가 민생 악화, 김건희 여사 문제, 한동훈 대표와의 갈등 문제까지 덮을 수 있을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대남 확성기 등의 일상 문제,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안보 불안 등에 지친 국민은 주구장창 북한 문제만 붙잡고 키우는 정부에 반감만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보 문제의 국내 정치화는 정부가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을 힘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줄곧 피력해왔다. 그사이 북한은 ‘진영화’를 선택하며 남북 대립을 별개의 국가, 진영 간 대결로 변모시켰다. 상황은 변했다. 정부가 말해 온 고립과 억제에도 구멍이 뚫렸다.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정부가 내세운 것은 사실상의 ‘전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24일 “저와 대한민국이 이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홍 위원은 “아직 미국 정부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정해지지 않았고, 차기 정부의 입장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러동맹이 앞으로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부터 면밀히 분석한 뒤 대응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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