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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스코어보드-과방위(종합)] '과학기술' 소외된 국감...정쟁과 상처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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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4 국정감사]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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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김우영(민), 김현(민), 노종면(민), 박민규(민), 이정헌(민), 이훈기(민), 정동영(민), 조인철(민), 한민수(민), 황정아(민), 김장겸(국), 박정훈(국), 신성범(국), 이상휘(국), 최수진(국), 최형두(국), 이준석(개), 이해민(조), 최민희(민, 위원장)

지난 7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진행된 22대 국회 첫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듯했다. 방송 이슈와 관련된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날엔 '극한 정쟁'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반대로 과학기술 분야 국정감사가 진행되는 날엔 여야가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의 정책 질의에 집중했다.

올해 과방위 국감에선 이정헌·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충권·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이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다양한 정책 질의를 선보였다.

이정헌 민주당 의원은 정쟁 국감이 주를 이룬 환경에서도 정책 질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특히 피감기관의 반응을 효과적으로 끌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8일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감에서 이 의원은 의대 입시 열풍 등 이슈에서 착안한 전수조사를 통해 과학기술인재 이탈 문제를 꼬집고 우정사업본부가 도입한 초소형 전기차의 안전 문제를 진단했다. 10일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울산 울주 새울 원전과 근접한 거리에서 드론을 띄운 영상을 공개하며 원전 보안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의원은 방송 이슈와 관련해선 지역 민영방송에 집중했다. 이 의원은 SM그룹이 UBC 울산방송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 방송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방통위의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또 7일과 25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불출석한 우오현 SM그룹 회장의 불출석 사유 허위 의혹을 제기하며 우 회장을 고발하기로 하는 데 여당의 동의도 얻어냈다.

민주당에 이 의원이 있다면 국민의힘엔 박충권 의원이 있었다. 박 의원은 구글의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료가 국내에서만 5년 사이 71% 인상돼 주요국과 역차별 문제가 우려된다며 소비자를 위한 다양한 요금제가 출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갑질과 조세회피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에어로)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사이 지식재산권 분쟁 이슈를 꺼내며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호응도 끌어냈다.

여당이 줄곧 주장해 온 방송통신위원회 정상화에 대해선 정쟁을 유발해 온 기존 논리와 달리 실생활적인 측면에서 근거를 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의원은 딥페이크 성범죄 피해의 증가를 강조하며 방통위 기능 마비로 인해 문제에 대한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국감장 분위기를 띄우는 질의를 선보였다. 1분 만에 직접 자신의 딥페이크 영상을 만드는 모습을 시연해 누구나 쉽게 딥페이크 영상을 만들고 유포할 위험이 있음을 경고했다. 야당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의원은 24일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권을 박탈한 최민희 과방위원장을 향해 "개별 국회의원의 발언권을 누가 무슨 권리로 박탈하느냐. 기가 막힌다"며 "국회의원에게 발언권을 뺏는 것은 군인의 군복을 벗기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며 홀로 국감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한민수 민주당 의원은 특유의 입담과 전달력으로 '생활밀착형' 질의에 두각을 나타냈다. 한 의원은 전국의 도로와 철도 터널, 지하철 등에서 재난방송 수신 환경이 여전히 불량함을 지적하며 재난방송 수신 환경 개선 필요성을 방통위에 강조했다. 또 불법스팸에 대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는 속도가 더디다며 문자 재판매사가 우후죽순 생기는 통로를 막을 대책을 요구했다. 불법 스팸 방지를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발의도 예고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 내내 꼼꼼한 자료 수집과 분석이 돋보였다. 특히 LTE 요금제가 5G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발생한 점을 종합감사 때까지 끌고 왔다. 25일 종합감사에 출석한 김영섭 KT 대표는 최 의원의 질의에 요금제를 통합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속한 인천에서 시민들과 함께 지역 통신서비스 품질 평가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5G 품질 개선을 요구했다. 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 관련, 윤태양 삼성전자 최고안전책임자와 재해자 이용규 씨에 번갈아 질의를 하며 해당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키즈폰에 미사용 번호를 우선 배정해 음란·도박 등 불법 스팸 문자가 아이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이통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작업을 유도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김형숙 한양대 공대 교수가 윤석열 정부에서 수십억 원의 증액된 R&D(연구·개발) 예산을 지원받은 것 등에 대해 'R&D 카르텔'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한편 이번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방송 이슈만 등장하면 곧바로 으르렁거리며 파행하는 모습을 반복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과방위가 방송 이슈에 집중한 탓에 과학기술 이슈가 소외됐단 지적도 나왔다. 통상 하루로 묶어서 진행하던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국정감사 등이 7일과 21일 각각 나뉘어 진행되며 정쟁을 벌였지만, 과기정통부 직할·연구기관 53곳에 대한 국정감사는 17일 단 하루 '벼락치기'로 이뤄졌다.

국정감사를 보는 사람들 얼굴이 찌푸려지는 장면도 꾸준히 등장했다. 15일 YTN·TBS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선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을 출석한 뉴진스 '하니'를 따로 만나며 최 위원장과 여당 의원들이 설전을 벌였다. 최 위원장은 이날 하니가 국회에 출석하는 순간 국회 본관 출입문 앞에 기다리다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24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종합감사에선 고성과 욕설, 파행 등 천태만상을 빚으며 얼룩진 모습을 보였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질의 서두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이 발표한 '열정적인 국감인가 과도한 갑질인가'라는 보도자료를 언급하며 "최민희 과방위원장님이 전체 의원 감사 시간의 질문 20%를 차지한다"고 비판했고, 최 위원장은 "갑질이라는 표현을 묵과할 수 없다"며 발언을 중지시켰다. 이후 이날 내내 질의권을 박탈당한 최수진 의원은 약 20분 동안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들이 '최민희 독재과방위 발언권 보장하라'는 팻말을 붙이자 최 위원장은 정회를 반복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 의원 질의를 제지한 이유로 최 위원장 징계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겸 부위원장의 입에선 욕설도 나왔다. 24일 국정감사에선 방문진 직원 한 명이 땀을 홀리며 쓰러졌고 응급조치를 지켜보던 김 직무대행은 "아 이 씨X 사람을 죽이네 죽여 이X"라고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반발로 고성이 오가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김 직무대행을 향해 "인마, 이 자식아, 법관 출신 주제에, 이 새X" 등의 욕설을 했다. 이후 과방위 야당 위원들은 김 직무대행을 국회 모욕의 죄로 고발하기로 했다.

한편 머니투데이 더300[the300] 국감 스코어보드의 평가 기준은 △정책 전문성 △이슈 파이팅 △국감 준비도 △독창성 △국감 매너 등이다. 상임위별 이슈·현안 관련 전문성과 발언의 적절성, 고성·욕설·막말 여부, 성실성 등을 따진다.

박상곤 기자 gonee@mt.co.kr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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