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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2만원 치킨, 팔 때마다 600원 손해"...'무료배달' 내건 쿠팡이츠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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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13일 서울 시내에서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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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상생협의체 논의 내용/그래픽=김지영


'무료배달' 정책을 펴고 있는 쿠팡이츠가 딜레마에 빠졌다. 쿠팡이츠가 입점 업체들의 배달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까지 낮출 경우 5년간 이어져온 적자 폭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쿠팡이츠는 배달앱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중개 수수료를 절반으로 낮추는 대신 배달비 인하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4일 정부부처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전날 열린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8차 회의에서 5%의 중개수수료를 제시했다. 기존 수수료율 9.8%를 절반으로 깎아 모든 입점업체에게 동등하게 수수료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쿠팡이츠는 협의체 측에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쿠팡이츠는 배달료를 입점업주 단체와 배달라이더 단체가 협의한 금액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입점 업체들이 배달업계와 배달비 인하논의를 함께 진행해달라는 요구다.

현재 쿠팡이츠는 유료멤버십 와우회원들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료는 통상 지방의 경우 3000~3500원, 수도권은 4000~4500원 수준인데 입점업주가 2900원(서울 기준)만 부담하면 나머지 차액은 쿠팡이츠가 부담해왔다. 이 지급비용을 입점단체와 배달라이더 단체가 협의한 금액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쿠팡이츠 측은 회의 후 "일각에서 제기된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배달비를 입점업체에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쿠팡이츠가 이같은 방안을 제시한 이유는 2019년부터 이어져온 만성 적자 탓이다. 고객이 쿠팡이츠에서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할 경우 쿠팡이츠가 받는 수수료는 현재 1960원(수수료 9.8%)이다. 수수료를 5%로 낮출 경우 쿠팡이츠가 가져가는 수수료는 1000원이다. 배달료가 4500원이라고 가정하면 약 1600원을 쿠팡이츠가 부담하게 되는데 결국 쿠팡이츠는 주문 한건당 600원의 역마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치킨 100마리 주문이 들어오면 6만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팔면팔수록 쿠팡이츠가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배달료 외에도 수수료 수입으로 고객응대는 물론 영업과 마케팅, 앱 운영 비용과 인건비 등 사업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 수수료 1000원을 받아 배달기사 비용까지 모두 지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2위 사업자인 쿠팡이츠의 '딜레마'는 여기서 비롯됐다.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수수료를 인하하자니 손실폭이 너무 커지고 그렇다고 시장확대를 위해 공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무료배달 정책을 철회하기도 부담이다. 쿠팡이츠가 수수료를 절반으로 인하하는 대신 배달비를 입접업주들과 배달업계가 협의해달라고 요구한 이유다. 배달산업에서 중개 수수료와 배달비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상생협의체에서 여기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1위 업체인 배달의민족은 입점 업체들의 매출에 따라 수수료율을 2~9.8% 차등적용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매출 상위 60%에는 현재와 같이 9.8%의 수수료를 적용하고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 인하된 수수료를 차등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3사의 경영 상황이 확연히 다르고, 쿠팡이츠, 요기요 등 2~3위 업체들은 적자를 면치못하고 있다"며 "수천억대 이익을 내는 업체와 만성적자를 낸 기업의 경영 수준을 고려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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