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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윗층 생각하면 이 갈려”…살인 부르는 층간소음, 코로나 이후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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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간접흡연 5년간 46만건 민원접수
정부 대책도 무용지물
“처리 기간 늦고 조정성립률도 낮아”


매일경제

층간소음 자제를 촉구하는 공익광고 [사진 = 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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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경기수원지법에서는 층간소음 문제로 다투다 10대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특수상해 혐의를 받는 50대 A씨가 징역1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22일에는 대전지법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가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담벼락을 두고 옆집에 살던 B씨(40)로부터 담배를 밖에 나가서 피워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격분해 흉기로 B씨를 살해하려던 사건이다.

‘층간소음’ 문제가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웃 주민간 갈등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7월까지의 층간소음 민원접수는 28만5848건, 간접흡연은 17만5222건이 접수됐다. 총 46만1070건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23만3770건에 대해 피해확인 권고발부가 이뤄졌다.

이 같은 피해 접수는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2019년 3만682건 대비 1만 건 증가) 크게 늘었다. 실내 생활 증가와 재택근무의 활성화 등으로 인해 거주공간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일상이 회복된 이후 오히려 폭증했다는 것이다. 2022년 층간소음으로 민원접수는 5만2034건, 간접흡연은 3만2352건. 지난해에는 층간소음 7만119건, 간접흡연 4만1840건의 민원접수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지난해 수치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말 기준 층간소음에 대한 민원접수는 3만9333건, 간접흡연은 2만3382건 접수됐다. 이 중 실제 조사가 이뤄진 건 각각 2만3055건, 1만764건 수준이었다.

이처럼 관련 민원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기본적으로 아파트 거주 비율이 절반을 넘긴 상황(2022년 기준 51.9%)에서 이전에 용인하던 불편함도 민원접수의 대상이 된다. 관련 접수창구가 다양해진 점도 민원 증가에 한몫한 거승로 보인다.

국토부는 층간소음 문제 등에 대응하기 위해 건축 기준 등을 높이고 있다.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소음 허가 기준을 높여, 시공 때 방음 성능을 향상한다는 목표다. 구축에 대해서는 리모델링 시 층간소음 저감되는 고성능 바닥구조 사용시 비용 융자 사업, 거주 가구 내 흡음을 위한 매트 지원 사업 등도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무용지물이란 평가다. 국토부가 지난해 연말 내놓은 새로 짓는 아파트는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자체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하게 하는 등의 대책은 주택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해를 넘겨 지금까지 관련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토부는 리모델링 사업에 지난해 40억원, 이번 해에는 12억원의 예산을 책정했으나 관련 예산 집행은 한 건도 없었다. 내년부터는 아예 폐지될 예정이다. 층간소음 저감 매트 지원 사업 실적도 저조하다. 국토부는 지난해 5000가구에 매트 설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예산 150억원을 편성했으나, 44건 지원(1억1100만원)에 그쳤다. 집행률이 0.74% 수준이다.

국토부가 ‘층간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중인 ‘층간소음 분쟁조정위원회’도 평균 소요기간과 조정 성립률은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의 층간소음 분쟁조정 현황 자료를 보면 층간소음 분쟁 조정의 평균 소요기간은 약 70일이다. 현행법상 분쟁조정위에서는 조정절차를 개시한 날부터 30일 이내에 그 절차를 완료한 뒤 조정안을 작성해 지체 없이 이를 각 당사자에게 제시해야 하지만 이보다 두 배가 넘는 기간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도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최근 6년(2019~2024년 8월) 층간소음 분쟁조정 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부터 올 8월까지 신청된 총 198건 가운데 조정이 성립된 건수는 40건(20.2%)에 불과하다.

조정 성립건수도 매년 줄고 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총 25→ 11건(44%), 2020년 31→ 13건(41.9%)이 성립되며 40%대의 조정 성립률을 보였지만 이후 조정성립 건수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이후에는 2021년 21.4%(28→ 6건), 2022년 6.7%(45→ 3건), 2023년 7.5%(40→ 3건) 등으로 집계됐다.

조정제도는 중립적인 제3자(국토부)가 쌍방 동의 아래 상호 양해를 바탕으로 당사자들끼리 협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주적 분쟁 해결방법이지만 층간소음 문제는 이 같은 분쟁조정 방식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반면 경찰에 접수되는 층간소음 신고 건수는 최대 4000건대까지 치솟았다. 경찰청의 ‘최근 1년 월별 층간소음 신고현황’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신고건수는 지난해 9월 2071건, 10월 3505건, 11월 3720건, 12월 4434건 등 매월 증가했다.

층간소음 문제는 단순 시비부터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까지 2차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장기화되지 않도록 국토부 분쟁조정위의 실효성을 더욱 높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윤종군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분쟁 접수 건수와 조정 실적이 현실에 비해 너무 저조하고 조정기간도 오래 걸린다”고 지적하고 “분쟁조정위 등 층간소음 대응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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