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4 (목)

친구 가입하면 돈 주는 ‘틱톡 라이트’…“사실상 SNS 다단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NS 다단계로 진화한 틱톡 라이트

해외선 금지법 통과·보상 영구 중단

“청소년 보호 위해 방관하면 안 돼”

세계일보

틱톡 라이트 로고.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중국의 숏폼(짧은 영상) 앱 ‘틱톡’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틱톡의 경량화 버전인 ‘틱톡 라이트’를 SNS 다단계로 규정하고 금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틱톡 라이트가 숏츠를 보거나 지인을 가입하게 하면 현금화할 수 있는 포인트를 주는 이벤트를 하며 회원 가입자 수를 늘리는 등 SNS 다단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틱톡 라이트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출시된 이후 현금 보상 프로그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초대에 응한 친구가 열흘간 앱에 매일 출석하면 가입을 독려한 사람과 신규로 가입한 사람 모두 6만 포인트씩 받을 수 있다. 친구 10명을 가입하게 하면 총 60만 포인트를 받는 식이다.

이외에도 20분마다 앱을 열거나 쇼츠를 시청하면 수십에서 수백 포인트가 적립된다. 모은 포인트는 ‘1포인트=1원’ 비율로 은행 계좌로 송금받거나 기프티콘으로 교환할 수 있다.

세계일보

중국 바이트댄스의 숏폼 플랫폼 틱톡. 바이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파격적인 현금 보상 서비스로 인해 틱톡 라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틱톡 라이트의 월간 활성 이용자(MAU)는 458만명으로 틱톡 이용자 수(466만명)를 맹추격했다. 틱톡 라이트 이용자 수는 국내 출시 첫 달인 지난해 12월 16만명에 불과했으나 8개월 만에 28배나 급증한 것이다.

젊은 세대에서는 틱톡 라이트를 이른바 ‘앱테크(앱+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틱톡 라이트 수익 인증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는데, 200만~300만원대의 수익부터 많게는 4개월 만에 600만원의 수익을 창출한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현금 보상 시스템이 시청 시간과 이벤트 참여 횟수에 비례하기 때문에 중독성이 심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청소년 이용자들의 중독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틱톡 라이트는 성인용으로 출시됐지만, 미성년자도 별도 인증 절차 없이 쉽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틱톡 라이트는 ‘만 14세 이상부터 가입 가능하며 포인트 교환 및 출금은 만 19세부터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걸고 있지만, 가족 명의로도 포인트 현금 교환이 가능해 청소년의 사용을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일보

아이들의 SNS 중독 관련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틱톡과 틱톡 라이트를 둘러싸고 전방위적인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13개 주와 워싱턴DC는 지난 8일(현지시간) 틱톡이 청소년 정신 건강을 해치고 있다며 각 주 법원에 소송을 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4월 틱톡 라이트의 현금 보상 제도가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에 해당한다며 조사에 들어갔고, 틱톡은 현재 유럽에서 현금 보상 프로그램을 중단시킨 상태다.

우리 정부는 틱톡과 틱톡 라이트가 가입 시 서비스 약관과 개인정보 처리 방침의 세부 내용을 볼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개인정보보호법 제22조 1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점검에 착수했다.

그러나 현금 보상 제도나 청소년 SNS 중독 규제에 대해서는 관련 법안이 없어 관리감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상휘 의원은 “친구를 초대할수록 많은 현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는 사실상 SNS판 다단계”라며 “EU가 영구 중단 조치를 내린 것처럼 우리나라도 SNS 현금 보상 프로그램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숏츠를 볼수록 돈을 준다고 하면 누가 안 보겠느냐”면서 “청소년들의 디지털 중독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부는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윤진 기자 soup@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