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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내가 쉬어도 될까?" 완벽주의자에게 찾아온 번아웃…그를 구원한 한 마디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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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 더 모먼트] 이서현 (웹툰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작가, 코칭심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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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인들의 일상 속에서 자신을 돌보는 잠깐의 '틈'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마음을 돌보는 일상의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성인 4만 4천 명을 상담했던 장재열 상담가가 자신의 삶에서 소진을 겪었던 전문가를 만나 일상 속 멈춤과 쉼의 비결에 대해 묻습니다.

인터뷰어 : 장재열 (상담가 겸 작가,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
인터뷰이 : 이서현 (웹툰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작가, 코칭심리학자)





여러분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자주 들여다보시나요?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익숙지 않은 우리들에게, 어느 날부터 동그란 캐릭터 하나가 곁에 다가왔습니다. 트위터에서부터 화제가 되어 9년째 연재되고 있는 심리학 그림일기, ‘서늘한 여름밤 심리학 썰’이죠.

아마 이름은 몰라도 한 번쯤 캐릭터는 만나보신 적 있을 겁니다.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가감 없이 자신의 불안과 완벽주의, 그리고 상처와 회복의 과정을 담담히 꺼내어 놓는 그림일기의 작가이자 코칭 심리학자인 서밤 작가, 이서현 님을 만났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수십만 명의 ‘트친’과 ‘인친’에게 자신의 나약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그 솔직한 고백과 성찰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리고 그 솔직한 자신과의 대화 속에서 깨달은 것들은 무엇인지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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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열(이하 장) :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서현(이하 이) :
저는 코칭 심리학을 공부하고, 마음과 관계에 대해서 그림일기를 그리는 작가, 서늘한 여름밤 서밤입니다. 블로그에서부터 시작해서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까지 꾸준히 그림일기를 연재하며 여러분을 뵙고 있네요.

장 : 심리학이나 마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작가님의 실물은 처음 보더라도 만화 속 캐릭터는 한 번쯤 다들 보셨을 것 같은데요. 이 캐릭터는 어디서 모티브를 딴 건가요?

이 :
사실 제가 미술 전공자가 아니거든요. 심리학 전공자잖아요. 그래서 그림에 익숙지 않다 보니 가장 그리기 쉬운 형태를 찾다가 이렇게 그리게 됐어요.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단순한 형태라서 더 많이들 이입하고 편안하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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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현 작가의 만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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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 그러고 보면 이 캐릭터를 처음 본 게 2010년대였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만 9년째 꾸준히 그림일기를 연재하고 계시는 데, 코칭 심리학 박사과정도 하고 계시고, 현직 코치로도 활동하고 계시고, 강연도 다니시고.... 참 바쁜 일상을 살고 계실 텐데. 이 코너명처럼 ‘오프’하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이 :
그럼요. 저는 일상 속의 멈춤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림일기 연재도 연재지만, 박사과정 연구라는 게 참 마라톤 같다고 느껴져서 잠깐씩 멈추지 않으면 오히려 지속하기 힘든 과업이라고 느끼거든요. 그래서 저는 저녁 9시 이후로는 생각 안 하기를 실천하고 있어요.

장 : 생각을 안 해야지, 한다고 바로 되나요?

이 : 물론 쉽지 않아요. 저도 생각 안 하기 훈련을 꾸준히 오래 해왔어요. 저녁 9시가 넘어도 때때로 논문 생각이나 일 생각이 나요. ‘아까 그 부분 이렇게 수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식으로요. 그럴 때 안 해야지! 하고 멈출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다른 생각으로 덮는 거예요. 업무적인 생각 위에 일상적인 생각을 덧대는 거죠. 넷플릭스 뭐 좀 볼까? 음악을 좀 들을까? 내일 아침에 뭘 차려 먹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가장 좋은 건 지금 느껴지는 ‘감각’을 느끼는 건데요. 누워있다면 등의 감각, 앉아 있다면 발의 감각 같은 것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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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 그림일기를 오래 봐온 독자로서 작가님이 불안도 굉장히 높으신 편이고, 생각이 정말 많은 성격인 거로 알거든요. 처음부터 이렇게 온·오프가 잘 되는 편은 아니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이 : 석사를 졸업하고 한참 심리상담센터의 대표로 제 사업을 할 때는 정말 멈추질 못했어요. 그림일기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을 때였고, 강연 요청이나 외부의 연락도 많았고 그 가운데서 나에게 쉼을 주질 못했어요. 누군가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잠깐 쉬다가도 ‘내가 쉬어도 돼?’ ‘이러고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밤 11시, 12시까지 매일 계속 일을 했어요. 그러다 번아웃이 온 거죠.

장 : 자신의 번아웃은 어떻게 알아차리게 됐나요? 그리고 가장 먼저 어떻게 대처했나요?

이 : 저는 짜증이 엄청났어요. 정말 만사가 짜증 나(웃음). 사람들이 나에게 조금만 뭐라고 이야기해도 폭발할 것 같고, 남편한테도 정말 짜증을 많이 내고, 밖에서 꾹꾹 참다가 내 주변 사람에게 계속 폭발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은 나 자신에게 폭발하고 있는 거더라고요. 내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안 들고 짜증이 나더니, 어느 날은 제가 저를 거꾸로 들고 성냥에 불 붙이듯이 아스팔트에 저를 긁어버리는 상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일차적인 신호를 느꼈죠. ‘아, 나 뭔가 이상한데’라고요. 그리고 또 한 번은 아주 아무 일 없는 보통의 날이었는데, 소파에 잠깐 누웠는데. 못 일어나겠는 거예요. 몇 시간이고 못 일어나겠는 그 느낌에서 또 한 번 ‘나 지금 뭔가 이상하다’라고 신호를 알아차릴 수 있었죠. 그래서 제가 한 것은 그림일기를 계속 그리는 거였어요. 저에게는 가장 일상적인 일이고, 솔직해질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걸로 제 안의 독소를 빼는 과정이랄까요. 또 심리상담도 받았고요.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연습이 필요하구나’를 깨닫게 됐어요. 아주 일상적인 표현이지만, 실제로 행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장 : 정말 그렇네요. 익숙하지만, 막상 하고 있냐? 물어보면 주춤하게 되는 느낌이에요. 그 이유가 머리로는 알겠는데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감’이 안 와서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데요. 나에게 친절해진다는 것, 어떻게 이해하면 좀 더 잘 와닿을 수 있을까요?

이 : 내가 가장 사랑하는 존재를 떠올려보는 거예요. 그 존재가 지금 나 같은 상황이라면 아는 뭐라고 말해줄까? 그걸 나한테 해주는 거죠. 어떤 분들은 사랑하는 존재를 이야기할 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하세요. 그러면 저는 반려동물도 좋다. 어떤 존재이든 좋다고 말하거든요.

장 : 그러고 보니 저도 사람보다는 우리 집 반려견 튼튼이를 제일 먼저 떠올렸네요.

이 : 그 튼튼이, 어떻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잘 먹고, 즐겁게 공놀이하고, 산책 자주 하고, 편안하게 살아가길 바라실 거예요. 대단한 걸 바라지 않거든요. 그 정도의 안녕을 나에게도 적용해 주는 거, 그게 저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거. 아주 기초적인 안녕을 돌봐주는 거요. “밥 잘 먹고, 잘 자고, 똥만 잘 싸도 돼. 그 정도만 해도 이미 잘 지내고 있는 거야. 이미 잘하고 있어.”라고 나에게 관대해지고 친절해지는 건데. 이게 처음에 어려워요. 익숙지 않고, 잘 받아들여지지 않거든요.

그럴 때, 마치 약을 먹다가 잘 안 들으면 용량 올리듯이 더 자주, 빈번하게 하는 거예요. 포스트잇을 사용해서 여기저기 눈 닿는 곳에 붙여두어도 좋거든요. 저는 실제로 사업이 안 좋게 끝나고 접고 나서, 자신을 책망하고 싶었던 시간에 오히려 더 관대해지고, ‘한량’처럼 지내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냥 카페 가고, 그 순간에 뭘 하고 싶은지 욕구를 자꾸 찾으려 하고. 그러면서 생각이 점점 바뀌더라고요. ‘어차피 사업은 망했고, 미래는 알 수 없다. 잘됐다. 어차피 이제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냥 시간을 흘려보냈어요.

장 : 그러다가 다시 일하는 나로 궤도에 올라오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이 : 정말 별것 아니었어요. 제 석사과정 동기가 항상 ‘박사는 힘드니까 우리 같이 가서 서로 의지하며 해보자’고 말하곤 했는데, 때마침 같이 가자고 연락이 온 거예요. 사업은 망하면 다른 사람의 인생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지만, 박사과정은 중도 포기하면 나 혼자 망하는 거잖아요. 아니 망하는 것도 아니죠, 뭐. 안 맞으면 한 학기만 하고 나오자. 이건 언제든 그만둘 수 있잖아,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것이 오히려 좋았던 점 같아요.

장 : 이 많은 과정에서 그림일기를 연재하는 것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치거나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진 않았나요? 타인을 실망하게 할지 걱정도 많이 하시고,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시는 작가님의 기질을 자주 엿볼 수 있었거든요. 그런 것 치고는 꾸준히 해나가시는 동력이 궁금했어요.

이 : 세상에서 제 마음대로 되는 게 거의 없어요. 그런데 그림은 하얀 종이 위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거든요. 결국 저는 ‘자의성’이 사람에겐 정말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자유롭게 마음껏 표현할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꾸준히 할 수 있었지요. 물론 댓글에 상처받는 순간은 많아요. 하지만 제 마인드는 “너 나 싫어해? 그럼 난 네 앞에 계속 나타날 거야”거든요 (웃음). 네가 날 망하기를 바란다면 난 네 뜻대로 되어주지 않을 거야. 망하지 않고 여기 계속 있을 거야. 날 좋아하는 사람들은 계속 내 그림일기를 봐줄 거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제가 망하지 않고 계속 존재하면 언젠가 지쳐 사라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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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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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 그런데도 언젠가 지쳐서 다시금 멈추고 싶은 순간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그때엔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작가님만의 노하우가 생겼나요?

이 : 저는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할 거야.라고, 정해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때 원하는 것을 그때도 하려고 해요. 그렇잖아요? 우리 사회는 자기를 규정하는 것에 퍽 익숙하잖아요. 나는 오렌지 주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야. 난 이걸 먹어야 행복해. 이게 내 답이야. 하지만 저는 진짜 행복한 사람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오늘은 스무디가 먹고 싶네’, ‘오늘은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당기는걸’ 그렇게 삶의 순간마다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날그날, 그 순간순간의 내 결정권을 존중하는 거죠. 지금까지는 제가 그림일기로 심리학 이야기를 하고, 코칭 심리학자로 살고 있지만 평생 할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만두고 싶어지면 그만두는 것.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는 게 노하우라면 노하우예요.

장 : 그런 현재를 직시하는 작가님이 ‘현재’ 코칭을 하거나 독자와 소통하면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분들이 있다면 어떤 분들일까요? 그리고 그런 분들께 작은 변화의 팁을 주신다면?

이 : 완벽주의를 겪는 분들이 가장 마음에 쓰여요. 사실 제 연구 주제이기도 한데요. 제가 완벽주의자여서이기도 해요.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 앞에서, ‘이미 충분해요’ 이 말을 저 자신에도 해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완벽주의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기 자비의 마음이더라고요. 자비라는 것은 결국 고통에 대한 연민인데요. 내가 내 힘듦에 대해서 알아차려 주는 거죠. 세 가지 단계로 알아차릴 수 있는데, 예를 들어볼게요.

우리가 길 가다가 미아가 돼서 엉엉 우는 아이를 본다고 칩시다. 그 아이를 도우려면 첫째, 아이를 발견해야 해요. 그리고 둘째, 휴머니티가 필요해요. 아이가 우는데 ‘아이가 우네’라고만 생각하면 지나쳐버리겠죠. 아이가 무언가 힘들구나, 인지하도록 하는 게 휴머니티죠. 그리고 세 번째 실천해야 해요. 도와줘야 하는 거죠. 이게 잘 안될 수 있어요. 자기 자신에게는 혹독해지거든요. ‘고작 이 정도 한 걸 가지고 힘들어하다니’라고 생각이 빠지기 쉬워요. 그럴 땐 아까 말했듯이 나 말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라면 내가 뭐라고 할까? “차라도 한 잔 마셔” “좀 쉬었다가 해도 돼” 그걸 나에게 적용해 보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있는데요. 사실 시간이란 건 기본적으로 낭비라는 개념이 없어요. 낭비는 소유했을 때만 할 수 있는 건데, 우리는 시간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든요. 시간이 우리 소유라면 오늘은 바쁘니까 48시간을 사용하고, 내일은 10시간만 사용하고 그렇게 ‘재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만 안 되잖아요? 시간은 흘러가고 있고 우리는 우연히 그것을 향유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자본주의적 관점이 시간을 자원이라고 착각하고 강요하고 있는 것뿐이죠. 그러니 애당초 낭비하고 실패하는 시간을 정해두셨으면 좋겠어요. 하루에 잠깐이라도 허송세월 보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장 : 마지막으로, 사람 이서현은 이 삶의 순간들이 쌓여서 어떤 존재가 되고 싶나요?

이 : 저는 흥겨운 존재. 제가 원래 흥이 정말 많거든요. 그 나다운 흥을 이어가고 싶어요. 그냥 전 맛있는 것 먹으면 신나서 남편 옆에서 혼자 춤도 추고 그러고 사는 사람이거든요. 그 나의 흥을 해치지 않고, 장단 맞춰서 살아가고 싶어요. 나답게. 그거 이상 좋은 인생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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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더레코드 : 독자 참여 질의응답



1. 궁금했던 건데,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 섭외 오신 적 없나요? (by. 진아킴)

앗 첫 질문부터 빵 터졌네요. 없었습니다. (웃음)

2. 요즘 행복하세요? (by. 민경)

요즘 인간인 것 치고는 행복하지 않지만, 다행히 박사생인 것 치고는 행복하게 보내고 있습니다! 행복은 ‘즐거운 경험의 빈도’라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졸업 연구를 하면서 쉽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지만 일상 속에서 즐거운 경험을 찾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근한 이불 안에서 뒤척이는 시간, 향초를 켜놓고 음미하는 것,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만끽하는 것처럼요! 덕분에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는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라는 걸 깨달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3. 그림일기 볼 때와 인터뷰로 볼 때 다른 매력이 있으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속으로 울지만 겉으로 명랑한 척 하잖아요. 하지만 서밤님은 명랑함과 불안한 나. 다른 나의 두 모습을 굉장히 잘 다룬다? 잘 꺼내어 쓴다? 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 비결은 뭘까요? (by. he****)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기쁘네요 :) 누구나 명랑하면서도 불안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우울하지만 긍정적인 사람이기도 한 것처럼요! 그림일기를 그리며 그 모든 모습이 저라는 걸 아주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돼!” 라든가, “늘 재미있는 이야기만 하자!” 같은 생각에서 벗어나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자유롭고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었답니다. 제 구독자분들은 모두 다면적인 면을 갖춘 입체적인 분들이니, 제가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도 받아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요!

4. 연구하시면서 완벽주의자들의 공통점, 이를테면 자라온 환경이 비슷하다거나 부모의 양육 방식의 공통점이 있다거나, 대체로 맏이라거나 그런 요소들이 있나요? 제가 너무 완벽주의자인데 만약 환경적 요인이 있다면 조금 안심될 것 같아서요. 내 개인의 성격 문제 100%는 아니니까요. (by. 지으니)

당연히! 저는 완벽주의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사실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완벽주의 경향은 2000년대부터 급격히 증가했다는 연구를 봤어요. 이러한 증가는 세계 경제 위기와도 관련이 있었고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수하면 안 된다’ ‘실패하면 다음 기회가 없다’라는 불안감이 증가하게 되었고, 더불어 완벽주의 경향도 증가하게 된 것 같다는 해석입니다.

이처럼 우리의 성격 특성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며 강화될 수 있어요. 부모의 양육 태도도 마찬가지이고요. 실제로 완벽주의 연구에서는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양육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이들이 완벽주의 성향을 갖기 쉽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그러니 지금 나의 모습이 모두 나의 탓이라고 자책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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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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