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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데스크칼럼] 출연연은 지금 '임무 중지'…혼란한 과학기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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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T 이사장, 2달 넘게 임명하지 않고 있어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과학기술계는 짧은 시간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냉탕과 온탕에 몸을 번갈아 담갔다. 올해 연구개발(R&D)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2023년보다 약 14% 깎였다. 정부출연연구소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했다. 예산이 줄면서 연구 중이던 여러 과제가 중도 하차하거나 예산이 줄었다.

얼마나 심각했는지 연구비가 줄어든 한 연구자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다행히 선생님 연구는 예산이 많이 줄지는 않았습니다”라는 말에 위로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상대적으로 덜 깎인 연구자들이 가슴을 쓸어내려야 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윤석열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2023년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R&D 카르텔’이란 키워드로 과학기술계를 초토화하더니 이번엔 혁신‧도전형 R&D, 글로벌 R&D, 출연연의 기술사업화 등을 키워드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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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R&D 혁신과 도전, 글로벌, 기술사업화에 매진해야 할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신임 이사장 임명은 두 달째 감감무소식이다. 과학기술계를 제자리에 돌려놓겠다고 하면서도 관련 시스템이 무너진 상태이다.

현 김복철 NST 이사장 임기는 지난 7월 말 끝났다. NST는 지난 8월 12일 이사장추천위원회 개최하고 NST 이사장 후보로 △김영식(국립금오공과대 명예교수) △박영일(한국나노기술원 이사장) △임혜원(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등 3명을 최종 선정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추천한 바 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대통령실에 이 같은 상황을 보고하고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3명 모두를 추천했는지, 아니면 특정 인물을 추천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2개월 넘게 신임 이사장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출연연은 ‘임무 중지 중’이다.

당장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에 대한 신임 원장 선출도 늦어지고 있다. NST 신임 이사장 임명이 지연되면서 연쇄적으로 NST 관할 23개 출연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출연연의 혁신과 쇄신을 주문하면서도 출연연을 관리, 감독하는 NST 이사장 임명을 늦추는 것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머리를 갸우뚱하고 있다. 모두 ‘곧, 곧, 곧 하겠지’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유상임 장관이 오기 전에는 장관이 오면 임명되겠지 했다. 국정 감사 전에는 ‘조만간 임명되겠지’라고 내다봤다.

이번엔 국정 감사가 끝나면 임명되겠지라는 되풀이 말이 회자되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가장 기본은 인적 시스템이다. 인적 시스템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그 조직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다.

대통령실이 무엇 때문에 NST 이사장 임명을 미루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윤석열정부가 과학기술계를 대상으로 ‘R&D 카르텔’로 단죄한 뒤 내세운 혁신‧도전‧글로벌‧기술사업화라는 말은 이번 사태로 무색하게 됐다.

하루빨리 NST 이사장이 임명되고 임기가 만료됐거나 다가오는 23개 출연연 원장 선임도 서둘러야 한다.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직무 유기가 오래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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