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4 (목)

이슈 미술의 세계

덮어지지 않는 전쟁의 상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나간 시간 속에 남겨진 5개의 군상'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치 시신을 감싼 듯한 검정 비닐 5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런데 이 검은 덩어리들은 눕혀 있지 않고 세워져 있다. 이미 죽음으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못다한 이야기가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2m가 넘는 거대한 형상으로 보는 이를 압도하지만 공포스럽기보다는 구슬프다. 심승욱 작가의 설치 작품 '지나간 시간 속에 남겨진 5개의 군상'(2024)이다. 언젠가 작가가 뉴스에서 봤던 전쟁 폐허의 한 장면을 작품화한 것이다.

심 작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예컨대 밥을 먹으면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면서 뉴스를 보고 무심코 지나친다. 러시아군의 습격으로 온 마을이 쑥대밭이 돼서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는 장면을 봐도, 아기를 품에 안은 채 불에 탄 시신을 비춘 장면을 봐도 심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아 전쟁이 났구나' 하고 넘길 뿐"이라며 "이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우리가 잊어버리고, 무뎌지는 여러 가지 기억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심승욱 작가의 개인전 '흐르는 시간 속 지워지지 않는 질문들'이 오는 27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린다. 김종영미술관이 2004년부터 매년 유망 작가를 선정해 개최해온 전시 일환이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