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3 (수)

한은 금리인하 비밀 담은 '사각형 8개'…"가계빚 여전히 조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은 통화정책국, 美 시카고 연은의 '불스아이 차트' 활용

"금리인하 속도 신중…과거 인하기보다 성장·금융안정 상충"

뉴스1

(한은 블로그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배경을 각각 4개의 사각형으로 이뤄진 두 도표로 제시해 눈길을 끈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이 개발한 '불스아이 차트(The Bullseye Chart)' 분석 방식을 활용한 결과다.

이를 통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신중히 결정할 방침을 시사했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최창호 통화정책국장과 성현구 과장은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기준금리 결정 배경 및 향후 정책방향' 글에서 지난 11일 한은이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앞서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한 것이다.

이런 통화정책 기조 전환(인상기 → 인하기)은 2000년 이후 5차례 있었다.

최 국장 등은 해당 5차례 전환기를 불스아이 차트에 표시함으로써 이번 금리 인하기와 과거 4차례 인하기 사이의 차이점을 비교했다.

불스아이 차트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결정에 있어 중시하는 두 정책 변수 간 상충 정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도표로, 시카고 연은이 2000년 8월 제시한 정책 틀이다. X·Y축에 각 변수를 위치시켰을 때 어느 사분면에 점이 찍히느냐, 원점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졌느냐에 따라 변수 간 상충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번 블로그 글에서는 점이 2·4 사분면에 찍히고 원점에서 멀어질수록 상충이 큰 상황으로, 1·3 사분면이고 원점에서 멀수록 상충이 작아 금리 조정 필요성이 높고 금리 결정이 용이한 상황으로 평가된다.

뉴스1

시카고 연은의 불스아이 차트 설명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이번 금리 인하기는 물가-성장 간 상충 우려가 크지 않았다. 점이 3 사분면에 위치해 변수가 서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성장 제고를 위한 통화정책 상 조치(금리 인하)가 물가 목표를 향한 움직임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성장-가계부채 간 상충 관계를 보면 2 사분면에 해당하고 원점으로부터 거리도 멀다. 앞선 4차례 인하기가 1·3 사분면에 위치하는 것에 비하면 상충 정도가 확연히 크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위험성은 과거 인하기 때보다 줄었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우려는 오히려 커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최 국장 등은 "GDP 갭·가계부채 증가 규모 조합은 과거 인하 시작 시기는 대체로 3 사분면에 위치했지만, 이번은 2 사분면에 있어 성장·금융안정 간 상충 우려가 과거보다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 도표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이 당초 예상됐던 7~8월보다 늦은 이유를 한눈에 설명한다. 한은은 성장-물가만 보면 금리 인하를 편하게 단행할 수 있었으나, 성장-금융안정(가계부채 불안)이 상충하는 정도를 보면 내수 부진 완화를 위해 쉽사리 인하를 택할 순 없었다.

객관적 수치에 기반한 그래프를 통해 현재 우리 경제의 특수 상황을 보여줌으로써 금리 인하가 7~8월에서 10월로 늦춰진 배경을 분석적으로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국장은 "2000년 이후 통화정책 기조 전환기를 보면 긴축 기조 지속 기간이 이번에 가장 길었다"면서 "이는 높은 기준금리 유지 필요성이 컸다는 의미인 동시에 정책 기조 전환도 그만큼 어려운 결정이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칠 영향 등 성장·금융안정 상충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책 여건의 구조적 변화 가능성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앞으로의 인하 속도 등도 과거보다 신중하고 균형 있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icef08@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