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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김현욱의 글로벌 포커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조기 종전, 해리스는 중동 휴전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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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현욱 세종연구소장


미국 대선이 1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의 핵심 쟁점은 경제·이민·낙태권·외교정책 등이지만, 결국 중요한 변수는 경합주 유권자들이 얼마나 투표장에 많이 나오느냐가 선거 결과를 판가름할 것이다. 즉, 지지율이 아닌 투표율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행정부와 상원·하원 모두를 공화당이 장악하면 정책 추진이 매우 신속하면서도 획일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되면 큰 정책 변화 예고

두 후보 중에 누가 당선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미국의 대외 정책을 미리 가늠해보자. 해리스가 당선되면 바이든의 대외 정책을 상당 부분 이어받을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추진, 민주주의 체제 강조, 동맹 강화 등이 주요 기조다. 해리스는 국제 정세를 민주주의 체제와 권위주의 독재 정권의 충돌로 본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의 리더십보다 이익을 더 중시한다. 동맹국들과의 관계보다 미국을 우선시한다. 미국의 이익을 축내는 글로벌 리더십보다 동맹국들의 희생에 기반을 둔 안보 동맹 체제를 원한다. 국제 정세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재선되면 24시간 내 러시아와 타협 공언한 트럼프

해리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 제시

중국엔 다 강경…해리스 디리스킹, 트럼프 디커플링

해리스 한·미동맹 강화, 트럼프 동맹 균열 만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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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위스콘신주 브룩필드에서 선거 운동을 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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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자.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장비 지원을 지속할 것이다. 이미 15억 달러 규모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 피로감이 높아가는 상황에서 지속적 지원은 부담스럽다.

하나의 전쟁 수행의 국방 전략 속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을 얼마나 계속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주권·영토·안전이 보장되는 평화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청사진이 안 보인다.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하면 24시간 이내에 러시아와 타협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 진영은 종전안을 마련했다. 러시아가 점령한 기존 우크라이나 영토를 우크라이나가 양보하고 평화 협상에 참여해야 무기 지원과 원조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협상을 거부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지원이 증강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리스, 중동 종전 3원칙 제시

중동 정책을 보자. 2023년 10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해 바이든 정부는 초기에 이스라엘 방어권과 하마스 궤멸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는 즉각 휴전, 가자지구에 인도주의 지원 등으로 선회했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정책과 유사하다. 즉, 이스라엘이 무고한 민간인 보호를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으며, 지역의 안보와 평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자기 방어권 지지,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 강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 권고 등 ‘종전 3원칙’을 제시했다.

해리스가 당선되면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을 추진하고,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반대하며, 첨단무기의 이스라엘 수출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다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부가 유지되면 조기 휴전은 쉽지 않을 수 있다.

트럼프는 노골적 친이스라엘 성향이다. 트럼프 1기 시절에 이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다는 발언을 했고,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겼다. TV토론에서 “해리스가 당선되면 이스라엘이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스라엘의 승리를 전제로 조기 종전을 추진할 것이다.

해리스·트럼프 모두 중국엔 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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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같은 날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서 선거 유세를 한 뒤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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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책과 관련해서 양측 모두 강경하다. 바이든의 정책을 계승하는 해리스는 21세기 미·중 패권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편적 가치와 인권을 중시해 상원의원 시절에 신장(新疆) 웨이우얼 자치구 인권 옹호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중국으로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한 ‘마당은 작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 통제 원칙을 유지할 것이다. 철강·알루미늄·반도체·전기차·배터리·태양전지·의약품 등에 대한 ‘표적 관세(targeted tariff)’를 전략적으로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및 생산 장비, 양자 컴퓨팅 기술 등이 중국으로 수출되는 것에 제한을 둘 것이다. 바이든 정부의 ‘위험 완화(de-risking)’ 또는 부분적 탈동조화(decoupling)가 유지된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를 철폐하고 경제 분야에서 ‘마당은 넓게, 담장은 높게(big yard, high fence)’ 정책을 추진해 중국에 관세 60%를 물릴 것이다. 미·중의 ‘넓은 탈동조화(broad decoupling)’를 의미한다. 중국산 필수품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중국의 미국 부동산과 사업체 매입을 차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대중국 의존을 완전히 끊겠다는 것이다.

시나리오 별 해법과 대비 태세 중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한반도 정책을 보자. 해리스는 한·미 동맹에 기초해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칠 것이다. 북한 비핵화 정책을 견지하고는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무리한 북·미 직접 대화보다는 한·미·일 협력에 따른 북한 억제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다. 북한 비핵화보다 북한 위협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고, 북핵 동결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 같은 과도한 인센티브를 줄 우려가 있다. 사실상의 북핵 용인으로 갈 수도 있으며, 한·미 동맹의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 동시에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정의 재협상 가능성이 있어 한·미 동맹의 약화를 부채질할 것이다.

북한이 전투병 약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는 와중에 한·미 동맹의 약화는 대한민국 안보에 더욱 치명적이다. 우크라이나 종전이 북·러 관계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트럼프 진영의 논리에도, 북·러 동맹이 쉽게 사그라질 가능성은 미미하다.

결국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해법 마련과 철저한 대비 태세가 중요하다. 한국에 해리스는 안정을, 트럼프는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다. 변화를 기회로 만들 구체적 전략과 정책 옵션이 필요하다. 미국의 글로벌 안전보장 약화와 미국 우선주의 흐름 속에서 일본과 유럽 등은 미국과의 동맹 유지·강화와 함께 자국 능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국제 정세의 큰 변곡점을 맞아 한국의 전략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현욱 세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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