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아픈 손가락이다. 1999년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사인 코오롱티슈진에서 개발을 시작해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을 때만 해도 업계 전체가 놀라운 쾌거라며 들썩였다.
국내 의료계와 환자들의 호평 속에 미국 임상까지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19년 3월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의 주성분이 식약처에 최초 보고했던 '연골 세포'가 아닌 '신장 유래 세포'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회사 측은 식약처에 자진 신고한 뒤 판매를 중단했다. 국내에서는 지금도 판매할 수 없지만, 이후 미국에서 임상을 재개했고 현재 3상 투약까지 마쳤다.
2027년 미국에서 품목 허가를 신청하는 게 목표다. 매일경제는 최근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를 만나 '인보사의 두 번째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오롱티슈진 최고의학책임자(CMO)를 맡고 있기도 한 그는 현재 인보사 임상을 지원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1066명의 미국 환자들에게 임상 3상 투약을 완료했다. 2026년 7월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며, 특별한 이상이 없으면 2027년 상반기에 품목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임상이 재개되고 3상까지 완료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인보사의 안전성과 주성분 착오 오류에 대한 논란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매일 새벽까지 인보사 관련 국내외 뉴스를 챙겨본다고 했다. 그는 "기존에 국내에서 투여했던 환자들의 반응은 매우 좋고, 미국 임상자들 가운데서도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3상 허가가 되면 바로 상용화돼 환자들에게 혜택이 갈수 있도록 상용생산, 등록, 마케팅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도대체 어떤 약이길래 코오롱그룹이 이렇게 매달리는 것일까. 김 대표는 "의사 출신인 제가 봤을 때도 논란 때문에 없어져서는 안 될 치료제라고 생각한다. 연골 재생을 돕고 염증 반응을 낮춰주는 'TGF-베타' 단백질을 분비하는 293 세포로 이뤄진 주사제로, 한 번 맞으면 2년 정도는 환자가 통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연골 재생에 대한 임상도 진행 중이라 이 부분이 확인되면 기존에 진통제, 스테로이드 등으로 통증을 줄이는 데서 벗어나 근본적인 관절염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오롱그룹 입장에서도 포기할 수 없다.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은 인보사를 '부모님 세대와 건강하게 함께하고 싶은 인류의 소망을 이룰 수 있는 약'이라고 생각했고, 미래 신수종 사업으로 키워왔기 때문이다.
코오롱그룹은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었다. 전체 연구 기간은 20년이 넘고, 미국 임상 3상 비용만 2000억원에 달한다. 충주와 싱가포르에서 생산 준비까지 마쳤다. 만약 2~3년 안에 미국 판매가 승인되면 인보사는 개발부터 임상·생산까지 모두 국내 회사에서 진행한 국내 최초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이 될 전망이다.
세계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31년 84억달러(약 1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꼭 필요한 약인데 처음 개발할 때 주성분이 신장 유래 세포라는 것을 모르고 연골 세포라고 잘못 이름 붙인 것이 문제였다"며 "실수를 발견하고 곧바로 자발적으로 신고했고, 주성분이 중간에 바뀐 게 아니며 약의 효능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사태가 커진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신약 개발은 고통이다. 포기하지 않는 이가 승자가 된다. 매서운 채찍질도 필요하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격려와 칭찬은 물론 인내와 기다림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인보사의 상용화와 함께 지속적인 신약 개발을 바탕으로 한국 바이오 산업을 선도하는 한 축이 돼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 코오롱은 진심이며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형 기자 / 사진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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