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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K방산 수출의 핵심 T-50 항공기는 어떻게 배송될까 [변종국의 육해공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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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화려한 수출 성과 뒤엔 운송 물류의 힘

동아일보

CJ대한통운이 태국에서 무진동차량을 이용해 T-50TH 전투기를 운송하고 있다.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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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술로 만든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계열 항공기는 올해 10월 기준 6개 국가에 총 138대가 수출됐다. T-50은 주로 동남아 국가들이 많이 찾는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4개 나라가 총 66대를 도입했다.

그렇다면 고등훈련기는 어떻게 동남아까지 전달될까? 전투기와 훈련기 등은 일반적으로 현지로 직접 날아가는 방법(페리 방식)과 분해를 해서 화물기 등으로 보내 현지에서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운송된다. 공중 급유를 받을 수 있거나 항속거리가 긴 전투기라면 직접 전달도 가능하다. 그러나 T-50의 항속거리는 2000km에 미치지 못하고, 공중급유도 할 수 없어서 동남아로 한 번에 갈 수 없다. 중간에 기착지(목적지로 가는 도중 잠시 들르는 곳)에 내려 급유를 받고 날아가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T-50을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 기착지를 거쳐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으로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중간에 여러 국가를 진입해야 해서 다른 나라로부터 영공 통과 및 착륙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진입 허가를 받더라도 기착지에서 연료 주입, 운용 인력 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운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직접 날아가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훈련기 내 외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납품 전에 발생한 문제는 전적으로 제작자 책임이기에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분해-조립’이라는 운송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최근 CJ 대한통운은 T-50TH 2대를 태국으로 운송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경남 사천의 KAI 공장에서 T-50을 동체와 날개, 수직꼬리날개, 엔진 등 4개 부분으로 나눈다. 이후 차량 차량에 부품을 실어서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화물기에 실어 태국으로 날아간다. 현지에서 다시 육상 운송 후 공장으로 이동해 재조립한다.

운송업계에서는 전투기 운송을 가장 난도 높은 작업 중 하나로 꼽는다.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고, 부품 파손 시 재조달에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안전한 내륙 운송을 위해 ‘무진동 차량’이 투입된다. 압축된 공기를 활용해서 화물 적재 공간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공기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부품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고 무게 중심을 계산해서 정밀하게 싣는 것도 중요하다.

CJ대한통운도 경남 사천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할 때, 태국 우타파오 공항에서 최종 목적지인 타끌리 공군기지까지 이동할 때 모두 무진동 차량을 사용했다. 또한 차량 이동 시 시속 70km를 넘지 않게 운행한다. 태국에 파견을 가 있는 KAI 작업자들이 부품을 재조립하면 배송이 마무리된다.

2년 전 영국 국제에어쇼에 참가하는 공군 블랙이글스의 T-50B 9대를 옮길 때도 ‘분해-조립’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에 B747-400F 화물기 3대와 무진동 트레일러 27대, 컨보이 차량 18대, 크레인, 지게차 등이 대거 투입됐다.

최근 들어 K방산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송도 K방산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방산 물자 수출의 마지막은 운송으로 마무리된다. K방산 화려한 성과 뒤엔 K방산을 묵묵히 돕는 물류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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