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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앵커칼럼 오늘] 철모르는 롱 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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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시월이면 전어가 한껏 기름이 오릅니다. 하도 고소해서 '집 나간 며느리, 전어 굽는 냄새에 돌아온다'고 하지요.

올가을엔 아예 전어가 집을 나갔습니다. 무지막지한 폭염에 씨가 말랐답니다.

시월 중순 한계령에 진달래, 화천에 철쭉이 피었습니다. 꽃들도 철모르는 더위에 얼이 빠진 모양입니다.

세상모르다, 철없다, 철모르다, 철부지, 철딱서니… 붙여 쓰는 한 단어들입니다.

순우리말 '철'은 '계절' 그리고 '사리를 분별하는 힘'을 뜻합니다.

아무리 철을 모르기로 벌써부터 롱 패딩을 챙기는 데가 있습니다.

'민주당은 롱 패딩을 준비할 것이다. 11월 2일 집회를 시작으로 성난 민심을 확인시켜 주겠다.'

거리로 나가 겨우내 투쟁하겠답니다. 국정 농단 탄핵 시위 이래 7년 만에 본격적인 장기 장외 투쟁에 나선다는 겁니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이재명 대표가 조사 받은 직후 방탄성 '검찰 규탄' 집회를 벌였습니다.

지난 6월엔 해병대원 특검법 집회를 열었지요. 11월 초 집회는 김건희 여사 규탄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이미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소리가 공공연합니다.

그리고 11월 중순과 하순에는 이 대표의 정치 운명을 가를 두 재판에서 1심 선고가 나옵니다.

왜 벌써부터 롱 패딩을 챙기는 건지 알 것 같습니다.

한국적 롱 패딩은 '김밥 패딩' 으로 불립니다. 검정색이 압도적으로 많지요. 검정은 공포와 죽음을 상징합니다.

화가 마티스는 "검정색은 힘" 이라고 했습니다.

'현대의 묵시록' 으로 불리는 시가 있습니다.

'너무 많은 주장. 너무 많은 욕심. 너무나 부족한 사과나무. 너무 많은 헛소리'…

너무 많은 롱 패딩, 너무 많은 오리와 거위의 희생을 생각합니다. 거기에도 사과나무는 없습니다.

10월 21일 앵커칼럼 오늘 '철모르는 롱 패딩' 이었습니다.

윤정호 기자(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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