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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MBK-영풍, 이르면 24일 고려아연 임시주총 소집 청구…이사 선임안 놓고 격전 이어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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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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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4년 10월 21일 16시 4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최윤범 회장과 격전을 벌이고 있는 MBK파트너스-영풍 연합군이 이르면 오는 24일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한다. 양측이 본격적으로 2라운드에 돌입하는 것이다. 법원이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를 허용해 줌에 따라, 양측 모두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쥐고 주총에서 싸우는 상황이 기정사실화된 상태다.

아울러 MBK-영풍은 최 회장 측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기존 입장을 견지하며 다음 달 초 이사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낼 예정이다. 법원에서 배임 여부에 대해 “본안 소송에서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취지로 다소 유보적인 판단을 내린 만큼, 배임을 무기로 한 MBK-영풍의 최 회장 ‘흔들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영풍은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결과를 확인한 뒤 이르면 바로 다음 날 임시주총 소집을 청구할 계획이다. 최 회장 측은 보통주를 주당 89만원에 자사주 형태로 사들이는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MBK-영풍은 먼저 23일 종료되는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의 결과부터 볼 필요가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자사주 공개매수 참여율에 따라 MBK-영풍의 정확한 지분율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파악하는 유통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 수의 20% 정도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형태로 공개매수하려는 목표치(17.5%)와 베인캐피탈의 목표치(2.5%)를 더한 값과 거의 같다. 만약 최 회장 측과 베인캐피탈이 목표 수량을 다 채운다면, MBK-영풍의 의결권 지분율과 최 회장-베인의 의결권 지분율은 각각 48.03%, 45.6%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둘 중 어느 쪽도 과반은 확보하지 못하면서 MBK-영풍이 박빙의 우위를 점하는 셈이다.

주총은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의를 통해 소집된다. 그러나 고려아연의 경우는 이사회를 최 회장 측이 장악하고 있어, MBK-영풍으로선 소집 청구서를 이사회에 제출하는 수밖에 없다. 이사회가 주총을 소집해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므로 MBK-영풍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MBK-영풍은 이미 40%에 가까운(39.42%)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총 소집 청구는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임시주총은 이르면 내년 1월쯤 열릴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MBK-영풍이 이사 선임안을 올리고 최 회장 측에서 부결을 시도하며 장기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아연 정관은 이사 수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임시주총이 1월 중 언제 열리냐에 따라 최 회장이 꺼낼 수 있는 카드도 달라질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이 자사주 일부를 백기사에 매각해 우호 지분으로 만들 수 있는 시기 역시 내년 1월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이번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하는 자사주는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보유 중이던 자사주는 소각 의무가 없다. 자사주 2.4% 가운데 1.4%는 이르면 내년 1월 중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다. 자사주로 남아있을 땐 의결권이 없지만 이를 백기사에 팔면 의결권이 다시 살아난다.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된 뒤 주주 구성이 어떻게 될지, 국민연금은 지분을 얼마나 팔았을지, 국민연금이 향후 임시주총에서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도 관건이다. 국민연금은 발행 주식의 7.83%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번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상당 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보유 주식은 대체로 절반은 직접 운용하며 절반은 위탁 운용사를 통해서 굴리는데, 운용사들 입장에선 차익 실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직접 운용하는 자금은 인덱스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인데, 이 역시 유통량 감소 때문에 대거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MBK-영풍은 임시주총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법적 대응도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자사주 공개매수를 결의한 이사들을 상대로 배임 혐의로 주주대표소송을 진행한다.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주주대표소송은 감사위원회에 통지한 뒤 30일이 지나면 제기할 수 있는데, 이 시기가 다음 달 초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김상훈)는 영풍이 최 회장 등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배임 여부 등은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 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거쳐 판단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따라서 MBK-영풍이 제기할 주주대표소송에서 양측이 배임 여부를 놓고 다시 다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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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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