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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박순관 아리셀 대표 등 첫 재판 '공전'…4개월 기다린 유족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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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기록 열람·등사 못했다"…내달 준비기일 속행

뉴스1

박순관 아리셀 대표(왼쪽)와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2024.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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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김기현 기자 = 23명이 숨진 대형 화재 사고와 관련해 구속 기소된 아리셀 박순관 대표와 그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등에 대한 첫 공판이 '수사 기록 열람·등사 지연'을 사유로 공전했다.

재판부는 '검찰 인적·물적 자원 부족 문제'를 지적하며 추후 기일을 약 1달 후로 지정했고, 유족들은 "피고인들이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수원지법 형사14부(고권홍 부장판사)는 21일 오후 박 대표 등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위반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재판을 앞두고 범죄 혐의에 대한 피고인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 조사를 계획하는 절차다.

일반 공판 기일과 달리 공판준비기일엔 피고인에게 출석 의무가 부여되지 않아 박 대표 등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재판은 10여 분 만에 종료됐다. 변호인 측이 검찰 수사 기록을 아직 열람·등사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표 변호인은 "수원지검 열람실 사정으로 오는 30일부터 수사 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고 한다"며 "현재 증거 목록만 받아 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판부는 검찰에 신속한 재판 진행을 위해 인적·물적 부족 문제 서둘러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검찰 사건 기록 열람·등사 문제로 주요 사건별로 평균 1달 넘게 재판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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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이 지난 8월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후 대기 장소인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8.2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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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해당 사건 외에도 피고인과 변호인이 수사 기록을 열람·복사하지 못 했다는 이유로 재판이 1달에서 1달 반 정도 지연되고 있다"며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변호인이 신속히 수사 기록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박 대표 변호인을 향해 "대략적으로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박 대표 변호인은 "법리적인 평과 판단을 구하는 부분이 있다"며 "수사 기록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입장을 밝히기엔 부적절하다"고 말을 아꼈다.

재판부는 다음 달 25일 재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증거 조사 및 증인 채택 여부 등 심리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다만 검찰 수사 기록 분량이 약 3만 5000쪽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기일이 차질 없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검찰은 앞으로 △박 대표가 아리셀 경영책임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화재 원인이 된 전지 보관 관리상 주의 의무 및 안전 조치 의무 위반과 근로자 사상 사이 인과관계 등을 중점적으로 입증한다는 계획이다.

유족 10여 명은 재판 종료 후 수원지법 정문 앞 인도에 모여 오열하며 재판이 공전한 데 대해 쓴소리를 내기도 했다.

피해자 중 1명인 고(故) 엄정정 씨 어머니 이순희 씨는 "진짜 억울하고 분하고 미치겠다"며 "벌써 4개월, 120일이 지났는데 여태 재판 준비도 못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어 "우린 하루하루가 피 마르고, 눈물 없으면 살지도 못 하고 있다"며 "희생자가 한국인이었다면 이렇게 나오겠느냐. 판사고 변호사고 진짜 밉다"고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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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화성 아리셀 화재' 희생자 유족들이 박순관 대표 등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건 1차 공판준비기일이 종료된 뒤 수원지법 정문 앞 인도에 모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2024.10.21/뉴스1 ⓒNews1 김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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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지난 6월 24일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리튬전지 제조공장 아리셀에서 발생한 화재로 근로자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유해·위험요인 점검을 이행하지 않고, 중대재해 발생 대비 매뉴얼을 구비하지 않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본부장 등은 발열감지 모니터링 미흡 등 전지 보관 및 관리와 화재 대비 교육 및 소방훈련 미실시 등 안전 관리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혐의다.

특히 아리셀은 2020년 5월 사업 시작 후 매년 적자가 나자 무허가 파견업체 소속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 320명을 생산 공정에 교육 없이 즉시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출을 높이기 위해 기술력 없이 노동력만 집중적으로 투입해 무리하게 생산을 감행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검찰은 또 아리셀이 생산 편의를 위해 방화구획을 철거하고, 대피 경로에 가벽을 설치하는 등 구조를 임의로 변경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별개로 박 본부장 등은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를 통과하고자 검사용 시료를 몰래 바꿔치기 하는 수법으로 데이터를 조작해 47억 원치 전지를 군납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아리셀 모회사인 에스코넥 역시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군 품질검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에스코넥 대표는 박 대표가 겸임하고 있다.

kk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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