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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퇴직금 못 받았다”는 쿠팡물류센터 일용직 증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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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가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쿠팡의 퇴직금 미지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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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물류센터에서 1년 이상 일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는 일용직 노동자 진정이 고용노동부에 잇달아 접수되고 있다. 퇴직금 분쟁이 증가한 것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가 지난해 5월 취업규칙을 바꿨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취업규칙 내용이 대법원 판례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취업규칙 변경 과정에도 위법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는 2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은 체불한 퇴직금을 지금 당장 지급하라”고 밝혔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쿠팡CFS를 상대로 제기된 퇴직금 미지급 진정은 지난해 취업규칙 변경 이후 급증했다. 매년 20여건 안팎이던 진정 건수는 지난해 90건, 올해 1~8월 75건이었다.

쿠팡CFS는 지난해 5월26일 일용직 노동자는 원칙적으로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지만 회사가 정한 요건을 충족할 경우 퇴직금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취업규칙에 새롭게 담았다. 처음 일한 날부터 마지막으로 일한 날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이고, 해당 기간 4주 평균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경우 퇴직금품 지급 대상이 된다. 1년 넘게 일했더라도 중간에 1개월 이상의 단절이 있는 경우 그 단절이 끝나는 날을 다시 1일차로 계산한다는 문구도 있다. 이른바 ‘리셋’ 규정이다.

김상연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리셋 규정이 “무효”라고 짚었다. 김 변호사는 “일용직 노동자의 근로기간 중 약간의 공백이 있거나 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에 미달하는 때가 있다면 그 기간을 계속근로기간 산정에서 제외하면 될 일이다. 갑자기 ‘오늘부터 다시 1일’로 보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무슨 사정이든지 한 달만 공백이 생기면 리셋된다는 규정은 공백기간이 있더라도 그 공백이 전체 근로기간에 비해 짧거나 공백이 있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면 근로제공의 계속성은 단절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해석과 모순된다”고 했다.

취업규칙 내용뿐 아니라 변경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회사 간섭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토론해 의견을 정하는 과정이 없는 경우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무효로 본다.

쿠팡동탄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일용직 노동자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난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쿠팡CFS 대표이사는 노동자들에게 장소를 제공하고 충분히 설명을 해서 동의를 얻었냐는 질문에 ‘그런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며 “하지만 지난해 5월 근무할 때 취업규칙이 변경된 사실도 몰랐고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노동부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일부 진정 사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위법이 없다고 봤다”며 “노동부는 퇴직금 지급을 강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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