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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단독]쇄골 골절에도 일하는 이유···라이더 산재 휴업급여 17%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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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배달 노동자가 잠시 멈춰 서서 종이에 무언가 쓰고 있다. 한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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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 A씨는 지난 7월 교통사고로 쇄골이 골절됐다. 일을 하기 어려워져 산재 휴업급여를 신청한 A에게 책정된 금액은 최저휴업급여 보장액인 1일 4만1150원이었다. 지난해 7월부터 바뀐 휴업급여 기준으로 계산한 금액 3만7089원이 최저보장액에도 미치지 못해 법이 정한 최저금액을 받게 된 것이다. A씨는 생활고로 결국 휴업급여를 포기하고 통원치료를 받으며 일했다.

정부의 플랫폼·특고노동자 산재 휴업급여 지급 기준 변경으로 이들이 받는 휴업급여가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재 위험이 큰 퀵서비스 기사(배달라이더 등)는 전년 대비 16.8% 줄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노무제공자 휴업급여 지급 현황’을 보면, 플랫폼·특고노동자에게 지급된 1일 평균 산재 휴업급여는 지난해 7만4276원이었다가 올해 8월 기준 6만9586원으로 4690원(6.32%) 떨어졌다.

직종별로 보면, 산재 위험이 큰 배달라이더 등이 포함된 퀵서비스 기사의 1일 평균 휴업급여 지급액은 지난해 7만208원에서 올해 5만8431원으로 1만1759원(16.8%) 삭감됐다. 배달업은 산재 승인 1위 업종으로, 노무제공자 산재 재해자의 절반 이상이 퀵서비스 기사들이다.

다른 직종 종사자들도 휴업급여가 삭감됐다. 방문강사는 지난해 7만509원에서 올해 5만6037원으로 1만4472원(20.5%) 삭감돼 삭감액이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골프장 캐디는 7만2870원에서 6만1268원으로 1만1602원(15.9%), 대여제품 방문점검원은 7만1750원에서 6만353원으로 1만1397원(15.9%) 줄었다. 방문판매원은 7만1976원에서 6만908원으로 1만1068원(15.4%), 건설기계조종사는 7만3460원에서 6만4167원으로 9293원(12.7%) 각각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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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라이더가 늦은 밤까지 운행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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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특고노동자의 휴업급여가 감소한 건 지난해 7월부터 이들의 휴업급여 지급액 산정 기준을 기준보수 대신 ‘실보수’로 바꾸면서부터다. 배달라이더의 경우 원래는 정부가 정한 기준보수 159만9400원을 기준으로 산재보험료와 휴업급여가 책정됐고, 휴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을 받도록 했다. 소득과 무관하게 최저임금 이상의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산정 기준이 바뀌면서 배달라이더들의 휴업급여는 사고 직전 3개월 평균 수입에서 고정 경비율 27.4%를 제외한 실보수의 70%가 됐다. 월 300만원을 버는 배달라이더가 사고로 한 달을 쉬었다면 지난해 7월 전까지는 휴업급여로 월 201만580원(최저임금)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152만4600원을 받는 셈이다. 산재보험료도 실보수를 기준으로 책정되면서 라이더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전보다 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시간노동자와 비교해봐도 플랫폼·특고노동자의 휴업급여 지급 기준이 훨씬 인색하다. 단시간노동자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의 70%지만 이 금액이 최저임금보다 낮으면 최저임금을 휴업급여로 지급한다. 하지만 플랫폼·특고노동자의 최저 휴업급여 보장액은 1일 4만1150원으로 최저임금을 훨씬 밑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지난 7월 라이더 18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휴업급여 수령자 86%가 하루 8만원 이하의 금액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 의원은 “노동약자 보호를 외치는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특고노동자 등에 대한 제도적 차별선을 그어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최저임금의 절반 수준인 노무제공자 최저 휴업급여 보장액으로 아파도 요양 대신 일을 해야 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즉시 고시 개정 등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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