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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플랫폼 규제 필요" "산업 줄도산"…티메프 방지법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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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정부는 지난 18일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중소기업계와 벤처 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검은우산비상대책위원회의 집회 모습.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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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을 막겠다며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중소기업계와 벤처 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플랫폼의 공정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환영하지만, 벤처 업계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산업이 위축될 거라며 반대하고 있다. 정부안에 대한 정치권의 입장도 엇갈리면서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구매 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 정산, 판매 대금 50% 별도 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지난 7월 티메프 미정산 사태에 따른 정부 대책이다. 적용 대상은 중개 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규모 1000억원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다. 쿠팡·네이버·G마켓·11번가·배달의민족·야놀자 등이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거래 규모가 크더라도 중개 거래를 하지 않는 SSG닷컴 등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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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티메프)의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왼쪽부터)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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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공정위는 적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럴 경우 정산 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몬·위메프가 규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단 지적이 나오자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규제 대상을 좁게 설정하면 주요 플랫폼이 제외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단 점을 고려했다”라며 “재무 상황이 악화한 티몬과 위메프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고려했다”라고 말했다.



티메프 방지냐 vs C커머스 견제냐



이날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공정위의 법 개정 방안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는 “플랫폼 중개 거래에 대한 규제가 시급했던 점을 생각했을 때 중소기업계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평가한다”라며 “이번 법 개정이 공정하고 투명한 온라인 플랫폼 거래 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했다. 더 나아가 플랫폼 입점 기업 단체협상권 등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입점 기업 보호 방안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벤처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같은 날 벤처기업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이커머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벤처기업협회는 “업계에 대한 실태 파악 없이 섣부른 판단으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면 대상 기업은 정상적인 사업 확장과 혁신이 어려워진다”라며 “중국 이커머스(C커머스) 출현으로 어려워진 국내 이커머스 사업자가 줄폐업하는 등 산업이 황폐해질 것”이라고 했다. 벤처기업협회는 현행 제도 내에서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등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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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에 대해 벤처 업계는 이커머스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달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티몬·위메프 재발 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온라인플랫폼 벤처단체 관계자들이 이커머스 규제에 반대하는 팻말을 든 모습.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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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점 판매자(셀러) 사이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셀러들은 정산 주기 단축을 바라면서도 이커머스 시장 전반이 위축되는 건 아닌지 우려했다. 티메프 사태 ‘검은우산’ 비대위원장을 맡은 신정권 베스트커머스 대표는 “정산 주기가 줄면 입점 업체는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는 것에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셀러와 플랫폼은 공생 관계라, C커머스 공세로 위축된 국내 이커머스가 이번 규제로 더 힘들어질까봐 우려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티메프 방지법’ 국회 문턱 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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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 민변, 참여연대 등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배달앱 수수료 인하 및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대회를 열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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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야당의 반대로 이번 정부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 어려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이 아니라 별도의 플랫폼 법을 제정해야 한단 입장이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야당에서 발의한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 제정안 14건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에 공정위 관계자는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조속히 발의될 수 있도록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고, 법안 논의 과정에도 성실히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삼권 기자 oh.sam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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