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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韓 R&D 투자 세계 선두권인데...왜 기업 이익률은 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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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조6460억원.

2022년 한국의 R&D 투자금액(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보다 1.6배 높은 수준이다. GDP 대비 비중만 놓고 보면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한국 기업 상황은 어떨까. 최근 발표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년 연속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돈 기업 비중이 기업 수 기준 16.4%, 차입금 기준 26%로 전년보다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말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한국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인력과 자금 대비 놀라울 정도로 저조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매경이코노미

사이먼쿠처는 지난해 한국지사를 열었다. 사진 왼쪽이 노정석 사이먼쿠처코리아 대표. (사이먼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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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한국에 온 글로벌 컨설팅회사 ‘사이먼쿠처’의 안드레아 본 데르 가르덴 대표(CEO)가 답을 해줬다. 사이먼쿠처는 ‘히든챔피언(강소기업)’ 개념을 국내에 소개한 ‘독일의 피터드러커’ 헤르만 지몬 박사가 설립한 글로벌 컨설팅 회사다. 전세계 46개 지사, 2200명의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엔 한국 지사를 설립했다. 안드레아 대표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 지사 설립 즈음부터 한국경제에 대해 분석해봤다”며 “한국 기업은 세계적인 R&D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낮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운을 뗐다.

연구비 많이 쓰는데 이익률은 낮나?

그가 내린 진단은 명확했다.

‘한국 기업은 지나치게 기술에 집착, 고객과 시장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결론내렸다. 시장은 변화무쌍하고 고객의 니즈는 다양한데 R&D 방향은 ‘자기가 하고 싶은 연구를 고도화’하는데 맞춰져 있다는 것.

“과거에는 좋은 기술로 높은 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좋은 회사라 했다. 한국 기업도 그렇게 믿고 경영하는 듯 하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친환경 제품을 예로 들면 한국 기업은 ‘친환경 제품을 잘 만들어놓으면 비싸도 사겠지’란 생각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 고객군은 막연히 ‘친환경’ 소비를 떠올리는 소비자 중 8% 정도만 존재한다. 실제 고객 분석을 해보면 ‘친환경이란 이미지만 있으면 지갑 여는 소비자’ ‘남한테 과시하고 싶어하는 소비자’ 등 나머지 8개 유형이 더 있었다. 이처럼 시장 니즈는 다양한데 한국은 기술 좋은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에게만 노출하는 경향 때문에 더 많은 기회를 놓치고 있다.”

안드레아 대표의 진단이다.

한국 대기업병,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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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국 대기업은 성장 기회는 잘 파악하지만 내부 의사결정이 늦어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사이먼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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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최근 위기론의 중심에 있는 삼성전자 등 한국 대기업도 해당한다는 것이 그의 진단. 그는 “한국 대기업이 해외 시장에서는 ‘가성비’에 의존하고 물량과 시장점유율만이 중요한 성과 지표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며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제품은 신뢰성·기대 가치가 높게 여겨지는 만큼 좀더 다양한 고객군을 발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을 내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더불어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성향을 대기업 경영에 적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국 대기업이 시장 대응력이 느려진 점도 문제로 보인다. 지금 전세계 스타트업, 중소기업은 발달한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시장에 진입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급성장한 사례가 많다. 반면 한국 대기업은 성장 기회가 어딨는지 잘 파악하기는 하지만 실행을 하기까지 내부 의사결정이 늦어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많다. 고객지향적이어야 할 때 오히려 자신들의 기존 사업 방어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점은 빨리 고쳐야 한다.”

고객 중요 정보를 데이터화해야

그가 제시하는 대안은 뭘까.

그는 “고객의 ‘인지 가치(perceived value)’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지가치란 기업의 제품·서비스를 고객이 ‘지불의향(willingness to pay)’이 생기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흔히 고객이 가장 중요하다고 많은 기업이 강조는 한다. 그런데 이 때 고객은 정성적으로 막연히 상상할 경우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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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 회사 ‘사이먼쿠처’의 안드레아 본 데르 가르덴 대표. (사이먼쿠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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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 대표는 “많은 기업이 시장조사를 하지만 고객 세분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고객을 중심에 두고 각 기업이 체계를 갖춰야 자신들의 제품, 서비스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익최적화 체계를 갖추는 것. 사이먼쿠처는 고객의 니즈 파악 등 중요한 정보를 정량화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해 이익최적화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게 돕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드레아 대표는 “고객의 중요 정보를 데이터화하고 이를 수익창출을 위한 의사결정에 제대로 활용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앞으로 기업 성과의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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