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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단독] 환수된 거물 친일파 땅, 다시 후손에 수의계약‥12건 첫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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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 ▶

10여 년 전, 친일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특별법이 통과됐고, 국가가 친일파들의 행적을 조사한 뒤 이들이 일제 때 축적한 땅을 환수했는데요.

그런데, 이 중 최소 12건이 수의 계약 형태로 친일파 후손들에게 다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부의 친일 재산 매각 실태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나세웅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일제 침탈기 통감 이토 히로부미와 을사오적 이완용, 그 옆으론 탁지부 대신 고영희가 서 있습니다.

지금의 기재부 장관급인 고영희는 한일병합에 가담한 공로로, 일제로부터 작위와 10만 엔, 현재 가치 25억여 원을 하사받았습니다.

아들 때엔 자작에서 백작으로 승급하는 등 4대에 걸쳐 일제에 협력하고 부를 축적했습니다.

[조미은/성균관대 역사디자인연구소 이사장]
"그냥 일제 강점기가 되고 나서 친일을 했다가 아니라, 나라를 잃는데, 적극적으로 이완용과 함께 일제의 입장에서 커다란 역할을 했고…"

지난 2005년 뒤늦게 친일재산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고영희 일가 땅 44만㎡가 차례로 국가에 환수됐습니다.

15년 전 환수된 충남 예산 땅.

부지에 있는 창고 세 동은 환수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일제 침탈 시기 얻은 재산이란 점을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김 모 씨(91세)/마을 주민]
"<여기에 고 씨 땅이 많아요?> 보이는 건 여기 다 기었어 (맞았어.) 여기, 저기, 저 뒤까지 다 그랬어. 땅만 몰수한 거지."

현재 창고 세 동 가운데 두 동은 사실상 형태만 남아 있고, 한 동은 초목에 뒤덮여 방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창고용지 세 필지, 1천4백㎡를 친일파 고영희의 직계 후손이 7천6백여만 원에 되사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공개 입찰도 아닌 수의 계약으로 넘어갔는데, 후손 고 씨 명의 창고가 땅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친일파 재산조사에 참여했던 전직 조사관은, 땅을 되팔기 좋게 사실상 특혜를 준 것이라고 허탈해했습니다.

[홍경선/전 친일행위자 재산조사위 전문위원]
"토지가 국가에 귀속됐으니까 불완전한 재산권이었을 텐데, 재산권이 완성됐다고 봅니다. 참 참담하기 그지없습니다."

친일파 신우선의 친일재산으로 2009년 환수된 경기도 고양시 임야.

2년 만에 당시 신우선의 17살 후손에게, 역시 수의 계약으로, 4백여만 원에 팔렸습니다.

이번엔 묘소가 있다는 게 이유였는데, 정작 후손 신 씨는 몇 년 뒤 3천7백만 원, 9배 비싼 값에 팔아 치웠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과, 지난 2009년부터 수의 계약으로 팔린 친일 귀속재산 3백41건을 전수 조사했더니, 최소 친일파 7명의 재산 12필지, 1만3천여 제곱미터가, 건물과 묘소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후손에게 다시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인영/국회 정무위원회]
"친일 반민족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걸로 인해서 형성된 재산은 국가가 환수하는 게 마땅하다 이런 법의 취지하고는 그게 좀 부합하지 않는 거죠."

직계가 아닌 방계 후손, 제3자를 통해 되찾아간 경우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보훈부는 문제점을 인정하고 "친일파 자손이 참여하지 못하도록 매수자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MBC뉴스 나세웅입니다.

영상취재: 조은수, 허원철 / 영상편집: 김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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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조은수, 허원철 / 영상편집: 김재환 나세웅 기자(salto@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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