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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긴장 감도는 尹·韓 회동 … 한동훈, 측근 소집해 "할말 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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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윤·한 갈등'을 21일 면담에서 풀어낼 수 있을지 정치권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 문제로 관계가 꼬여 있지만 일단 여권 내 신구 권력의 샅바싸움 형식이 되는 터라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접점을 찾는다면 여권 단일대오로 야당 사법 리스크를 집중 공략하는 판을 짤 수 있지만, 만에 하나 '빈손 회동'으로 끝난다면 여당 내 계파 간 다툼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0일 여권에 따르면 여당 측에서 21일 오후 4시 30분에 이뤄질 '대통령·여당 대표 면담'에 대해 애초 추진하던 독대 대신 당 대표 비서실장의 배석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이 이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계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번 회동이 독대가 아닌 3자 면담으로 성사된 것과 관련해 "저희는 독대를 원했고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을 포함해 3자가 만나는 게 좋겠다고 했다"며 "양쪽 얘기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당 대표 비서실장의 배석을 얘기했지만, 용산에서 불편한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대표로서는 요청해온 방식은 아니지만, 만남을 더 늦추면 '실기'한다는 생각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이번 면담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부분은 의제다. 한 대표는 현재 야당의 공세에 여권이 가장 취약한 부분이 김 여사 문제라는 것을 여러 번 강조해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김 여사에 관한 의혹을 연결고리로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하고 있다.

악재를 딛고 10·16 재·보궐선거를 성공적으로 이끈 한 대표는 선거 직후 당 최고위원회의에선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3가지 요구사항을 명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떤 응답을 내놓는지에 따라 '윤·한 관계'의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민주당의 탄핵 시도 저지라는 공동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며 "그것을 바탕으로 그간의 요구사항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한 대표는 이날 오후 시내 모처에서 비공개 전략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측근들에게 "내일 (면담에서) 할 얘기는 다 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향해 "김 여사 리스크를 깨끗이 해소하라. 무서운 민심을 거역한다면 정권의 정당성이 무너질 것"이라며 "사즉생만이 답"이라고 제안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야당 공세가 거세긴 하지만 이번 면담에서 한 대표가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국민의힘 중진의원 출신인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한 대표를 향해 "신뢰 기반이 없는 독대는 독대가 아니라 하극상이나 담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과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며 "그리고 민주당의 의회 폭거, 호시탐탐 노리는 탄핵 추진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처절한 고민과 대처가 먼저"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두 분이 여러 사안에 대해 폭넓게 말씀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면담 이후 국민이 우려하는 당정 모습이 아닌 당정이 하나 되는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친윤계가 지원사격에 나선 모양새지만, 당사자인 대통령실은 여전히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한 대표가 요청할 내용은 익히 알려졌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곧바로 수용할지는 미지수여서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사과와 공식 활동 자제를 요구하는 것에 대한 반발 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태균 씨와 관련한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는 데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명품 가방 사건에 대해 모두 법적으로 불기소처분을 받았는데, 한 대표의 요구는 지나치다는 것이다.

특히 재·보선을 앞두고 마치 야당처럼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을 비판한 한 대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앙금처럼 남아 있는 분위기다.

한 대표가 요구한 독대 대신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한 면담 형태로 만남이 이뤄지고 차담 형식이 된 것도 같은 맥락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면담 후에도 당과 대통령실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조율을 통해 조속히 합의점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통령실 역시 부정적 여론에 대해선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김 여사에 대한 특검 도입 찬성 의견과 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국정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또 그동안 대책으로 제시돼왔던 제2부속실 설치나 특별감찰관 파견만으로는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고심이 커지고 있다.

[김명환 기자 / 우제윤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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