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투표일을 보름여 남은 가운데, 초박빙 대결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 간의 공세가 격화하고 있다. 해리스에 대한 흑인 유권자의 표심이 회복세라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해리스에 대한 지원 유세를 시작했다.
ABC뉴스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19일(현지시간) 남부 선벨트 경합주인 조지아주 애틀랜타 유세에서 트럼프를 향해 "잔인하다"고 직격했다. 해리스는 연방 차원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이 트럼프 재임 시절 보수 우위가 된 연방대법원에 의해 2022년 폐기된 사실을 강조했다.
카말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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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는 이날 유세장 객석에 고(故) 앰버 니콜 서먼의 어머니가 참석한 사실을 알리며 "트럼프는 자신이 초래한 고통에 어떤 책임도 지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당시 28세였던 서먼은 2022년 조지아주에서 낙태 금지법이 시행되자 인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낙태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뒤 합병증으로 숨졌다.
또 해리스는 트럼프가 지난 16일 폭스뉴스 타운홀 미팅에서 한 발언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슬픔을 경시하고 (이를) 자신의 텔레비전 시청률에 관한 것으로 만든다"고 꼬집었다. 당시 트럼프는 서먼 가족의 기자회견과 관련해 "시청률은 이게(타운홀) 더 잘 나올 것"이라고 발언했다. 앞서 지난 9월 조지아주는 당시 서먼의 사망이 "낙태금지법에 따른 치료 지연이 원인일 수 있다"는 평가를 내놨고, 이에 해리스는 "이건 트럼프가 한 행동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이 19일 네바다주에서 해리스 지지 연설 중 지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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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날 트럼프는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주 래트로브에서 열린 유세에서 조 바이든 정부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며 "바이든이 똑똑하다는 건 아니지만, 해리스는 바이든만큼도 똑똑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이 한 것과 정반대로만 했다면 그는 역사상 최고의 외교 정책을 편 대통령으로 남았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는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만약 그가 바이든의 조언을 들었다면 이스라엘은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정부의 휴전 압박에 응하지 않고 전쟁을 밀어붙여 하마스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날 유세에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일대 철강노조원들이 연단에 올라 트럼프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들은(바이든 정부) 여러분의 철강 공장을 파괴했고, 석탄 일자리를 줄였으며 석유·가스 일자리를 공격하고,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과 전 세계의 다른 나라에 팔아넘겼다"며 "트럼프 정부는 우리의 것을 되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9일 펜실베이니아주 래트로브 유세 중인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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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 시사주간 뉴스위크는 최근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리스에 대한 흑인 표심이 회복세란 분석을 내놨다. 매체에 따르면 하워드대가 지난 2~8일 7대 경합주(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주)의 흑인 유권자 98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해리스는 83%, 트럼프는 8%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이는 하워드대의 지난 9월 조사(해리스 81%, 트럼프 12%) 때보다 격차를 더 벌린 것이다.
뉴스위크는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 8~11일 진행한 흑인 대상 조사에서도 해리스 지지율(87%)이 트럼프(12%)를 크게 앞섰다"며 "2020년 바이든이 흑인 유권자들로부터 얻은 것과 비슷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2일 해리스와 트럼프가 흑인들로부터 각각 78%, 15%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시에나대 조사 결과가 나와 '해리스 위기론'이 나왔다. 해리스가 트럼프에 월등히 앞서긴 했지만, 바이든이 지난 대선에서 받은 90%의 지지율엔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체는 전문가를 인용해 "여론조사가 트럼프에 대한 흑인 지지도를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짚었다.
한편 미국 역사상 흑인 첫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18일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해리스 지원 유세에 나섰다. 그는 6일간 5개 경합주를 돌며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18일 유세에서 오바마는 최근 트럼프가 필라델피아 행사에서 30분간 음악에 맞춰 춤을 춘 일을 꺼내며 그의 고령을 문제 삼았다. 그는 "우리는 더 늙고, 더 미친 트럼프가 안전장치 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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