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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돈줄' 죄자 쌓이는 서울 아파트 매물...8개월만 하락세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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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대출 조이기’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크게 얼어붙고 있다. 집을 매도하기 위해 시장에 내놓은 매물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중앙일보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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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 매물은 8만6934건으로 한 달 전(8만1615건)보다 5319건(6.5%) 늘었다.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 매물이 늘었는데, 특히 올해 초부터 거래가 많고, 가격 상승세가 높았던 서울의 마포구(12.0%)·중구(9.9%)·동작구(9.5%)·강동구(9.1%) 등의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경기(15만835→15만9331건, 5.6%), 인천(3만4822→3만7200건, 6.8%) 등도 서울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파트 매물이 쌓이는 중이다. 매물 적체의 체감 속도는 지난 2022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해 ‘거래 절벽’ 때와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일보

김경진 기자



부동산 업계에서는 매물 적체에 대해 지난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되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었고, 시중 은행들도 가산 금리를 올리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4.150∼5.720% 수준이다. 한은이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3.50%에서 3.35%로 인하했지만, 일주일 새 금리 하단은 3.990%에서 0.160%포인트(p) 높아졌다. 양천구 신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담대 금리가 매수자가 원하는 수준보다 높은 데다 한도 역시 크게 줄면서 시장 상황을 관망하는 분위기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거래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계약일 기준)은 신고일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현재 2730건에 그치고 있다. 7월(8987건)의 30% 수준이며, 8월(6288건)에 비해서도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14일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평균 0.11% 오르며, 9월 이후 둔화세(0.23→0.16→0.12→0.10→0.10→0.11%)를 이어가고 있다.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잠정지수는 -0.47%를 기록하며, 올해 1월부터 이어진 8개월간의 상승세를 멈추고 하락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서울 아파트 매물 적체가 나타나는 건 올해 3월부터 서울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간 가격 간극이 벌어진 영향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집값이 상승하다 정체하기 시작할 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며 “매도자는 가격을 내릴 생각이 없고, 매수 대기자들도 조급하게 생각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 규제가 이어질 경우 당분간 거래 감소에 따른 매물 적체가 심화할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주택 구매에 있어 대출의 영향력이 커져서다. 올해 1~7월 서울 주택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주택 매수자의 56.6%가 주담대를 받아 집을 샀는데, 2021년 이 비율은 36.3%에 불과했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시장에도 '대출 조이기'의 파장이 번지며 물건이 쌓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한 달 새 11.5%(2만7924→3만1128건)가 증가했다. 월세 물건도 15.4%(1만5577→1만7971건) 늘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올라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1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아예 대출 창구가 막히면서 전세 갈아타기가 어려워져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출 규제가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은 물론, 전·월세 시장의 수요를 억제하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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