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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인종보다 '性' 대결로 가는 美 대선, 남녀 표심에 당락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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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후보 지지율, 4년 전보다 인종 차이 줄어
대신 남녀 성별 차이 극명해져...젊은층에서 더 심해
민주당 진영 여성은 낙태권 문제로 공화당 불신
공화당 지지 남성은 경제 및 이미지 문제로 해리스 불호
해리스-트럼프 모두 상대 진영 남녀 표심 잡기 위해 안간힘


파이낸셜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5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이 여성 지지자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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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약 3주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쟁점이 인종이나 빈부격차 같은 전통적인 갈등보다 남녀의 '성(性) 대결'로 흘러가고 있다.

20일 미국의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양 진영 후보들은 박빙의 지지율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비(非)우호적이었던 성별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략에 나섰다.

인종보다 성별 갈등이 더 심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유권자들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여성,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남성으로 갈라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단체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의 새라 롱웰 국장은 이번 대선처럼 성별 대결이 심각한 선거를 보지 못했다며,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성 대결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구도 투표에서 본인 성별이 가장 중요한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걱정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인종 등 전통적인 여야 쟁점이 4년 전보다 흐려진 반면, 성별 갈등은 심해졌다고 분석했다. NYT와 미국 시에나 대학이 흑인 유권자 589명과 히스패닉(중남미 출신 미국인)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각각 78%, 56%로 나타났다. 이들이 지난 2020년 민주당 후보(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투표한 비율은 각각 88%, 65%였다.

흑인·히스패닉 유권자들의 민주당 지지도가 4년 사이 약 10%p 감소한 가운데 트럼프의 인기는 오히려 늘었다. 2020년 흑인·히스패닉 유권자 중 트럼프에 투표한 비율은 각각 12%, 32%였으나 이달에는 각각 15%, 37%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반면 성별에 따른 진영 차이는 더욱 극명해졌다. WSJ가 지난 8월에 발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2020년 당시 트럼프 지지율은 민주당 후보 보다 5%p 높았지만 4년 뒤에는 10%p차이로 벌어졌다. 여성 유권자 가운데 바이든을 지지했던 비율은 2020년 당시 트럼프 대비 12%p 많았지만 올해 해리스로 넘어오면서 그 격차가 13%p로 넓어졌다. WSJ는 주로 민주당을 지지했던 흑인·히스패닉 남성들이 트럼프 진영으로 기울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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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슬리피아이 인근에서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나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오른쪽 첫번째)가 엽총을 든 채 꿩 사냥을 하고 있다.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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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낙태권' vs 男 '경제·강한 이미지'
여성 유권자들이 가장 민감한 쟁점은 낙태권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2022년 6월에 미국 연방 전역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할 수 없고, 낙태 금지 여부를 주(州)정부가 결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해리스를 포함한 민주당 진영에서는 트럼프가 임명한 우파 대법관 때문에 낙태권이 사라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트럼프는 연방 차원의 낙태권 보장에 명확한 찬반 의견을 내지 않고 주정부 재량이라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WSJ가 지난 11일 공개한 7개 경합주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의 27%는 투표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낙태 문제'를 골랐다. 같은 대답을 한 남성 유권자는 8%에 불과했다. 이번 조사에서 여성 유권자 중 약 3분의 1은 낙태권 문제에 의견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남성 유권자 가운데 같은 입장인 응답자는 18%에 불과했다.

여성과 달리 남성 유권자들은 트럼프 정부 당시 호황과 민주당 정부의 물가 상승에 관심이 많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특별정치활동위원회(슈퍼팩) '마가(MAGA)'의 데이비드 리 수석 선거 조사원은 "남성들은 경제 문제에 아주 깊이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WSJ는 트럼프가 유세에서 발산하는 남성적인 이미지와 거친 발언들이 남성 유권자들을 끌어 모은다고 분석했다.

이달 11~14일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리스의 지지율은 49%로 트럼프를 4%p 차이로 소폭 앞서고 있다.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가 필요한 트럼프는 15일 미국 조지아주 커밍에서 열린 유권자 간담회에서 "나는 체외인공수정(IVF·시험관) 시술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시험관 시술의 아버지이다"라고 주장하며 해당 시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난임 부부를 위한 시험관 시술 비용 전부를 정부 혹은 보험사에서 부담한다고 약속했다.

해리스 역시 남성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CBS 방송에 출연해 자신이 '글록' 권총을 소지하고 있고 사격장에서 쏴 본적도 있다며 밝혔다. 해리스는 이달 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흑인 라디오 진행자 '샬라메인 다 갓'에 출연하는 등 흑인 남성들에게 인기 있는 매체와 적극적으로 접촉 중이다. 또한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로 나선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12일 총을 들고 꿩 사냥에 나선 모습을 공개하는 등 남성 유권자들을 겨냥한 홍보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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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한 기념품점에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전신 입간판이 나란히 서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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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해리스 #미국대선 #성별 인종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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