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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밤새 여우·들개 소리…살려달라" 北 소음공격에 파주 주민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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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소음공격 때문에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쉬지 않고 흘러나오는 소음에 옆 사람과 대화도 나눌 수 없고 밤잠도 이룰 수 없습니다. "

경기도 파주시 최북단 비무장지대(DMZ) 내 대성동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정모(76)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수면제, 진정제를 먹어봐도 소용이 없고, 귀마개를 했더니 귀가 짓물러 염증이 생겼다”라고 피해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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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가 지난 18일 오후 임진각 내 민방위대피소에서 개최한 ‘긴급 이동시장실’에서 파주 비무장지대ㆍ민통선 3개 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석해 김경일 파주시장에게 밤낮없이 20여 일째 이어지는 북한의 확성기 방송에 따른 주민 피해 내용을 하소연했다. 사진 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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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동 마을, 통일촌, 해마루촌 등 파주시 DMZ와 민간인 출입통제선(민통선) 지역 3개 마을 주민들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으로 인해 20여 일째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파주시가 지난 18일 오후 임진각 내 민방위대피소에서 개최한 ‘긴급 이동 시장실’에서 파주 DMZ와 민통선 3개 마을 주민 30여 명이 참석해 이런 피해 내용을 알렸다.

최근 들어 파주 접경지역 일대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맞선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 이어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로 이어지면서 긴장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진 상황이다. 파주시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남북 접경지대 안팎의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나날이 심각해지는 주민 피해 실상을 청취하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이날 긴급 이동 시장실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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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파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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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0여일 째 지속하고 있는 대남확성기 방송은 주민들이 이제껏 들어본 대남방송 중 소음 강도가 가장 높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여우, 들개, 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부터 쇠뭉치를 긁는 소리나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밤낮없이 들려와 주민 대부분이 불면증과 노이로제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제발 살려달라”



한 주민은 “누구라도 이곳에 와서 하룻밤만 지내보라”면서 “너무 고통스럽고 아프다. 제발 살려달라”며 눈물로 대책을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은 “대성동 마을로 시집와 5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오면서 단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지만, 올해만큼 힘들었던 적이 없다”며 “문제는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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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의 원인을 제공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행위를 차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방안 중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일촌 이완배 이장은 “(대북전단 살포 행위에 대해) 탈북민들의 표현의 자유를 운운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위해서라는데, 민통선 주민들에게는 인권이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북한에서는 대북전단이 날아오면 원점 타격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데, 전쟁이라도 나기를 바라나”라고 주장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금 파주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모두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에 따라 확보하게 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전단 살포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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