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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시위와 파업

의료계, ‘의사 수급추계위 추천’에 ‘묵묵부답’… 서울대병원 노조는 파업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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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단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길”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과 학교를 떠난 지 꼬박 8개월을 채운 가운데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구성원 추천 요청에 의료계가 ‘무반응’으로 맞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의료계와의 두번째 토론을 제안했지만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등을 둘러싼 입장차가 명확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병상 축소’ 등을 이유로 이달 말 무기한 전면 파업을 예고했다.

세계일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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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축소’에 서울대병원 노조 파업 예고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17일 9차 임시 대의원회에서 10월31일부터 무기한 전면 파업을 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노조 측은 사측과의 교섭에서 요구한 ‘공공병상 축소 저지’와 ‘의료대란 책임 전가 중단’, ‘임금·근로조건 개선’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파업을 선택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윤석열정부는 가짜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상급종합병원의 병상을 5∼15% 축소하기로 했고, 서울대병원은 15%의 병상을 줄여야 한다”며 “현재 전체 병상수 대비 공공병상은 9.7%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공병상을 더 줄이는 것은 공공의료를 망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했던 공공병원 노동자들은 이번에야말로 필수인력 충원과 처우개선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정부와 의사의 대결로 촉발된 전공의 집단행동과 의료대란으로 병원 노동자들은 임금·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에게 “국가중앙병원의 역할과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책을 내놓고, 현장 노동자와 환자의 안전을 위해 필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며 이런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가 제안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에는 적잖은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할 전망이다. 노조가 반발하는 것처럼 병상 축소 등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시범사업 참여 병원부터 중증 수술 수가 인상 등의 지원책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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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의대 정원’에 갇힌 의·정 대화

의료계는 정부가 준비 중인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 위원 추천 마감일(18일)이 지났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인력수급추계위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추계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다. 의사·간호사 등 직종별로 각 13명으로 구성하되 해당 직종 공급자 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명으로 과반이 되도록 할 계획이다. 의사 인력수급 추계위는 전체 위원 13명 중에서 7명을 의사 단체에서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에 위원 추천을 요청했지만, 앞서 이들은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한 의사 인력수급 추계위에 위원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미 대입 수시 일정이 시작된 만큼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조정은 불가능하다”면서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거듭 밝혔다. 정부는 추계위 마감 시한을 지났지만 시간을 정해두지 않고 의료계의 위원 추천 등 참여를 거듭 독려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이 제안한 의료계와의 두번째 토론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아직 장소나 참석자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의료의 지속가능성, 급등하는 의료비용 등을 다뤄야 할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지난번과 같이 기존 입장의 프로파간다(선전)를 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진행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있다”고 밝혔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10일 서울의대 교수들과의 토론회에서 “사실상 (1년에) 4000명을 증원해야 한다”,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 등의 발언으로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국시 실기 합격 3000명→260명으로 ‘뚝’...박단 “곱게 끝나진 않을 것”

이런 가운데 최근 치러진 89회 의사국시 실기시험에 266명(76.7%)이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의사 국시 실기시험 합격률이 95.5%(3212명 지원, 3069명 합격)였고, 이전에도 95∼97%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올해 합격률은 예년보다 20%p가량 추락한 것이다. 특히 매년 3000명 넘게 배출된 의사가 내년엔 260명가량(지난해 대비 8.7%)으로 10%도 배출되지 않게 된다.

의료계에선 합격률 추락 원인으로 평소와 다른 응시자 구성 비율 등을 꼽는다. 본과 4학년 학생들이 대거 수업을 거부하면서 응시자 중 국시 N수생, 해외의대 출신 등의 비율이 높아진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해외의대 출신 응시자들의 국시 합격률은 국내 의대생들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험에 응시한 일부 본과 4학년들의 실력 하락도 이유로 꼽는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의정갈등으로 9개월째 수업을 거부해온만큼 정상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아울러 의대생 실기 교육을 맡은 교수들이 의정갈등으로 빚어진 전공의 공백 등에 따라서 교육 현장을 지키지 못한 사례가 많았을 가능성도 있다. 사실상 올해 의사 교육 시스템이 붕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료 의사의 결혼 소식을 알리면서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진 모르겠다. 다만 곱게 끝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이 터무니없는 시간을 잘 이겨내고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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