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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며 장장 4시간에 걸쳐 브리핑을 했다. 브리퍼로 나선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2부장 검사는 1시간 가량 무혐의 처분 이유를 설명한 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첫 질문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청구가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영장 발부 여부를 떠나 검찰이 김 여사 관련 수사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한 최 부장검사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처음 수사 당시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서 코바나컨텐츠와 도이치모터스가 함께 수사가 진행이 되고 있어 저희가 압수수색 영장 같은 것도 함께 범죄 사실을 적기도 하고 사실은 여사에 대해서는 주거지, 사무실, 휴대폰까지 해서 압수영장을 청구했는데 그때는 모두 기각을 당했습니다."
김 여사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무혐의 처분 브리핑이었던 만큼, 최 부장검사의 설명은 도이치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이와 관련한 추가 질문이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추가 질문은 "(기각된) 1차 수사팀 때의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가 무엇이었는지, 왜 수사팀이 바뀌고 재청구 시도를 한 번도 안 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최 부장검사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지금 10년이 지난 사건이다. 그러니까 이게 지금 증거가 있느냐하는 측면의 문제다. 이미 한번 통 기각이 됐었잖아요. 그때는 코바나컨텐츠 사건의 범죄 사실이 주되긴 했지만, 결국 코바나컨텐츠 사건과 도이치 모터스 사건은 같이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압수영장이나 계좌영장이나 두 개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가서 진행이 되겠죠. 왜냐하면 대상자는 피의자 김건희로 같았거든요."
최 부장검사는 기각된 1차 수사팀의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됐던 혐의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코바나컨텐츠 사건 범죄 사실이 주가 되긴 했지만 도이치 사건 수사가 같이 진행되고 있었다. 압수영장이나 계좌영장에 두 개 사건 범죄 혐의가 같이 들어가서 진행됐다'는 설명에 비춰 기각된 압수수색 영장에 도이치모터스 사건 혐의가 일부나마 포함됐던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언론 보도와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해명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검장은 1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에 대해 영장이 청구됐다가 기각된 건 코바나컨텐츠 사건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이치 사건' 거짓 브리핑 논란에 서울중앙지검장 "오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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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브리핑 아니냐는 비판에 이 지검장은 "커뮤니케이션상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걸로 생각된다"고 해명했다. "수사 내용을 설명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한 번 청구했다가 기각됐다'고 얘기했는데 기자분들 중에 '그러면 도이치모터스를 청구했던 거냐' 이렇게 해석한 분들이 있어서 명확하게 해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도 18일 공식 해명 자료를 내고 '오해가 있었던 것일 뿐 거짓 브리핑을 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17일 브리핑에서 최재훈 부장검사가 "계좌나 자금을 제공한 초기 투자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며,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인 김건희에 대해 도이치 관련 압수영장 청구는 없었다는 점을 명확히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백번 양보해 최 부장검사의 설명을 기자들이 오해했을 수 있다. '초기 투자자에 대해서 압수수색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 '계좌주 중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없다'고 설명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김건희 여사도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김 여사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영장은 청구하지 않았다는 건가'라고 더 따져 물어봐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의 해명자료를 보면 그렇게 물었더라도 정확한 답이 나왔을지는 의문이다. 의도적으로 누락한 듯 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거짓 브리핑 논란' 해명자료에서 '주거지' 뺀 검찰
앞서 김 여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왜 재청구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최재훈 부장검사의 답변은 아래와 같았다.
"영장을 (재)청구했다가 기각되고 하면 저희로서는 수사 과정에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강제 수사와 관련해서는 굉장히 조심스럽게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희가 기각은 당했으나 (김 여사에 대한) 주거지, 사무실, 휴대폰에 대해 영장을 청구한 게 있었고"
코바나컨텐츠 사건에 대한 것이었는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것이었는지는 불확실 하지만 최 부장검사는 2차례에 걸쳐 김 여사에 대한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거짓 브리핑 논란에 대해 18일 '오해'라고 밝힌 서울중앙지검의 공식 해명 자료에 최 부장검사가 브리핑에서 '주거지'를 언급했다는 점은 쏙 빠져있다. 아래는 18일 서울중앙지검의 공식 해명 자료의 일부다.
o 언론에서 작성한 당시 현장 속기록 내용을 토대로 살펴보면, 해당 답변 부분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확인됨
- 답변 서두에 '2020년부터 수사 진행됐는데 처음에 당시에 김건희 코바나와 도이치가 함께 수사가 진행되었다. 압수수색 영장에도 함께 범죄사실로 쓰이기도 했다. 여사에 대해서는 사무실, 휴대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데 모두 기각되었고, 그 뒤로 청구한 적 없다'고 운을 떼며 답변을 시작했고, 이후 보다 상세한 내용을 설명하였음
SBS 기자를 포함한 복수의 언론사들이 작성한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최 부장검사는 '(김 여사의) 주거지'를 분명히 언급했다. 서울중앙지검이 어떤 언론의 속기록을 확인했는지 모르겠지만, 해당 언론사의 속기록에 '주거지'가 빠져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수 매체에서 최 부장검사의 발언을 인용해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고 보도한 점에서 그러하다.
그렇다면 해명자료에서 '주거지'를 굳이 삭제한 이유는 뭘까. 해명자료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코바나가 됐든 도이치가 됐든 김 여사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마치 최 부장검사가 '주거지'를 언급한 적이 없다는 듯 해명자료를 작성했다는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의도적으로 은폐 내지 누락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 여사에 대한 주거지 압수수색 영장 청구가 없었다는 건 검찰이 국정감사 도중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거짓 브리핑 논란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쉽게 확인될 것인데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하지만, 언론보도가 없었더라면 자료 제출이 있었을지, 그리고 공식 해명자료에서 굳이 '주거지' 언급을 삭제 내지 누락한 이유는 무엇인지,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쌍방 당사자 진술 배척하고 '추정'으로 무혐의 판단한 '7초 후 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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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더욱 논란이 되는 건 검찰의 무혐의 처분 논리다.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 '7초 후 매도' 건에 대한 부분이다. 주가 조작 일당끼리 '매도하라하셈'이란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이후 7초 만에 김 여사의 대신 증권 계좌에서 8만 주의 매도주문이 제출되었던 바로 그 거래이다. 이 거래는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이용한 것이 아닌 증권사에 전화를 해서 체결됐는데, 법원에서 통정매매로 인정됐다.
검찰은 이 거래가 '2차 시기 주포 김 모씨 →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이사 민 모씨 →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이 모씨 →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거쳐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의 연락을 받고 전화 주문을 했다고 본다. 권오수 전 회장 등에 대한 도이치모터스 사건 2심 결정과 같은 판단이다.
그런데 권오수 전 회장은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고,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에게 일임매매(맡겨서 매매) 했을 거라는 입장이다. 김 여사는 대신증권 계좌는 증권사 직원에게 일임매매하지도 않았고, 해당 계좌는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았고 자신이 직접 판단해 거래했다는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권 전 회장은 검찰이나 재판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3단계에 걸쳐 자신이 연락을 받고, 김 여사에게 매도 주문을 내라고 연락하는 건 7초 안에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 측은 권오수 전 회장에게 연락을 받고 김 여사가 증권사에 전화해 매도 주문을 하고, 증권사 직원이 주문을 제출하는 것 만도 물리적으로 7초 안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으로 알려진다. '7초 후 매도'는 통정 매매가 아니라 우연의 일치라는 취지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전반적으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김 여사 진술의 전제와 '권오수 등의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계좌가 이용됐다'는 2심 재판부 판단을 종합해 해당 거래에 대한 김 여사 혐의를 무혐의 처분했다. '방법은 모르겠지만 어떻게 든 시세 조종 사실을 모르고 있던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연락을 받고 전화 주문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직접 당사자 2명의 진술을 배척하고, 2심 법원의 판단에 기댄 셈이다.
김 여사 진술 없이 내려진 2심 판단…2심 판단에 기댄 무혐의 처분
그런데 '7초 후 매도'와 관련한 2심 재판부 판단에는 맹점이 있다. 2심 재판의 변론이 종결된 건 지난 7월 2일이다. '대신증권 계좌는 스스로 판단해 거래했다'는 취지의 김 여사 서면 답변서가 검찰에 제출된 건 변론 종결 후인 7월 5일, 제3의 장소에서 대면 조사가 이뤄진 건 7월 20일이다. 법원의 사건 검색 기록 상, 변론 종결 이후 검찰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서류는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2심 재판부의 대신증권 계좌, 특히 '7초 후 매도'에 대한 판단은 김 여사의 진술을 모르는 상태에서 내린 것이다.
김 여사의 진술을 알았다면 2심 재판부가 대신증권 계좌에 대해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검찰이 권오수 전 회장과 김건희 여사가 모두 '7초 후 매도'는 통정매매가 아니라고 부인하는 상황에서 해당 거래가 통정매매는 맞지만 김 여사가 권오수 전 회장의 연락을 받고 거래했을 것으로 추정돼 김 여사는 무혐의라는 과감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을까. 2심 재판부가 김 여사 진술을 근거로 1심과 달리 해당 거래를 통정매매로 보기에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면 검찰이 김 여사를 상대로 강제 수사에 나서야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검찰 입장에서는 김 여사의 서면 답변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심 재판 변론 종결 후에 제출된 것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검찰은 2심 재판 결과를 참고해 김 여사 처분을 결정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참고하겠다던 2심 판결은 김 여사 진술이 반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나왔고, '7초 후 매도'는 '권오수 등의 의사에 따라 시세조종에 계좌가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2심 판결이 없었다면, 김 여사가 독자적으로 판단해 거래했다고 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그럼에도 김 여사가 권오수 회장의 연락을 받고 거래한 걸로 보인다'는 취지로 무혐의 처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 수사팀 입장에서는 지금 상황이 억울할지도 모른다. 전 정부의 1차 수사팀도, 윤석열 정부에서의 2차 수사팀도 마무리 하지 않았던 사건을 넘겨 받아 논란이 많았지만 대면 조사를 진행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는데 비판은 현 수사팀에 집중되니 그럴 수 있다. 하지만, 피의자 이름에서 김건희를 지웠을 때도 이번과 같이 과감한 '추정'으로 피의자에게 유리한 처분을 내렸을지, 사건을 처분한 현 수사팀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의심은 들지만 증거 확보를 못 했다'는 것도 아니라 '이렇게 추정되니 무혐의다'고 결론 내린 건 현 수사팀이다.
(사진=연합뉴스)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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