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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 (일)

불교의식 넘어선 수륙재...종정 “먼산 보지 말고 발밑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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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626주년 국행수륙재 가보니

“유네스코 무형유산 추진” 선언

괘불·범패·사찰음식 버무린 종합예술

소통·나눔·치유의 장으로 거듭나

순직 군인·경찰·소방공무원 등 축원

행안부·문체부·국가보훈부 장관 참석

매일경제

19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수륙재 개건 626주년 기념 2024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봉행되고 있다. 수륙재는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으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진관사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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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따뜻한 가을빛이 내리쬐던 서울 은평구 진관사 대웅전 앞마당에 괘불이 걸렸다. 석가모니 부처의 영산회상을 표현한 거대 탱화다. 대웅전 안에 있던 괘불이 밖으로 나온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다. 이날 국가무형유산인 ‘진관사 국행수륙재’ 회향식이 열렸다. 지난달 1일 시작한 수륙재를 49일만에 마무리하는 의식이다.

수륙재(水陸齋)는 물과 육지의 홀로 떠도는 고혼(孤魂)의 천도를 위해 지내는 의례로 개인 천도의 성격을 띤 영산재에 비해 공익성이 두드러지는 불교 의례다. 조선 태조 임금이 직접 진관사 경내에 총 59칸의 수륙사를 건립하면서 시작됐으며 올해 626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2013년에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이날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 추진도 공식화했다.

올해 수륙재의 주제는 ‘우리 모두를 위해’다. 진관사는 지난 49일간 대한민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 군인, 경찰, 소방 공무원 등 제복 공무원과 집현전 학사들의 위패를 경내 봉안하고 외로운 영혼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기도를 올렸다.

스님들과 신도들은 이날 가마의 일종인 연(輦)을 들고 진관사 일주문 밖에 있는 시련소로 나가 영가(靈駕·영혼)를 맞이하는 의식인 시련(侍輦)의식을 올렸다. 구천에 떠도는 영혼을 모두 불러 연에 모시고 일주문 안으로 들어와 먼 길을 온 이들을 위로하고 법문도 들려주는 대령(對靈), 일종의 목욕탕인 관욕소에서 영가의 고단함과 번뇌를 씻어주고 깨끗한 새 옷으로 갈아입히는 관욕(灌浴) 의식이 이어졌다. 목욕을 마친 영가는 대웅전 앞에 모셔졌다.

곧이어 괘불 앞에 법석이 마련되고 어산범패 스님들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천상의 음악과 무용을 펼쳤다. 수륙재가 불교 종합예술이라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다. 석가모니 부처를 대신해 조계종 종정 성파 스님이 주장자를 들고 법석에 앉았다.

스님은 “우주 시방세계에 떠도는 이들을 이 자리에 불러 모아 음악도 들려주고 법문도 하고 장엄을 하면서 고혼을 달래는 행사를 했다”며 “고혼도 이제는 이고득락(고통을 버리고 즐거움을 얻음)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백년을 잘 사는 법문’을 이어갔다.

“사람들이 바깥만 쳐다보고 가니까 발밑에 웅덩이나 돌이 있는지 모르고 사고가 난다. 조고각하(照顧脚下), 즉 먼 산을 보면서 헛다리 짚지 말고 내 발밑을 잘 봐야 한다. 자기 몸, 자기 가정, 이웃과 사회를 돌아봐야 한다. 가까운 것도 보지 못하는데 어찌 먼 것을 보겠는가.”

스님은 또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미결수’ 상태인데, 도산지옥 등 지옥이 많다”며 “연가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예방이 된다.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만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선행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쟁과 마약, 음주 운전은 정신이 비틀린 사람들이 일으키는 것으로 정신이 메마르면 엉뚱한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이날 수륙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등 승려들 외에 주호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박주민·김우영 의원,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배용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 정호성 대통령실 시민사회3비서관 등 정관계 인사와 다수의 주한 외국 대사가 참석했다.

유인촌 장관은 “진관사 수륙재가 단순한 불교의식을 넘어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 숨쉬는 전통으로서 보존되고 지켜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장관도 “수륙재는 초창기부터 국운의 융성과 국민화합에 기여했으며 상생과 평화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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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은평구 진관사 대웅전 야단법석에서 ‘수륙재 개건 626주년 기념 2024 진관사 국행수륙재’가 봉행됐다. 비구니 스님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다 희생한 군인,경찰,소방 공무원 등 제복공무원들의 넋을 기리고 국민들의 평안과 건강을 기원하며 천수바라 춤을 추고 있다. 수륙재는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불교의식으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진관사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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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정 성파스님이 지난 19일 진관사 수륙재 회향식에서 법문을 하고 있다. <진관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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