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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우리 아이 침대에 방사능이?…"측정기 대여·분석 다 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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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침대 리콜 사태' 주범 1급 발암물질 '라돈'
KINS '라돈 측정기 우편서비스' 실제 이용해보니

머니투데이

이재국 KINS 생활방사선규제총괄실장이 18일 KINS 생활방사선안전센터에서 라돈측정기 측정 방법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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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기 대여부터 배송, 결과 분석까지 무료입니다."

누구나 집에서 생활 방사선을 측정할 수 있다는 '그 기기'를 사용해 보기 위해 18일 대전 유성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생활방사선안전센터를 찾았다. 한 손에 잡힐 정도로 작은 라돈측정기 '라돈아이'를 들고 나타난 이재국 생활방사선규제총괄실장은 라돈측정기 대여 서비스를 이처럼 소개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KINS 생활방사선안전센터와 함께 생활방사선을 각 가정에서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라돈측정기 우편대여서비스'를 2019년부터 약 5년째 시행 중이다. 서비스 신청자는 측정기를 집으로 배송받아 보유한 침대 매트리스, 침구류 등에 라돈이 얼마나 포함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라돈(Rn)은 방사성원소다. 지각을 구성하는 암석, 토양, 지하수 속에 천연적으로 존재한다. 사실상 사람이 사는 곳 어디에나 존재하는 무색무취의 물질이지만, 방사성이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높은 농도로 축적될 경우 인체에 매우 해롭다. 라돈은 사람이 숨을 쉴 때마다 폐로 흡수돼, 폐암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고 알려졌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라돈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라돈의 위험성이 국내에서 특히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18년 발생한 '라돈침대 사태'다. 시중에 유통되던 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다량 검출된 것이다. 원안위는 당시 라돈이 검출된 제품 7종을 전량 수거했고, 이후 침대 업체들은 '라돈안전제품' 인증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사용해야 할 침구의 안전을 업체의 관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민적 불안감을 완전히 꺼트리진 못했다.

이 실장은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누구나 측정기를 대여한 뒤 집에서 간편하게 침대, 침구류의 라돈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INS는 현재 대여를 위한 라돈측정기 'RD200P2'를 1986대 보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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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S에서 라돈측정기 우편서비스를 신청하면 라돈측정기 1대, 대형 비닐 1개, 사용설명서, 측정결과서 등이 동봉된 박스를 우편 발송한다. 박스 안에 들어있는 제품을 나열한 모습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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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방법은 간단하다. KINS 누리집이나 유선전화를 통해 라돈측정기 우편서비스를 신청하면 라돈측정기 1대, 대형 비닐 1개, 사용설명서, 측정 결과서 등이 동봉된 박스가 며칠 내로 우편 발송된다.

라돈측정기 대여 서비스는 실내 공기 질이 아닌 매트리스 및 침구류에 포함된 라돈을 측정해 '문제 제품'을 분류하고 즉시 처리하기 위해 도입됐다. 실내 공기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제품의 라돈 수치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정확한 측정을 위해 30분 이상 창문을 열어 실내공기를 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돈은 천연 방사성 물질이어서 실내 공기에 기본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비닐을 동봉해 보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제품을 측정하기 전, 바닥이나 벽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라돈의 영향을 최대한 차단하기 위해 비닐을 바닥에 깔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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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갖고 있는 의류의 라돈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라돈 측정기를 제품 위에 올려둔 모습. 바닥이나 벽지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라돈을 차단하기 위해 동봉된 비닐을 바닥에 깔아둬야 한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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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품과 50센티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제품의 높이와 같은 곳에서 '배경준위'를 30분간 측정한다. 배경준위는 실내 공기에 포함된 라돈의 농도다. 만약 배경준위가 세제곱미터당 148베크렐(Bq)을 넘길 경우 실내 공기를 자주 환기해야 한다.

이후 측정하고자 하는 제품을 비닐 위에 놓고, 제품 위에 측정기를 둔 뒤 측정값을 확인하면 된다. 이 실장은 이때 "서로 다른 측정값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배경준위 측정과 제품 측정 사이에 측정기 전원을 차단했다가 재연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측정값은 동봉된 결과서에 기재한 뒤 다시 KINS에 제품과 함께 반송하면 된다. 이후 KINS 전문가가 보다 정밀한 장치로 결과를 분석해 유선으로 안내한다.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출처를 알 수 없는 해외산이거나 이미 폐업한 업체의 것일 경우 해당 물건은 대형생활폐기물 처리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각 가정에서 바로 폐기하면 된다. 국내 업체의 물건일 경우 KINS가 이를 수거해 보다 정밀한 분석을 위한 시료로 사용하거나, 해당 제품을 제조한 제조업체에 수거를 요청한다.

KINS는 "침대 매트리스, 침구류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만큼 국민적 우려도 크다"며 "라돈측정기 우편서비스가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의 방사성 물질 노출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전=박건희 기자 wiss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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