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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보름만에 달러당 1370원대, 환율 왜 오를까?[경제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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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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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원·달러 환율이 이달에만 달러당 70원 가까이 올랐습니다. 미국 주식에 투자자하는 서학개미라면 반가운 일이지만, 미국 여행족이나 유학생에겐 환율이 갑자기 오르니 웬 날벼락인가 싶을 겁니다.

환율이 가파르게 오른건 복합적인 요인입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180도 바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 가능성이 상승해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이탈하고 북한 도발도 겹치다보니 원화의 힘이 약해진 것도 맞물려 환율을 끌어올린 것이죠.

환율 흐름만 알면 요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은 잡을 수 있을 겁니다.

불안해도, 너무 잘나가도 달러는 ‘웃는다’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기준으로 달러당 1368.5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달 말일(1307.8원)과 비교하면 불과 보름 여만에 환율이 60원 넘게 가파르게 오른 겁니다. 18일 오전 기준으론 달러당 1372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8월 이후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던 원·달러 환율이 갑작스럽게 오름세로 전환한 것은 최근 미국 경제의 흐름이 180도 바뀐데다 중동 정세도 불안하면서 달러만 잘 나가는 상황이 됐기 때문입니다.

달러는 두가지 조건에서 강세를 보입니다. ①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거나 불확실성이 매우 커질 때 ②미국 경제가 나머지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잘 나갈 때.

애매한 ‘불황’이나 ‘호황’은 오히려 달러의 약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극단적 불황과 호황의 양극단에서만 달러가 강세를 보인다는 ‘달러스마일’ 이론입니다.

환율은 각국 통화의 상대적인 ‘가격’입니다. 그래서 각 국가의 경제성장 같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영향을 받게 되죠. 미국 경제가 나머지 국가보다 압도적으로 ‘튼튼하면’ 달러의 가격은 비싸집니다(달러 강세). 반대로 미국 경제가 불황에 빠지거나 전쟁같이 불확실성이 커질 때는 달러가 안전자산인 만큼 달러를 사려는 움직임이 강해집니다. 그래서 달러가 오르죠.

미국 경제가 적당히 나쁘거나 좋으면 안전자산을 찾으려는 심리도 덜하고, 다른 국가와 미국의 펀더멘털 격차도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달러의 가격은 내려가겠죠(달러 약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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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에는 달러가 약세를 보였습니다. 미국은 경제가 둔화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을 단행했고, 자본시장에서는 미국 경제가 앞으로 천천히 경제가 둔화되는 ‘연착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봤습니다. 달러를 그나마 대체할 수 있는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있었고 중국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중국 경제도 살아나나?’라는 반응이 커졌습니다.

10월에는 분위기가 바꼈습니다. 걱정과 불안에 떨면서 고용지표를 열어보니 미국 경제가 너무 좋았습니다. ‘연착륙’이 아니라 ‘노랜딩’, 즉 경기침체 자체가 없을 것이란 믿음이 커졌습니다. 그 와중에 중국 부양책은 계속 봐보니 실망스럽고 유럽, 한국 등 나머지 국가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미국만 경기가 좋은거죠. 이미 강달러 조건이 완성된 것인데, 여기에 이스라엘과 이란의 싸움이 격화되니 안전자산인 달러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커졌습니다. 조건 ①과 ② 모두 어느정도 충족한 것이죠. 9월 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취임 이후 예상과 달리 엔화도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를 견제할 화폐가 없게 됐습니다. 미국 소비도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날 엔·달러 환율은 2개월만에 달러당 150엔을 넘기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관세”…당선 가능성 상승에 환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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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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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가 강세를 보이는 건 최근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트럼프 후보의 ‘입’에 힘이 실리면서 시장이 트럼프 당선 후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죠.

트럼프의 핵심 정책은 ‘관세 인상’입니다. 동맹국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관세를 올려 자국 산업과 국민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을 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관세를 인상하면 당연히 다른 국가도 참고만 있진 않습니다. 이에 보복해 다른 국가들이 대미 관세를 올리고, 그러면 미국의 일자리도 줄고 물가도 오를수 있습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 인하를 멈추고 동결이나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죠.

통상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미국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져 미국 자산을 사들이려는 수요가 커집니다. 이를 위해 달러의 수요도 높아지다보니 달러도 강세를 보이게 되죠. 정치적 불확실성은 물론 금리에 따른 영향이 달러의 가치를 같이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원화도 자체도 약하다···결국은 미국 ‘손’에


달러가 이렇게 강세를 보일때 원화의 가치가 그나마 선방하면 환율이 오르더라도 덜 오를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원화 자체도 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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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우리 군 CCTV에 잡힌 동해선 도로 폭파 장면. 합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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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대규모로 이탈해 원화 약세 압력이 커졌습니다. 외국인이 국내 자산을 사려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원화와 바꿔야 하는데, 오히려 자산을 팔고 있으니 외환시장에 원화는 많고 달러는 적어 원화가 약세를 보일 여건이 형성된 것이죠. 여기에 북한이 무력시위 강도를 높이면서 안보 불안이 커진 것이 원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돼 환율이 내려갈 것이란 기대가 컸는데요, 실제 편입이 되는 것은 내년 말인데다 채권은 외화현물시장이 아닌 외화조달시장 수급에 영향을 줍니다. 쉽게 말하면, 환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우선 향후 달러 강세가 조금은 수그러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긴장 우려는 한 풀 꺾인 상태입니다. 갑작스럽게 미국의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지긴 했지만, 고용과 물가지표에 따라 경제 전망도 쉽게 바뀔 수 있습니다. 특히 박빙 구도로 흘러가는 미국 대선이 11월 마무리되면 정치리스크가 해소돼 강달러가 다소 누그러질 수 있습니다.

여전히 미국 경제가 압도적인 호황을 보이고 있는 상태에서 환율의 흐름은 결국 ‘미국’의 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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