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보수 진영 단일 후보인 조전혁 후보가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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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교육 10년 심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구호를 내걸고 10·16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서 중도·우파 단일후보로 나선 조전혁 후보가 득표율 45.93%로 낙선하면서다. 17일 오전 최종 개표 집계 결과, ‘혁신 교육 계승’을 내세운 진보 성향 정근식 교육감이 득표율 50.24%를 기록해 조 후보를 4.31% 포인트 차이로 눌렀다. 두 후보 득표율 차이는 ‘중도 보수’를 자처한 윤호상 후보의 득표율(3.81%)보다 컸다. “이번 서울교육감 보궐선거는 보수가 분열해서 진 게 아니라, 그냥 실력으로 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감 선거엔 정당이 개입할 수 없지만,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뼈 아프다”는 반응이 많다. 보궐선거 자체가 조희연 전 교육감의 당선 무효형 확정이라는 진보의 귀책사유로 열렸고, 2년 전과 달리 보수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교육위의 한 의원은 “알맹이 없는 ‘혁신 교육’에 비해 보수 진영의 교육 정책이 훨씬 괜찮았다. 그런데도 졌다”며 “반성과 복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패배 이유로 조전혁 후보가 가진 강경 보수 색채를 거론한다. ‘뉴라이트’ 성향 단체인 자유주의 교육연합 상임대표를 지낸 조 후보는 18대 새누리당 국회의원 시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명단 공개 ▶학교별 수능 점수 공개 같은 ‘반(反) 전교조’ 활동에 앞장섰다. 2014년엔 경기교육감에 보수 후보로 출마해 진보 성향 이재정 교육감에 패했고, 2022년 서울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 난립으로 2위(득표율 26.3%)에 그쳤다. 당시 내걸었던 구호가 “전교조 교육 아웃(OUT)”이었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유권자 사이에선 ‘혁신 교육’에 대한 피로감도 있지만, 전교조 반대 운운하는 ‘올드 라이트(old right)’에 대한 염증이 그보다 컸다”고 분석했다.
선거 캠페인이 ‘우파 유튜버’ 중심으로 이뤄진 것도 한계로 거론된다. 조 후보의 선거 운동 마지막 나흘 일정은 일반 유세 외에도 ‘손상대TV’ ‘강용석 인싸TV’ ‘고성국TV’ ‘성제준TV’ 같은 우파 유튜브 방송 출연에 집중됐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좌(左)를 비판할 때는 가운데 포지션에서 쳐야 하는데, 극우 포지션에서 공격하면 그 좌가 상대적으로 중도로 보이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조 후보는 16일 오후 11시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후회 없는 선거였다. 제가 많이 부족했다. 죄송하다”는 소회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이를 지켜보던 캠프 관계자 가운데엔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나 태극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이른바 ‘태극기 부대’의 모습이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사무소 모습을 TV로 보니, 정근식 후보 주변엔 젊은 사람이 많았는데 조 후보 주변엔 나이 드신 분밖에 없었다”며 “진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보수가 새로워지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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