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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명태균 여론조사 조작 의혹, 무엇이 문제인가…명 “에러 보정”에 여론조사업계는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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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

미공표 여론조사 허점, 제도 보완 필요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씨.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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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는 17일 2021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과정에 무슨 에러가 떴을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보정해야 되니까 ‘윤석열이 거기서 2%를 올려라’ 이렇게 나왔겠죠”라고 반박했다. 여론조사업계에서는 명백한 조작이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공표 여론조사임을 악용해 오히려 뻔뻔하게 나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명씨는 이날 유튜브 ‘정규재TV’에 출연해 여론조사에 대해 “엊그제 (기사가) 나온 것도 뭐냐면 조사를 하다 보면 자체조사인데 우리 같은 경우는 제가 미래한국연구소라는 데다 의뢰를 했다”며 “의뢰를 하다 보면 조사하는 친구가 할당량이라든지, 표본이라든지 여러 가지가 좀 1번씩 튀는 경우가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 과정에서 추세와 크게 다른 부분이 나타나 조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뉴스토마토가 지난 15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2021년 9월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던 강혜경씨에게 전화를 걸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적합도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시 경선 후보이던 홍준표 대구시장보다 2~3%포인트 높게 나오도록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명씨는 2021년 9월29일 강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달라”며 “그 젊은 애들 있지 않냐.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석열이) 더 나오게 해야 된다”고 말했다.

명씨는 보정을 지시한 것은 맞지만 젊은 층 계수를 올려서 윤 대통령 지지율을 높였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걸 20대를 올리면 (젊은 층 지지가 높은) 홍(준표) 대표가 올라가는데 윤석열 후보가 올라가겠나”라며 “조사하는 친구가 조사하다가 어떠한 에러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부분을 교정하기 위해 2%를 조정하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씨의 주장에 대해 여론조사 업계에서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며 “단순히 계수를 높여서 계산할 수 있는 건 주식회사 같은 곳의 전문 인력 아니고서는 힘들다. 엑셀을 보통 잘 다뤄야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통계표를 보면 틀린 걸 확인할 수가 있을 텐데 공개가 안 되니까 아무렇게나 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박시영 박시영TV 대표도 전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응답자 데이터베이스를 홍준표 찍은 거를 윤석열로 바꾼다든가 아니면 무응답, 잘 모르겠다 한 사람들을 윤석열을 찍은 것으로 숫자를 조정했다면 이건 진짜 엄청난 범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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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입법조사관이 동행명령을 집행하러 10일 오후 경남 창원 명태균 씨 재택을 찾은 후 명 씨를 만나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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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쟁점 중 하나는 명씨가 윤 대통령 등 당시 대선 경선 캠프에 여론조사를 보고했느냐다. 명씨는 당시 녹취에서 “외부 유출하는 거니까”라고 했는데 강씨는 뉴스토마토 보도에서 이에 대해 “(공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 보고용”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명씨는 이날 정규재TV에서 “윤 대통령한테 여론조사를 들고 간 적이 없다. 코바나콘텐츠에 간 적이 없다”며 “제가 거기서 했던 건 그런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씨가 윤 대통령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여론조사가 무상으로 제공됐다면 그 비용(정치자금)을 받은 셈이다. 비용을 지불했더라도 문제다. 국민의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각 캠프가 명씨와 관련된 업체와 공식적으로 계약을 맺은 적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선거비용 지출에도 회계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명씨가 후보에게 보고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업무방해 혐의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은 허위사실의 유포 등으로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에 대해 범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당내 경선을 위해 여론조사를 조작했다면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했던 업체에 대한 업무방해가 될 수 있다”며 “업무방해 공소시효는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후보 혹은 캠프 측에서 내부 참고용으로 썼을 뿐 업무가 방해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소용이 없다.

명씨는 또 논란이 된 조사에 대해 자체 조사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명씨는 “자체 조사라는 건 중앙선관위에 물어보시면 내가 그걸 어떻게 하든지 공표를 안 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무 그게(규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표를 하지 않더라도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면 여론조사의 목적, 표본의 크기, 조사지역·일시·방법, 전체 설문내용 등을 여론조사 개시 이틀 전까지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서면으로 신고해야 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는 신고서에 법 위반 사항이 있다면 반려하거나 보완 요청을 한다.

다만 명씨의 주장대로 미공표 여론조사라면 허점은 있다. 언론이나 정당에서 의뢰한 여론조사는 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사전신고를 통과해도 실시 과정에서 조작이나 왜곡에 대한 감시는 없다. 여심위 관계자는 “신고서는 다 실시 전 사전 신고”라며 “공표가 되지 않는 조사인 경우는 조작돼도 확인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악용이 되는 사례들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마련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명태균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공표하지 않는 것들 이용해서 여론조사를 조작하는 게 있었는데 왜곡행위 자체에 대한 처벌로 개정했다”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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