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다음날 배추 농지 찾은 이재명…“국민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

‘호남 사수’ 한숨 돌린 이재명, 정부 경제 실정 부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강원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배추밭을 찾아 수확하며 작황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강원 평창군 배추 농지를 찾아 최근 폭등한 배춧값 관련 민심을 청취했다. 10·16 재보궐선거에서 전통적 지지 기반인 전남 영광·곡성군수를 사수하며 한숨을 돌린 이 대표가 윤석열 정권 경제 실정을 부각하며 정부·여당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강원 평창군에서 ‘배춧값 안정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작물이 흉작 하면 수입하고, 풍작 하면 나 몰라라 하는데 법을 바꾸면 된다”며 농작물 수입쿼터(할당) 허가권을 국내 생산자 조합에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동석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어기구 의원에게 관련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데도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려는지 모르겠다”며 “그렇게 하면 수입도 마구 안 할 것이다. 본인이 망할 테니 자동 조절 기능이 작동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작물 전체 생산유통구조가 국민이 알고 있는 것과 조금 다르다”며 “농작물 가격 급등 문제로 도시 소비자도 고생하고, 생산유통단계에 종사하는 분들이 엄청난 이익을 취하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모두가 괴로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기상 이변으로 배추 생산량이 줄면서 배춧값이 치솟자 이에 대한 농민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대표는 “도심에선 배추 한 포기에 2만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생기는데, 그 문제에 근본적인 대책을 어떻게 마련할지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고물가 상황 등 윤석열 정권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이 대표의 재보선 관련 메시지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전부였다. 이 대표는 이 글에서 재보선 당선자 축하와 낙선자 위로를 전하며 “민심을 받들어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호남에선 승리했지만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20%포인트 이상 크게 패했다. 접전을 벌일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다. 이 대표는 총선에 이은 ‘2차 정권심판’을 외쳤지만 부산 민심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텃밭은 지켰지만 확장성에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 대표가 재보선 결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곧바로 민생 행보에 나선 데는 이런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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