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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해리스는 보수매체 인터뷰, 트럼프는 여성과 소통…둘다 '적진'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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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오는 11월 5일 미국 대선에서 맞붙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왼쪽) 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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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시간)로 미국 대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란히 ‘적진’을 파고들며 외연 확장에 주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표적인 친트럼프 성향의 매체 폭스뉴스와 인터뷰에 나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히스패닉과의 소통을 시도하며 접촉면을 넓혔다.



해리스, 폭스 진행자와 곳곳 설전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 26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민 정책, 조 바이든 대통령 건강 문제, 수감자 성전환 지원 정책 등을 놓고 공격적인 질문을 퍼부은 진행자 브렛 베이어 앵커와 여러 차례 첨예한 설전을 벌였다. 베이어가 불법 이민자 범죄로 자식을 잃은 여성의 의회 증언 영상을 보여주며 불법 이민 문제 대책의 부재를 지적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해당 사건에는) 진심으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마련한 국경안보 법안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방해로 무산됐다고 날을 세웠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능력 감소를 언제 알았는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 전 그가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상태라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말에 즉답을 피한 채 “바이든은 투표용지에 없지만 트럼프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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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앵커 브렛 베이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폭스뉴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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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새 리더십”…바이든과 차별화 시도



해리스는 특히 “(당선 시) 제 대통령직은 바이든 대통령직의 연장이 아니며 제 삶의 경험과 전문적 경험, 그리고 신선하고 새로운 구상을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십을 대표한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강조한 건 최근 ABC 방송 인터뷰의 후폭풍을 의식한 의도적 발언으로 풀이됐다. 해리스는 8일 ABC ‘더 뷰’ 인터뷰에서 “당신이 지난 4년간 대통령이었다면 바이든과 다르게 할 것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떠오르는 게 없다”고 답했다가 민주당 내에서조차 “실언”이란 비판을 받았다.

해리스가 폭스뉴스와 대선 후보로서 첫 인터뷰에 나선 것을 놓고 현지 언론에서는 “사자굴에 들어간 것”(뉴욕타임스), “계산된 도박”(워싱턴포스트ㆍWP)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럼에도 해리스가 인터뷰에 응한 것은 보수 진영에서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 일부 온건 보수와 중도 성향 유권자 등으로 지지층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됐다. 민주당 컨설턴트 하워드 울프슨은 “해리스와 관련해 부정적 정보를 가진 수용자들에 대응할 수 있는 기회”라고 WP에 말했다.



트럼프, 히스패닉 유권자와 소통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상대적으로 친민주당 성향이 강한 여성·히스패닉 유권자들과 소통의 기회를 가졌다. 최근 경합주 지지율 조사에서 상승세인 트럼프가 상대 텃밭 지지층으로 공략 대상을 넓힌 셈이다.

트럼프가 이날 플로리다주에서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는 히스패닉 여성 유권자 100명이 참여했다. 평소 불법 이민자를 향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 등 극단적 언사를 써 왔던 트럼프의 발언 수위가 이날은 다소 정제됐다. 그는 “미국에는 훌륭한 사람들이 들어와야 하며 우리는 그들을 원한다”며 “다만 합법적으로 입국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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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도럴에서 열린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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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 유권자들은 대체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최근 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가 예상보다 낮다는 분석이 NYT 등에서 제기됐다. 트럼프는 이 틈을 파고들며 지지 기반을 꾸준히 넓히려 하는 모습이다.



여성 유권자 표심잡기 시도



트럼프는 “IVF(체외인공수정ㆍ시험관) 시술의 아버지”라고 자처하며 여성 유권자 표심 잡기에도 나섰다. 그는 이날 오전 방송된 폭스뉴스 ‘포크너 포커스’의 타운홀 미팅에서 “민주당은 우리를 공격하려 했지만 우리는 그들보다 더 IVF에 찬성한다.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여성 낙태권 반대 노선으로 여성 표심이 해리스로 기우는 것으로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가 자신은 IVF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에 해리스는 펜실베이니아 이동 중 취재진과 만나 “그 발언은 상당히 괴이하다. 트럼프의 말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했다.

전날 녹화돼 하루 뒤 방영된 타운홀 미팅은 여성 진행자가 사회를 보고 여성 청중만 참석했다. 트럼프는 이 자리에서 여성 낙태권과 관련해서는 자신이 대통령 재임 당시 3명의 보수 성향 연방 대법관을 임명해 보수 우위 구도가 된 연방 대법원이 2022년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결정을 거론하며 “이제 주(州) 차원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전국 여론조사서 해리스 52%, 트럼프 47%



이번 대선이 ‘젠더(성) 대결’로 흐르는 양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마리스트가 지난 8~10일 전국 투표 의향 유권자 14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 지지율은 52%로 트럼프(47%)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남성 유권자의 54%가 트럼프를, 여성 유권자의 57%가 해리스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성별 격차가 두드러졌다.

마리스트의 리 미링고프 국장은 “투표 의향층 조사는 해리스에게 더 좋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을수록 해리스에게 유리하다”며 “또 비정상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성별 격차가 양쪽 모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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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니피액대가 10~14일 경합주 조지아의 투표 의향 유권자 1328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트럼프 지지율이 52%로 해리스(45%)를 7%포인트 앞섰다. 노스캐롤라이나주 투표 의향 유권자 1031명 조사에서는 해리스(49%)가 트럼프(47%)를 오차범위 내에서 2%포인트 앞섰다.

한편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지난 대선 패배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No). 2020년 대선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그간 트럼프의 2020년 대선 결과 불복 동의 여부에 즉답을 피해 왔던 밴스 상원의원이 2020년 대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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