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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남성은 트럼프, 여성은 해리스”… 성별로 나뉜 美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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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가 3주도 안 남은 가운데, 남성과 여성 유권자들의 지지 후보가 갈리는 추세가 극명해지고 있다. 미국 정치가 인종보다는 성별로 뚜렷하게 분열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선비즈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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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남성 유권자의 지지율에서 10%포인트(P)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경쟁에서는 5%P 우위를 보였었다.

해리스 부통령의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여성 유권자의 지지를 13%P 더 받았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여성 유권자 지지율 격차가 12%P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WSJ은 “해리스 부통령은 남성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들과의 소통에 난항을 겪고 있다”라면서 “성별에 따른 지지 후보 차이가 2020년 이후 확대됐다”고 전했다. WSJ은 이번 대선이 낙태권을 지지하는 해리스를 중심으로 여성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과장된 남성성을 내세우는 트럼프가 남성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구도로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다른 여론 조사에서도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여론조사 기관 유고브와 지난 8월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5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해리스 부통령의 남성 지지율은 42%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42%)보다 6%P 높았다.

사라 롱웰 ‘트럼프 반대 공화당 유권자 단체’의 사무국장은 2024년 대선을 가장 성별 중심적인 선거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지난 8월 조사에 따르면, 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 주 6곳 유권자 중 18~29세 남성은 트럼프를 13%P 더 선호했지만, 같은 연령대 여성은 해리스를 38%P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지지율 격차가 커지는 이유는 남성과 여성 유권자들이 중시하는 의제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여성 유권자들은 낙태권, 남성 유권자들은 경제를 최우선시하는데, 이에 따라서 지지 후보가 갈린다는 것이다.

WSJ이 경합 주 7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여성 유권자 27%는 투표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낙태권’을 꼽았다. WSJ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 33%가량이 “낙태에 대해 자신과 의견이 다른 후보를 지지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 WSJ은 “2022년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후 여성 유권자들이 낙태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로 대 웨이드는 1973년 이루어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로, 당시 대법관들이 찬성 7 대 반대 2로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했다. 그러나 2022년 6월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면서 상황을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반면 남성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리 공화당 수석 여론조사원은 WSJ에 “남성들이 경제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결정은 경제와 인플레이션에 관련된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해리스 캠페인은 흑인과 라틴계 남성 유권자를 위한 정책을 약속하는 등 맞춤형 접근을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고 WSJ은 전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그가 과거에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일삼고, 낙태를 제한하는 정책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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