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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수출기업 3곳 중 2곳 "미중갈등·러우전쟁, 심각한 경영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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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중국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중동 분쟁까지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어지면서 수출 기업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일부터 13일까지 국내 수출제조업 44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17일 발표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중갈등·러우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경영 위험요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업이 전체의 66.3%를 차지했다. 39.5%의 기업은 '일시적 위험 정도'로 인식했지만 23.7%는 '사업 경쟁력 저하 수준', 3.1%는 '사업 존속을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답했다.

최근 한국의 수출 실적은 2023년 9월 547억불에서 2024년 9월 588억불로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글로벌 수출 시장을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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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리스크 피해 유형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지정학적 리스크가 경영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응답한 기업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을 조사한 결과,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리스크'(43.1%)가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물류 차질과 물류비 증가'(37.3%)가 뒤를 이었다. 이외에 '해외시장 접근제한·매출 감소'(32.9%), '에너지·원자재 조달비용 증가'(30.5%), '원자재 수급 문제로 인한 생산 차질'(24.1%), '현지사업 중단 및 투자 감소'(8.1%) 순으로 실제 피해를 경험했다고 기업들이 응답했다.

주요 교역국 별로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대 중국 교역기업의 경우'해외시장 접근 제한 및 매출 감소'가 30%로 가장 많았다. 미중 갈등으로 대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

미국, 러시아 대상 수출입 기업들은 모두 '환율변동·결제지연 등 금융 리스크' 피해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미국 30.2%, 러시아 54.5%), 특히 러·우 전쟁 발발 당시 해당국과 거래하고 있던 기업들의 수출 대금 결제가 지연되거나 금융제재로 외화송금이 중단되는 피해가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서 EU(유럽연합)과 중동으로 수출입하는 기업들(EU 32.5%, 중동 38.0%) 은 '물류 차질 및 물류비 증가'를 피해유형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다.해당 기업들의 경우 중동전쟁 이후 홍해운항을 중단하고 남아프리카로 우회 운항을 시작하면서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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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상운임 추이(한국→EU) /사진제공=대한상공회의소


지정학적 리스크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묻는 질문에 대해 40.2%의 기업들이 '지금 수준의 영향이 지속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보다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기업도 22.5%를 차지해 '지금보다 완화될 것'(7.8%)이라는 기대를 앞섰다.

기업들은 반복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해 확장적 전략보다는 긴축 경영을 우선 고려하는 모습이다.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기업차원의 대응전략을 묻는 질문에 수출기업의 57.8%가 '비용절감 및 운영효율성 강화'를 꼽았다.

대체 시장 개척과 사업 다각화에 응답한 기업도 52.1%를 차지했다. 대한상의는 "수출 기업들이 지금의 해외 시장과 사업 구조가 한계를 맞이해 새로운 시장과 수단을 개척해야하는 긴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서 기업들은'공급망 다변화 및 현지조달 강화'(37.3%), '환차손 등 금융리스크 관리 '(26.7%), '글로벌 사업 축소'(3.3%) 등의 대응방안을 차례로 지목했다.

대한상의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기업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규제 정책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전략산업 정책 강화에 대응해 첨단산업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 현실화될 수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무엇인지 식별하고, 이에 대한 경고를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급망 훼손이 기업들의 생산 절벽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핵심 원부자재에 대한 대체 조달시장 확보 및 국산화 노력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현재 진행중인 리스크 외에도 대만해협을 둘러싼 양안갈등, 북한 핵 위협 등 향후 우리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리스크 발생 시 단기적으로는 유가·물류비 상승으로 피해를 입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 바우처 등 정책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는 정부가 민관 협력을 통해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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