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행사 영역·韓 영토 철저히 분리
해상국경선 명시땐 군사긴장 고조
전문가 “영토조항 개정, 못했을 것”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이틀 전 있었던 경의선·동해선 남북연결 도로·철도 폭파 소식을 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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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개정 내용에 영토 조항도 포함됐을지 초미의 관심을 모은다.
북한이 개정 헌법에서 새로운 ‘해상국경선’을 비롯해 영토 조항을 설정했다면 가뜩이나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화약고’인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은 한층 더 고조될 수밖에 없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이틀 전 감행한 남북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 소식을 전하면서 ‘대한민국을 철저한 적대국가로 규제한 헌법의 요구’에 따른 필연적이고 합법적인 조치라고 강변했다.
북한이 최근 헌법 개정을 통해 남북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했음을 공식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북한은 7~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남측의 국회 격인 제14기 제11차 최고인민회의 회의를 열고 사회주의 헌법 일부 내용 수정 보충안을 처리했는데 시작 전부터 주목받은 남북관계 설정과 통일, 민족 등 문구 삭제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기존 헌법에 규정된 16세 이상 노동 연령과 17세 이상 선거 연령을 12년 의무교육제 도입에 맞춰 각각 17세와 18세로 높인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만 공개했을 뿐이었다. 이 때문에 최고인민회의 폐막 뒤 영토 조항 등은 개정 못한 것 아니냐는 관측과 개정하고도 공개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 등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북한은 이번에도 대한민국을 적대국가로 규제했다고 언급만 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신문은 남북 경의선·동해선 연결도로 폭파에 대해 인민군 총참모부가 주권 행사 영역과 대한민국의 영토를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실행의 일환으로 북측 구간 도로와 철길을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버리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혀 ‘영토’와 관련해 일부 조치가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앞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버려야 한다며 기존 헌법에 명시된 북반부,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영토조항을 신설하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하는 내용도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개정 헌법에 2007년 주장한 ‘경비계선’이나 그보다 더 남쪽으로 연평도·백령도 북쪽까지 내려온 새로운 선을 해상국경선으로 일방 선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뒤따랐다.
김 위원장은 특히 1월에는 “불법 무법의 북방한계선을 비롯한 그 어떤 경계선도 허용될 수 없으며 대한민국이 우리의 영토·영공·영해를 0.001㎜라도 침범한다면 그것은 곧 전쟁 도발”이라며 서해 NLL를 향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북한이 헌법 개정을 통해 해상국경선을 설정했다면 남측으로서는 절대 용인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가뜩이나 북한이 무인기 평양 침투 및 전단 살포를 남측 군당국의 소행으로 단정 짓고 전방 부대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지시하고, 우리 군이 감시경계 및 화력대기태세 강화로 맞대응하고 나서면서 남북 간 팽팽한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 상태다.
반면 북한이 남북 분쟁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는 해상국경선 등 영토 조항을 명문화할 경우 남북이 서로 의식하지 말고 따로 살자는 김 위원장의 구상에도 장애가 되는 만큼 이번에는 손보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통일과 민족 개념을 삭제했는지가 중요한데 이번 헌법 개정에서 이 부분은 못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김일성 주체사상을 기반으로 한 북한의 통치 이데올로기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집권 명분까지 부정하는 조치를 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이어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통일과 민족 개념에 기반한 영토 조항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영토 조항은 북한이 헌법에 명시하기 어려운 딜레마”라며 “남측 경계선을 규정하려면 정전협정을 언급 안 할 수 없는데 북한은 정전협정 자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또 “북한이 두 개 국가론을 주장하면서 ‘전 조선반도와 부속도서’라고 규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기모순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영토 규정은 헌법에 넣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대원·오상현 기자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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