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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레바논 헤즈볼라 대원·시민 3000명 사상 '삐삐' 제조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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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배터리에 플라스틱 폭약, 보이지 않는 기폭제 삽입"

삐삐 스파크-기폭제 인화- 폭약 폭발-배터리 폭탄 역할

헤즈볼라, 공항 보안 스캐너로 검사, 폭약 미발견

이스라엘 모사드, 삐삐 스토리 꾸며

아시아투데이

9월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거점 베이루트 외곽 지역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한 무선호출기 잔해. /엑스(X·옛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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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수천 대가 동시에 폭발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과 시민 등 약 3000명의 사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삐삐)의 배터리에 강력한 소형 플라스틱 폭약과 엑스레이(X-ray)로도 발견되지 않는 새로운 기폭장치가 설치돼 있었다고 로이터통신이 16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레바논 소식통과 배터리 팩의 분해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들을 인용해 삐삐를 만든 이스라엘 정보기관 요원들이 이 같은 배터리를 설계했다며 그들이 부피가 큰 신제품에 관한 믿을만한 배경 스토리가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헤즈볼라의 실사를 속일 수 있는 가짜 온라인 상점과 홈페이지, 그리고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 9월 17일 수천 대 동시 폭발 헤즈볼라 삐삐 제조의 비밀
로이터 "배터리 셀 내부에 플라스틱 폭약과 보이지 않는 기폭장치 인화성 물질 삽입"

로이터에 따르면 호출기의 배터리 셀 2개 사이에 6g의 흰색 펜타에리트리톨 4질산염(PETN) 플라스틱 폭약이 들어있는 얇은 정사각형 시트가 삽입됐고, 셀 사이 나머지 공간은 육안으로 볼 수 없지만 기폭장치 역할을 하는 인화성 높은 물질로 만들어진 가느다란 조각으로 채워졌다.

소식통과 2명의 폭탄 전문가는 로이터에 이 배터리 조립이 일반적으로 금속 실린더와 같은 소형 표준 기폭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3단 배터리 셀은 검정 플라스틱 원형 관에 삽입돼 성냥갑 크기의 금속 상자로 캡슐화됐다. 이처럼 금속 성분 없이도 폭발을 유발하는 데 사용된 물질 '조각'이 플라스틱 폭발물 '시트'와 함께 배터리 가장자리에 삽입됐지만, 엑스레이로도 탐지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 2월 이 호출기를 받은 헤즈볼라는 공항 보안 스캐너를 통해 폭발물 탑재 여부를 검사했지만, 경보가 울리지 않는 등 의심스러운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이 사건에 정통한 2명의 인사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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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로 부상자들이 몰린 레바논 아메리칸대 베이루트 메디컬센터의 응급실 모습./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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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삐 스파크 발생시켜 기폭제 인화- 폭약 폭발-배터리 폭탄 역할
헤즈볼라, 공항 보안 스캐너로 삐삐 검사 불구 폭발물 발견 못해

이 디자인을 본 2명의 폭탄 전문가는 호출기가 배터리 팩 내에서 스파크를 발생시켜 폭발 물질(조각)에 불을 붙이고, PETN 시트가 폭발하도록 설정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폭발물과 상자가 부피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기 때문에 배터리 팩은 그 무게 35g에 비해 적은 전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보통 약 8.75와트시(Wh)를 제공하는데 이 '삐삐'의 배터리의 전력은 2.22Wh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헤즈볼라는 어느 순간 배터리가 예상보다 빨리 소모되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폭발 수시간 전에도 여전히 대원들에게 호출기를 전달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그 문제가 큰 보안 우려를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이 호출기 수천 대가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과 다른 헤즈볼라 거점 지역에서 동시에 폭발했을 때 대부분은 신호음이 울리면서 메시지가 수신됐음을 알린 후 터졌고, 그 희생자 상당수가 눈에 부상을 입거나, 손가락이 날아갔으며 복부에 구멍이 생겼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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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구급차가 9월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로 인한 부상자들을 아메리칸대 베이루트 메디컬센터로 이송하고 있다./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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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모사드, 삐삐 스토리 꾸며...대만 기업과 라이선스 계약 체결, '폭발' 삐삐 공식 웹페이지에 올려

호출기 폭발과 그다음 날 무전기 폭발로 총 39명이 사망하고, 3400여명이 다쳤다. 2명의 서방 안보 소식통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호출기와 무전기 공격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 폭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폭발 그다음 날 모사드의 '매우 인상적인' 성과를 칭찬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이 정보기관의 관여를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널리 해석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호출기의 배터리는 표준 리튬이온 배터리 팩처럼 보였지만, LI-BT783은 호출기와 마찬가지로 시중에 판매되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에 모사드 요원들은 헤즈볼라의 엄격한 조달 절차를 통과하기 위해 처음부터 배경 스토리를 꾸몄다.

비밀 요원의 배경 스토리, '전설'을 만드는 것은 오랫동안 첩보 기관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이 호출기 '음모'의 특이한 점은 이러한 기술이 일반적인 가전제품에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라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요원들은 헤즈볼라를 속이기 위해 주문 제작한 모델인 AR-924를 대만의 유명 브랜드인 골드아폴로(Gold Apollo) 제품으로 판매했다.

이와 관련, 골드아폴로의 창업자인 쉬칭광 회장은 지난달 18일 약 3년 전 자사 직원이었던 우위전 아폴로시스템즈 대표와 '톱'이라는 그녀의 '빅 보스(상사)'가 라이선스 계약을 논의한다며 접근해 와 그들에게 자체 디자인으로 만든 제품을 골드아폴로 브랜드로 판매할 권리를 부여했다고 밝혔다.

쉬 회장은 AR-924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지는 않았으면서도 회사 웹사이트에 사진과 제품 설명을 추가한 것이 이 호출기의 가시성과 신뢰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실제 이 제품을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는 없었다.

대만 북부 타이베이 스린 지방검찰은 지난달 19일 국가안보 관련 범죄 등을 수사하는 법무부 산하 조사국과 함께 골드아폴로와 헝가리 'BAC 컨설팅 KFT'의 대만사무소 등 4곳에 대한 압수 수색을 진행했다.

검찰은 압수한 제품 출하 기록·계약 서류·수출입 기록 등을 인용해 골드아폴로는 BAC 컨설팅이 판매한 호출기 한 대당 15달러(1만9000원)의 로열티를 받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BAC 컨설팅 대만사무소 연락 담당자인 우위전 대표 등 2명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쉬 회장은 당시 조사에서 상표 사용권을 위임했다면서 폭발한 AR-924 제품의 해외 생산과 판매 등은 BAC 컨설팅이 맡아 구체적인 상황은 잘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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