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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사람도 AI 걸릴 수 있어”… 인체감염증 감시 체계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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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청, 전국 농가 AI 예방 교육

국내 사례 없지만 해외 464명 사망

여우-소 등 포유류 감염 증가 추세… 향후 변이 통해 대유행 유발할 수도

아직은 백신 없어 독감용으로 접종… 질병청 “생산 가능 체계 마련 노력”

동아일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검출된 제주 제주시 구좌읍 하도리 철새 도래지에서 제주도 당국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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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인플루엔자(AI)는 동물만 감염되는 줄 알았습니다.”

전북 남원시에서 가금류 사육 농장을 운영하는 박영희 씨(64)는 지난달 질병관리청이 진행한 AI 인체감염증 예방 교육을 듣고 “AI에 사람도 감염될 수 있다는 걸 새로 알게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예방교육에서 질병청 직원들은 전국 농가 등을 방문해 AI의 특성과 감염 시 나타날 수 있는 증상 및 예방 수칙에 대해 알려줬다. 박 씨는 “교육받은 대로 AI 감염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을 받고 손 씻기 같은 기본적 위생 수칙도 잘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AI 유행이 확산되면서 국내 방역 당국이 방역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AI는 철새, 닭, 오리 등 조류에게 발병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다. 드물지만 사람도 AI에 감염된 동물과 접촉하거나 오염된 환경에 노출되면 감염될 수 있는데 이를 ‘AI 인체감염증’이라고 부른다. 질병청은 제1급 감염병인 AI 인체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 “AI가 다음 팬데믹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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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202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조류뿐 아니라 여우, 소 등 포유류의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밀접하게 교류하는 고양이 감염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동물 보호시설에서 AI에 감염된 고양이 43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사람도 AI에 감염된 동물 또는 감염 동물의 분변 등과 접촉하면 AI 인체감염증에 걸릴 수 있다. 급성호흡기감염병인 AI 인체감염증의 주요 증상은 발열, 기침, 인후통, 근육통, 결막염 등이다. 200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세계적으로 총 908명이 AI 인체감염증(H5N1형 바이러스 기준)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됐고 이 중 464명은 사망했다. 다만 국내 AI 인체감염증 감염자는 현재까지 없다.

아직 AI 인체감염증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다. 국내 방역 당국도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형태로 변이를 거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AI 바이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팬데믹(대유행)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AI 인체감염 감시 체계 강화”

방역 당국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봄까지 고병원성 AI 발생이 많은 시기에 ‘중앙 AI 인체감염증 대책반’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역학조사관과 검역소 직원 등 고위험군 3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계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물론 독감 백신이 AI 인체감염증을 직접 예방하진 못한다. 하지만 사람이 독감과 AI 인체감염증에 동시에 감염될 경우 인체 내에서 두 바이러스가 혼합돼 새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것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세계보건기구(WHO)도 중복 감염을 막기 위해 AI 인체감염증 고위험군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최근 AI 인체감염증 감시체계도 강화했다. 호흡기 증상 외에 결막염과 안구 불편감 등 안과 증상만 있어도 의심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의료진에게 안내했다. 최근 미국에서 AI에 감염된 젖소를 통해 감염된 사람이 호흡기 증상 없이 결막염 등 안과 증상만 보였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 “대유행 대비해 백신 비축”

질병청은 AI 인체감염증 대유행 발생을 대비해 백신 비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현재 국내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AI 인체용 백신은 최신 유행 중인 바이러스(H5N1형)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이 아니기 때문에 개량을 거쳐 다시 식약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위험군 접종 분량인 7만5000도스(1도스는 1회 접종분) 백신 비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질병청은 대유행 상황에서도 백신을 신속하게 확보하기 위해 mRNA 백신 플랫폼을 개발하고 ‘100일 내 백신 생산 및 60일 내 접종 완료’가 가능한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감염병 대유행은 국민의 건강뿐 아니라 교육과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며 “백신 비축에 힘쓰는 한편으로 대유행 초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방역 물자도 충분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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