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참여형 금융상품 호평
회사원 박맑은(45)씨는 지난 4월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의 영업 지원 플랫폼인 ‘원더’를 통해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땄다. 원더는 고객이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하고, 이후 비대면으로 영업도 할 수 있게 설계·청약·고객관리를 지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다. 원래 부업에 관심이 많았던 박씨는 원더를 통하면 회사에 다니면서도, 보험 영업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다는 말에 끌렸다. 특히 본인과 가족 및 지인들의 보험을 직접 가입하면, 설계사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박씨는 두 달간의 공부를 통해 보험설계사 자격증을 딴 후 자신과 가족들의 보험을 가입하면서 첫 달 약 300만원의 수수료를 수입으로 얻었다. 이후에도 친척과 지인 등의 보험 가입을 도와주며 한 달에 약 70만~100만원의 부수입을 거두고 있다. 박씨는 “내 가족 보험을 내가 알고 설계하니 믿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거기에 수수료까지 나와 일종의 ‘N잡러(여러 가지 직업을 가진 사람)’로 활동할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을 직접 유치하기보다 참여시키는 ‘역발상’ 금융 상품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해야 하는 업계 ‘후발주자’들이 이런 역발상 상품으로 신규 수요를 더 창출하고 있다. 롯데손보의 원더는 지난해 12월 처음 출시한 이후 지난달까지 3만8807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롯데손보에서 기존에 활동하는 보험설계사가 5000명가량임을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뜨거운 반응을 얻은 것이다.
특히 이 기간 원더에 가입한 회원의 약 40%는 30·40대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보험설계사를 주로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많이 취득한다는데, 원더는 참여형 상품이다 보니 예상외로 젊은 층의 호응이 더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원더가 인기를 끌자 메리츠화재도 지난 2월에 비대면 영업 플랫폼인 ‘메리츠 파트너스’를 출시해 고객의 보험설계사 업무를 지원하고 있다.
토스뱅크가 지난 7월에 출시한 ‘도전통장’도 고객 참여를 끌어내는 대표적 역발상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도전통장은 개설 뒤 1만원 보증금 예치하고, 평일 5일간 고객이 설정해둔 시간(6시·7시·8시·9시)에 일어나 출석에 성공하면 보너스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예금이다. 하지만 보너스 이자는 모두에게 주지 않는다. 전체 참가자들이 모은 보증금 총액에 대한 보너스 이자 전체를 일찍 일어나기에 성공한 고객 중 한 사람을 추첨으로 뽑아 몰아준다. 고객이 번거롭게 정해진 과업을 수행해야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상품인데도, 지난달까지 55만6000 계좌가 만들어지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도전통장에 가입한 사람 중 절반에 가까운 44.7%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이 차지했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최근 ‘앱테크(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재테크)’ 열풍이 커지고 있는데, 도전통장도 그런 맥락에서 50대 이상 고객에게 어필을 한 것 같다”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자기 목표도 달성하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점이 새로운 재미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품을 사거나 계약을 체결하는데 고객 참여를 늘리면 해당 상품에 대한 고객 몰입도가 높아지게 된다”면서 “최근 역발상 상품들은 이런 특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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