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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7 (목)

AI로 유해 콘텐츠 분석하는 新등급분류시스템 기대[기고/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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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이지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연구교육팀장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의 확산으로 콘텐츠 소비는 단순히 한 국가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스트리밍 플랫폼, 소셜미디어,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등을 통해 사용자는 세계 어디서든 동시에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해 방대한 콘텐츠가 빠르게 유통됨에 따라 청소년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병재)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연령별 등급 분류를 통해 청소년을 보호하고 영상물 선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직접 등급을 분류해 방영하고 영등위가 사후 관리하는 자체등급분류제도를 도입해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등급 분류 작업은 영상의 맥락 등을 꼼꼼히 봐야 하는 작업인데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영상물로 각국 등급 분류 기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인공지능(AI)을 비롯한 혁신 기술을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9월 19, 20일 이틀간 영국 런던에서 17개국 등급 분류 기관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24년 국제 등급 분류 콘퍼런스’는 급변하는 디지털 콘텐츠 소비 환경에 대응하는 각국의 고민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특히 영국 영화등급분류위원회(BBFC)는 AI 기술을 활용한 등급 분류 프로젝트를 발표해 이 분야에서 한 발짝 앞서 나가는 듯했다.

BBFC는 110년 이상의 등급 분류 데이터와 경험에 AI 기술을 접목한 등급 분류 모델을 선보였다. BBFC가 보유한 방대한 등급 분류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영상물의 유해 정보를 분석해 세계 각국의 등급을 도출하는 형태이다.

이 같은 AI를 활용한 등급 분류 기술은 온라인 콘텐츠 유통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효율적인 등급 분류를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기술을 활용한 등급 분류가 나라마다 서로 다른 문화적 맥락이나 윤리적 기준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었다.

등급 분류는 암묵적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로 문화적 배경이나 OTT 사업자의 현지화 전략 등에 따라 나라별로 뉘앙스와 맥락이 달라지기 때문에 AI를 등급 분류 시스템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역할과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규명하는 것이 큰 과제로 떠올랐다. 아울러 거대 글로벌 OTT 사업자에 대응하기 위한 글로벌 협력의 필요성도 강조되었다. 하나의 글로벌 콘텐츠가 세계에 확산되더라도 나라에 따라서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로 평가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 문제를 어디까지 지워야 하는지도 과제다.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는 각국 기관 간의 협력과 기술 혁신이 필수적이다. AI를 비롯해 첨단 기술 혁신을 반영하면서도 각국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 우리 영등위를 비롯해 각국 등급 분류 담당자들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지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연구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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