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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노동자 파견과는 급이 다른 북한군 파병…北, '전쟁 국가'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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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외화벌이' 수단 노동자에서 '용병'으로 전환하나

전문가들 "북한군 파병 가능성은 있지만…대규모 파병엔 회의적"

뉴스1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군의 열병 행진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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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노민호 정윤영 기자 =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견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하는 동향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무력 분쟁에 사실상 직접 개입하게 되는 것으로, 북한이 '용병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북한의 파병 가능성은 전쟁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전례 없는 수준으로 밀착하고 전쟁 장기화에 따라 북한의 무기가 대규모로 러시아로 지원된 데 이어 파병 가능성도 실현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3000명 파병설 제기…러는 부인, 북은 침묵, 한미는 주시

16일 우크라이나 매체 리가렛에 따르면 최대 3000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11공수 여단 내 '부랴트 특수대대'로 파견돼 전방에 배치될 것이라고 한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부(HUR) 소식통을 인용한 해당 보도와 더불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북한이 무기뿐만 아니라 인력도 파견하고 있다"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아울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접경지인 도네츠크 인근 러시아 점령지에 가해진 미사일 공격으로 파견 북한 장교 6명이 사망했다거나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군인 18명이 탈영했다는 등 북한군이 이미 상당 수준으로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군 병력 파병설에 대해선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명백히 증거가 드러난 북러 무기 거래도 계속 부인해 왔다. 북한은 아예 일련의 보도에 침묵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이 개입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 부인과 비난을 가했던 모습과 차이가 있다.

한미는 공식적으로는 북한군 파병설에 대해선 공식 평가를 아끼고 있지만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 소통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관련 보도들은 우리를 우려하게 만든다"라며 "보도가 사실이라면 북러 국방관계가 상당히 강화된 것을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군 장병 사상자 발생 보도와 관련해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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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노동신문=뉴스1)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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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병설과 동시에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북러 조약 비준 절차

북한과 러시아는 이미 상호 파병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지난 6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만나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따라서다.

이 조약의 제4조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연방의 법에 준하여 지체없이 자기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현재 러시아는 국가두마(하원)에 조약의 비준 법안을 제출한 상황이다. 북한의 경우 국무위원장(김정은)이 국가 간 조약을 비준·폐기할 수 있게 헌법에 명시돼 있어 러시아의 비준 절차가 마무리된다면 새 조약이 공식 효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 사실일 경우, 북한의 '외화벌이'의 새 시장이 열릴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이 건설 노동자 등을 해외에 파견해 외화벌이를 진행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당장은 러시아와의 밀착을 위한 협력의 성격이 크더라도, 북한이 우크라전 이후에도 '용병'의 파견을 계속 추진해 외화벌이에 나선다면 국제사회의 주요 분쟁에서 북한이 차지하는 '어둠의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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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병사들.ⓒ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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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파병 가능성 농후하지만…대규모는 어려울 것"

전문가들은 북한군이 북러 간 군사협력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파견할 수는 있지만 대규모 파견은 군사 전략적 측면에서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러시아가 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북러 조약에 따라 소규모 파병이 이뤄졌을 가능성은 있다"라며 "러시아의 부정, 북한의 침묵은 오히려 의심스러운 정황"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김정은 총비서는 한미가 먼저 북한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라며 "이는 향후에도 일부 병력을 빼서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내는 게 어렵지 않다는 것"이라고도 진단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파병 사실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지만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은 일단 어려워 보이는 게 현실"이라며 "동맹은 연합작전이 필수인데, 평시에 연합훈련을 하지 않는 북러 군이 일정 수준의 상호 운용성을 보유했다고 보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재 상황에선 무기 운용부대의 군사고문단 같은 형식의 소규모 파병이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며 "전투를 치르는 수준의 부대를 파병하는 것은 결이 다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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