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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구글에 네이버만큼 과세할 수 있을까?···세계는 ‘디지털세’ 논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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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에서 구글·페이스북코리아·넷플릭스·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기업에도 국내 대기업과 똑같이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 글로벌 기업은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본사가 외국에 있다는 이유로 국내 대기업보다 낮은 세금을 내왔다.

조세 형평을 위해 유럽국가와 캐나다 등에서는 글로벌 대기업에 ‘디지털세’를 매겨왔다. 다음달 브라질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이 주요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내에서 천문학적 돈을 버는 것에 비해 턱없이 적은 세금을 내는 글로벌 IT업계의 조세회피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박 의원은 “최근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이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서 수익에 합당한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불법 지원에 해당한다’는 논리로 애플에 130억유로(약 19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며 “그 나라에서 번 돈은 당연히 그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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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진행한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 화면이 국회방송에 나오고 있다. 국회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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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네이버의 3.1%만 법인세 낸다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 간의 조세 형평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구글코리아가 지난해 낸 법인세는 155억원으로 네이버가 낸 법인세(4963억원)의 3.1%에 불과하다. 구글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654억원을, 네이버는 9조6700억원을 신고했다. 구글코리아가 네이버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수익을 신고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에서 거둔 이익 대부분을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아시아퍼시픽’ 몫으로 회계 처리해 자사 매출에서 제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재정학회가 추산한 지난해 구글코리아의 법인세는 최대 5180억원으로 실제 낸 세금보다 33배 많다. 구글코리아의 국내 매출 추정치는 최대 12조1350억원으로 신고한 액수(3654억원)보다 33배 많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넷플릭스코리아는 지난해 법인세로 36억원을 냈지만, 실제 매출 추청치 대비로는 최대 876억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페이스북코리아는 51억원을 냈는데, 최대 509억원을 내야 한다고 재정학회는 추산했다.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내고도 법인세가 0원인 글로벌 기업도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연 5조원 넘는 이익을 거둔 외국법인 2곳 중 1곳(44%) 꼴로 법인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 매출 5조원 초과 기업의 평균 법인세액은 내국 대기업이 2639억원인데 반해 외국 대기업은 141억원에 그쳐 18배 넘게 차이가 난다. 국내에서 연간 각 2조원, 1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나이키코리아와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법인세 0원을 냈다. 외국 본사에 보내는 돈을 비용으로 처리해 수익을 축소했다.

과세 당국이 디지털 기업 과세에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2020년 구글 서버가 해외에 있더라도 국내에서 발생한 앱스토어·인앱 결제 등 매출은 구글코리아의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구글코리아에 법인세 5000억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다. 넷플릭스코리아도 2021년 800억원의 세금을 낼 수 없다면서 국세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였다.

“국제 논의 못 기다려”…캐나다, 디지털세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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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디지털서비스세 도입하겠다고 밝힌 국가들. 노란색은 현재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했으나 ‘필라1’에 국제적 합의가 이뤄지면 폐지 의사를 밝힌 국가. 하늘색은 디지털세 도입을 제안한 국가. 남색은 디지털서비스세를 시행 중인 국가. 미국의 조세정책연구기관인 택스 파운데이션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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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에 세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해 아예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했다. 디지털세란 IT기업이 이익을 내면 서버가 어디에 있든 수익이 난 국가가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조세 제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0년 디지털세를 도입하면 전 세계 세수가 4%(연간 1000억달러·136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EU와 영국이 디지털세 도입 논의에 앞장섰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오스트리아, 인도, 튀르키예 등은 독자적인 디지털서비스세(DST)를 도입했다. 영국은 2022년 연간 5억파운드(약 8900억원)를 버는 IT 기업에 매출의 2%를 디지털서비스세로 매겼다. 디지털서비스세 도입 첫 해에 3억6000만파운드(약 6400억원)의 세수를 거뒀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이 그해 영국에 납부한 법인세 총액을 초과하는 금액이다. 미국 정부는 디지털세를 도입한 국가들에 ‘관세 보복’ 위협으로 맞섰다. 미국은 디지털세 도입은 구글·메타·넷플릭스 등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미국과 몇몇 국가들의 ‘디지털세 전쟁’은 OECD의 중재로 휴전 상태다. OECD는 디지털세에 대한 글로벌 합의에 이를 때까지 특정 국가가 단독으로 도입하지 말자는 중재안을 내놨다. 이에 미국,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은 2021년 일종의 ‘휴전 협정’에 합의했다.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한 국가들은 2024년까지 글로벌 디지털세 합의가 이뤄지면 자국의 디지털서비스세제를 폐지해 새로운 국제 합의(필라1)로 대체하고, 미국은 보복관세 위협을 철회하기로 했다. 다만 캐나다는 ‘휴전 대열’에서 이탈해 미국의 관세 보복 위협을 무릅쓰고 내년부터 독자적인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한다. 이에 반발한 미국은 지난 8월 캐나다-미국 간 무역협정에 따른 분쟁해결절차에 착수했다.

오는 11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디지털세 도입이 의제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OECD와 G20 차원에서 논의되는 디지털세는 필라1·필라2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필라1은 디지털 기업의 본사가 어디에 있든 수익을 낸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 매출 200억유로(약 30조원) 이상이고 이익률이 10%를 넘는 대기업이면 초과이익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출 발생국에 디지털세로 내는 방안이 거론된다. 또 마케팅·유통비용 명목으로 본사에 이전하는 가격 책정을 간소화해 디지털기업과 각국 과세 당국과의 법적 분쟁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논의도 하고 있다. 필라2는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이다. 다국적기업의 소득에 최소 15%의 법인세율을 일괄 적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필라2)에는 동의했으나, 디지털세 도입(필라1)엔 미온적이다.

최 부총리도 지난 7월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디지털세 필라1의 조속한 타결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독자적인 디지털서비스세를 도입할지를 두고는 ‘국제 합의가 먼저’라는 태도를 보였다. 최 부총리는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세 논의를 빨리 진행하는 게 국익 차원에서 낫다”면서도 “다만 방법론에서 OECD, G20 포괄협의체에서 논의하기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조속히 타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 “구글코리아 법인세 6229억 추산…155억만 납부”
https://www.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2409241431001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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