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이슈 IT기업 이모저모

인텔과 TSMC 운명 이렇게 엇갈렸다…원가 목 멘 전문 경영인vs기술 집착한 공학 박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재무통에 의존한 인텔
단기 성과에 목맨 CEO들
시장변화 못읽고 R&D 뒷전
애플·오픈AI 협력 기회 거절

엔지니어 중심 TSMC
공학박사 CEO 3인 맹활약
GPU AI칩 경쟁력 끌어올려
대만출신 전세계 인재 유입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텔 전임 경영진들이 효율만 앞세우고 기술혁신은 등한시했다.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TSMC는 전략적 판단하에 오직 기술 개발에만 매진하고 그 결과 무섭게 성장했다. 기술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경쟁사의 추종을 불허한다.”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반도체 제왕’ 인텔은 쇠락의 기운이 감도는 데 반해, 대만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승승장구하고 있는데 대해 교수들은 이렇게 진단했다.

오늘날 명암이 엇갈린 두 기업은 태생 면에서 유사했다. 인텔은 1968년 실리콘밸리의 대표 반도체 기업인 페어차일드 출신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창업했다. 노이스는 직접 회로를 발명한 엔지니어였고, 무어는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 분량이 18~24개월 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발견한 반도체 선구자였다. 이들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뒤 한국·일본 기업이 부상하자, 중앙처리장치(CPU)로 눈을 돌려 오늘날 인텔을 ‘반도체 제왕’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이다. TSMC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출신 모리스 창이 1987년 창업한 반도체 제조 전문 기업이다. 당시 창 회장은 메모리 시장이 한국과 미국·일본 기업이 장악해, 이미 공고해진 것을 보고 제조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파운드리 산업의 태동이다.

하지만 두 기업의 운명을 가른 것은 리더십의 변화였다. 인텔은 마케팅 전문가 출신 폴 오텔리니(2005~2013년), 공급망 관리자 출신 브라이언 크르자니크(2014~2019년), 재무통인 밥 스완(2019년~2021년)이 차례로 취임하면서 서서히 쇠락했다. 단기 성과와 원가 절감에 집중한 결과다. 오텔리니는 애플이 아이폰용 칩을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뿌리쳤고, 크르자니크는 성과가 나지 않는 개발부서를 잇달아 폐쇄하고 2016년에는 1만2000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와 TSMC가 초미세 공정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을 때도, 14나노미터 공정에 머물게 한 장본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경쟁사인 AMD가 치고 나가자 안팎에서는 ‘AMD가 보낸 스파이’라는 별명마저 얻었다. 아울러 스완은 생성형AI의 시장성을 낮게 평가하고 오픈AI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구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텔은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큰 틀을 보지 못하고 본인들만의 세계에 갇혀 오판했다”고 말했다.

반면 TSMC는 기술이라는 한 우물만 파면서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60% 이상을 석권했다. 특히 TSMC는 1987년 창업 이후 지금껏 리더십이 단 두 번 바뀌었다. 그만큼 안정적 예측가능한 경영을 한 것이다. 특히 창업자인 초대 회장 모리스 창에 이어 류더인, 웨이저자 등 이 3명은 모두 MIT, UC버클리, 예일대 등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기술통이다. 김현재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TSMC는 기술에 천착하는 경영 전략 면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TSMC가 성공한 요인은 여럿 있다”면서도 “파운드리는 고객으로부터 직접 수주를 받고 제조를 하는 만큼, 30년간 기본에 충실하다 보니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었던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울러 반도체는 무엇보다 기술 중심이 돼야 한다”며 “반도체 기업의 통찰력은 기술력을 보유한 사람이 리더가 됐을 때 생긴다”고 말했다.

인텔이 전열을 정비한 것은 2021년 이후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 팻 겔싱어를 CEO로 임명하고 쇄신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설계·제조 모두에서 뒤처진 상태에서 추격은 버거웠다.

이에 인텔은 100억 달러 비용 절감, 배당 중단, 파운드리 분사, 계열사 ‘알테라’ 분사, 유럽 공장 건설 중단, 글로벌 부동산 3분의 2 축소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단행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반도체는 작게 만들기도 어렵지만, 엄청난 투자와 고급 두뇌가 필요하다”면서 “갤싱어 CEO 취임 이후 파운드리에 시동을 걸었지만 뛰어난 인력이 부족하고 막대한 투자금이 없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그는 TSMC에 대해 “오늘날 대만의 우수 인력은 의대보다 TSMC를 선호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TSMC 미래가 밝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인공지능 시대에 인텔이 뒤처진 까닭에 대해 “인텔이 자사의 장점인 CPU를 활용해 AI 가속기 시장에 진입하려고 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GPU로 AI 칩의 축이 기운 상태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