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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이븐하지만 타이트 하지는 '보통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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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6일 개봉 영화 '보통의 가족' 리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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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보통의 가족'(10월16일 공개)이 던지는 질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만약 당신의 자식이 이런 끔찍한 일을 벌였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해묵은 물음이긴 하나 간단히 답을 내놓을 수 없는 건 여전하다. 허진호 감독은 도무지 결론 내리기 힘든 이 고민을 통해 각자의 윤리를 뒤흔들며 관객을 꽉 붙들어 놓는다. 설경구·김희애·장동건. 어쩔 수 없이 배우가 먼저 눈에 들어오긴 하지만 일단 문을 열면 이 영화가 만들어 놓은 포진(布陣)을 빠져 나가기 쉽지 않다.

다소 이상한 말이지만, '보통의 가족'은 도식적이어서 관객을 직관적으로 자극한다. 먼저 인물. 치밀한 법논리로 무장한 형과 따뜻한 의술을 쓰는 동생. 가족에게서 한 발 물러서 있는 형의 새 아내와 치매 걸린 시어머니 간호를 도맡으며 가족에 헌신한 동생의 아내. 영화는 우선 캐릭터를 명확히 정리한 뒤 두 가족의 아이들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게 하고,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관객은 네 사람 마음 모두 어렵지 않게 헤아릴 수 있기에 그 난감함에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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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명쾌한 구조는 캐릭터에 국한하지 않고 영화 전체를 아우르며 긴장을 유지하는 데 공을 세운다. 극 중 핵심 사태와 무관한 사건을 오프닝 시퀀스에 배치한 이유를 후반부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전반을 다소 코믹하게 후반을 훨씬 진지하게 구성한 데서도 최대한 효율적인 전개를 고민한 게 읽힌다. 캐릭터 성격을 드러내는 정도로 보였던 장면을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재활용해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든지, 지나간 대사를 회수해 충격을 주는 방식 역시 논리적인 구조에서 나온다.

다만 이런 명료한 구성이 원작을 알고 있는 관객에겐 마뜩찮을 수 있다. 이 영화 바탕이 된 건 네덜란드 작가 헤르만 코흐가 2009년 발표한 장편소설 '더 디너'. 2015년엔 이탈리아에서, 2019년엔 미국에서 영화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작품엔 리처드 기어, 로라 리니, 스티브 쿠건 등 국내 관객에게도 익숙한 배우가 출연하기도 했다. 다만 '보통의 가족'은 소설을 기반으로 이탈리아 영화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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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가족'이 보여주는 심플함은 소설 '더 디너'가 갈래 내놓은 이야기 결 중 가장 핵심적인 것만 차용한 결과다. '더 디너'는 자식이 저지른 범죄라는 큰 길 위에 인종·계급·인간본성·입양·유전·환경 등 갖가지 주제를 교차시키면서 동시에 이 길을 정신병리적 요소들로 덮어 놓는다. 그렇게 이 스토리는 단순히 자식의 비행을 알게 된 부모의 근심과 책임이라는 주제에 머무르지 않고 한 발 더 전진해 인간 심연을 들여다보는 서사로 도약한다.

물론 '보통의 가족'에도 원작의 다층성을 고려한 듯한 요소를 여럿 찾을 수 있다. 두 형제 부부 사이를 오가는 열등감과 우월감이 종종 드러나는가 하면 상류층 사회의 위선을 보여주기도 하고 교육과 학교폭력이라는 한국적 요소를 추가하기도 한다. 계급 문제는 물론 다음 세대를 향한 당황스러운 시선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이런 요소들을 시쳇말로 찍먹하고 넘어가면서 스스로 얄팍해지는 길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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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대중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보통의 가족'의 이 결정은 이 영화 특유의 결말이 주는 효과를 반감한다. 자식을 위한 부모의 결정이라는 면에서 여전히 힘 있는 결말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펼쳐놨던 이야기를 결말에서 보여주는 사건 하나로 단번에 모아 폭발시키는 듯한 그 충격에는 미치지 못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보통의 가족'은 자식을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에서 더 멀리 나아가지도 더 넓게 퍼져가지도 못하고 한 곳에 머물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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