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2차전서 LG 10대5로 제압
삼성이 15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치러진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0대5로 승리, 2승을 챙겼다. 남은 3~5차전에서 한 경기만 잡으면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로 돌아온다.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모두 이긴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건 18번 중 15번이다. 3차전은 17일 LG 홈 구장 잠실야구장에서 열린다. 3차전 선발은 임찬규(LG)와 황동재(삼성)다.
경기 MVP로 뽑힌 삼성 선발 원태인(24)은 올해 15승6패로 공동 다승왕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LG 임찬규가 우승 트로피를 품에 안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다고 했다. 열성 팬이었던 임찬규가 야구를 접하고, 성장해서 LG 유니폼을 입고 우승하는 꿈을 이뤘기 때문. 원태인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대구 출신인 원태인은 대구 지역 중학교 감독이던 아버지(원민구씨) 영향으로 야구와 함께 살았다. 그리고 삼성 열성 팬이었다. ‘야구 신동’이라 불렸던 그는 5살이던 2005년 4월 삼성 옛 홈 구장 시민야구장에서 시구를 하기도 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9년 1차 지명으로 꿈에 그리던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원태인에게 15일 플레이오프 2차전은 두 번째 가을 야구였다. 첫 경험은 악몽이었다. 2021년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구원투수로 나서 1과 3분의 1이닝 2실점. 3년 만에 다시 맞이한 가을야구. 어느새 에이스 자리를 굳혔지만, 긴장을 이겨내지 못한 듯 시작은 불안했다. 1회부터 연속 안타를 맞아 1사 1·3루 위기에 몰렸다. LG 4번 김현수를 병살타로 돌려세우는 듯했으나 2루수 전병우 수비 미숙으로 타자를 살려주면서 선제점을 빼앗겼다. 원태인은 2회초 1사 2·3루에서 김범석을 바깥쪽을 휘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데 이어 홍창기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해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
에이스가 초반 위기를 헤쳐나가자 곧바로 지원 사격이 이어졌다. 1-1 동점이던 2회말 김영웅이 LG 선발 손주영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가운데 담장에서 좌우 담장까지 직선 구조로 이뤄진 라이온즈파크에 최적화된, 110m짜리 맞춤형 홈런이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도 오른쪽 외야 관중석에 꽂혔다. 김영웅은 정규시즌 손주영과 맞대결에 7타수 무안타(3삼진)으로 약해 이날 타순이 8번으로 내려왔지만, 곧바로 결승점을 만들어내는 대포로 자존심을 지켰다. 삼성은 3회엔 2안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추가점을 뽑아 3-1리드를 잡았고, 5회 김헌곤의 2점 홈런과 6회 디아즈 솔로 홈런으로 6-1로 달아났다.
이후 다양한 변화구와 노련한 피칭으로 LG 타선을 침묵시킨 원태인은 7회 투구 수가 100개 채워진 상황에서 2사 1·2루 위기를 맞았다. 박진만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찾았지만 더 던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결국 신민재에게 공 4개를 더 던지곤 안타를 맞아 만루에서 강판당했다. 라이온즈파크에서 ‘원태인’을 외치는 함성이 진동했다. 삼성은 만루에서 오스틴 타석이 되자 1차전처럼 ‘히든카드’ 김윤수를 내세워 내야땅볼로 위기를 넘겼다.
삼성은 7회말에는 김헌곤과 디아즈가 다시 연타석 홈런을 뿜어내면서 3점을 더 보탰고, 8회에도 1점을 추가해 승세를 굳혔다. 김헌곤은 4타수 3안타 4타점, 디아즈는 4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LG는 손주영이 4와 3분의 1이닝 5피안타 5탈삼진 4실점(3자책)으로 버텼으나 불펜 피로가 덜 풀린 모습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3회 디아즈 타석 때 체크 스윙 판정을 내려주지 않은 게 아쉽다”면서도 “잠실로 돌아가 반전할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1·2차전 승리에도 핵심 타자 구자욱 부상이란 악재를 만났다. 1차전 MVP를 차지하고도 구토와 어지럼 증세로 경기 후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던 구자욱은 2차전에서는 1회 2루 도루 때 슬라이딩을 하면서 왼쪽 무릎에 충격을 받았다. 디아즈 안타 때 제대로 뛰지 못하고 절룩거리며 홈을 밟은 그는 2회초 수비 때 이성규와 교체된 다음 병원으로 이동해 정밀 검진을 받았다. 내측 인대 미세손상 소견. 적어도 3·4차전 출장이 어려울 전망이다. 박진만 감독은 “본인이 통증을 많이 느끼고 있다. 하지만 주장이니 함께 잠실로 갈 것”이라며 “김헌곤과 윤정빈이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했다.
[대구=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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