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민건강보험공단 종로지사. 전국 178개 지사마다 1~2명의 직원이 허위 직장건보 가입자를 찾아내는 일을 한다. 적발되면 원래 내야 할 지역건보료에다 10%의 가산금을 내야 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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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나 은퇴자의 걱정거리 중의 하나가 건강보험료이다. 소득이 별로 없는데 10만~30만원 대의 건보료를 내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 이를 줄이려면 자녀의 건보증에 얹혀 피부양자가 되는 게 가장 좋고, 그다음이 직장가입자가 되는 것이다. 임의계속 가입자라는 제도를 활용해 직장 시절 건보료(본인부담분 50%)를 3년 더 낼 수 있다.
피부양자가 되려면 연금·사업·금융(이자·배당)·근로 등의 소득이 연간 2000만원 넘으면 안 된다. 재산 과세표준액(시세의 30~32%)이 ▶5억 4000만원 이하이거나 ▶5억 4000만원 초과~9억원 이하이되 연 소득이 1000만원 이하여야 한다. 2022년 9월 기준을 이렇게 강화하면서 28만여명이 피부양자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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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8개월 가짜 직장인 7846명 들통
피부양자가 못 되거나 탈락하면 지역가입자가 돼 재산 건보료가 생긴다. 직장인은 이게 없다. 그래서 직장가입자가 되려 하지만 쉽지 않다. 가족이나 지인의 사업장에 이름을 얹어 '가짜 직장인'이 되는 허위 취업의 유혹에 빠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1~8월 직장인 자격을 허위로 취득했다가 적발된 사람이 286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해(1952명)보다 훨씬 많다. 2020년 1월~올 8월 7846명이 적발돼 536억원을 토해냈다.
김영희 디자이너 |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은 적발 기법을 고도화해서 16종으로 유형화했다. 최다 적발 유형은 가족사업장 허위 취업이다. 지난 4년 8개월간 2225명이 적발됐다. N씨는 소득·재산이 많아 고액의 지역건보료를 내게 되자 동생이 운영하는 사업장 직원(월급 100만원)이 됐다. 이렇게 해서 월 건보료를 35만원에서 6만7000원으로 줄였다. 3년 8개월 그리했다. 건보공단은 N씨의 소득·재산이 많은데도 가족 근로자가 된 점을 수상히 여겨 조사에 나섰다. 너무 멀어서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근무 형태와 근무 시간을 두고 자매의 말이 엇갈리는 점을 근거로 허위 취득자로 판정했다. 지역건보료 1366만원을 추징했다. 그간 직장건보료로 낸 251만원은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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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가짜 직장인' 적발 급증
건보공단 추적 기법 고도화
가족 사업장 허위 취업 최다
"재산건보 축소,가산율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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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부·급여이체내역·근로계약서 일일이 조사
1인 사업자는 지역건보 대상이다. 직원 1명만 두면 직장건보가 되는 규정을 이용하다 적발된 경우가 많다. K씨는 배우자를 자신의 사업장 근로자로 얹어 5년 2개월간 건보료를 25만원에서 1만9000원으로 줄였다. 공단 조사에서 사업장이 집 옆 창고인데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게 드러났다. 근로계약서·급여이체내역·출근부 등을 요청했으나 제시하지 못했다.
장기요양보험의 '가족 요양보호사'의 허위 취업도 적지 않다. 이들은 재가요양기관 직원으로 등록한 후 가족을 돌본다. 그런데 월 근로시간이 60시간 미만이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도 직장가입자로 올렸다. 올해 657명이 적발됐다. 건보 본인부담금 상한제도 활용한다. 이는 건보료 기준으로 7단계로 나눠 한해 건보 진료비가 일정액을 넘지 않게 제한하는 제도다. 그런데 소득·재산이 많은데도 낮은 건보료 단계로 분류돼 상한제 혜택을 본 경우라면 조사 대상이 된다. 올해 304명을 적발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또 의사·변호사 같은 고소득 직종이 저임금 직장인으로 돼 있으면 의심을 받는다. 올해 17명을 적발해 1억1500만원을 추징했다. C씨는 대학동기가 운영하는 동네의원에 월급 40만원 받는 의사로 취업했다고 신고했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진료한 기록이나 급여이체 내역이 없었다. 건보공단은 38개월 치 지역건보료 6968만원을 추징하고 직장건보료 3394만원을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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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양자 탈락 후 지인회사 직원으로 올렸다가 적발
피부양자에서 탈락한 후 '가짜 직장인'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A씨는 금융소득이 증가하면서 피부양자에서 탈락했다. 2022년 1월 지인의 사업장에 100만원을 받는 직원이 됐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건보공단 조사 때마다 근무하지 않은 채 "출장 중"이라고 둘러댔고, 조사가 시작되자 16개월 치 급여를 한꺼번에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영희 디자이너 |
건보공단은 ▶퇴직한 고소득 직장인이나 고액 재산 보유자(대개 100억원 이상)가 저임금 근로자가 됐거나 ▶장기요양 중증 인정자(1~3등급)나 초고령(80세 전후) 노인, 15세 미만 청소년이 근로자가 된 경우 ▶근로소득을 신고하지 않은 경우 등을 조사 대상으로 삼는다. 공기업 퇴직자 E씨는 고교 동창의 낚싯배 회사에 월급 54만원 받는 근로자로 신고했다가 들통났다. 근로계약서는 작성했지만, 사무실과 집이 너무 멀어 출퇴근이 불가능하고 승선자 명부에 없는 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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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 의원 "가산율(10%) 올려야"
건보공단 관계자는 "건보공단 178개 지사마다 1~2명의 직원이 허위 취득자 적발 업무를 한다"며 "여러 종류의 자료를 연계하고 다양한 기법을 개발해 잡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건보료 편법이 느는 이유는 지역과 직장 보험료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난 1월 재산 건보료를 낮췄지만, 여전히 높은 편이다. 김윤 의원은 "편법·허위 직장가입자로 인해 성실하게 건보료를 내는 지역가입자가 상처받는다. 소득에 맞게 건보료를 부과해야 한다"며 "허위 직장건보료를 내다 적발되면 10%의 가산금이 붙는데, 이를 올리거나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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