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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 인원 부족으로 탄핵심판이 정지되는 것을 막아달라면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낸 가처분 신청을 그제 받아들였다.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하도록 한 헌법재판소법 23조1항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낸 가처분 신청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한 것이다. 내일 이종석 헌재소장과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이 퇴임하면서 재판관 9명 중 6명만 남으면 아예 심리조차 못할 뻔한 ‘헌재 마비’ 상황을 간신히 피한 것이어서 천만다행이다. 이 위원장 탄핵심판뿐 아니라 다른 헌재 계류 사건도 계속 심리가 가능해졌다.
헌재 기능이 마비된다면 사법부와 행정부 등을 통해서도 해결하지 못한 마지막 권리구제 통로 자체가 막힌다. 취임 이틀 만에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탄핵으로 직무 정지된 이 위원장으로선 헌재 심리조차 받지 못하는 것이다. 헌재는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며 “신청인으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3명의 재판관 퇴임이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백번 옳은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태를 불러온 국회의 무책임과 직무유기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재판관 3명의 퇴임이 눈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당리당략에 후임 재판관을 뽑지 못했다. 여야 1명씩, 여야 합의로 1명을 추천하던 관행을 깨고 민주당이 2명을 추천하겠다고 억지를 부린 책임이 크다. 합의가 되지 않는 1명을 빼고 나머지 2명만이라도 각자 추천했더라면 재판관 6명 체제가 만들어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헌재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헌재 심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재판관 6명 중 1명만 반대해도 이 위원장 탄핵은 기각된다. 법률의 위헌결정이나 탄핵 결정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헌재가 이 위원장의 가처분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가까스로 파행을 피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정치권이 헌법재판관을 마냥 임명하지 않거나 아예 헌법재판관을 탄핵이라도 할 경우 헌재 기능이 마비될 수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회 입법이나 헌재의 새로운 결정으로 해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탄핵심판 같은 중차대한 사안은 헌재가 집중심리를 도입해서라도 신속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입법권력 남용을 통한 헌법재판소 통제 시도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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